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희비 교차' 4대 배급사 여름 성적표…"흥행, 아무도 몰라요"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8.26 12:33 조회 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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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야구, 아무도 몰라요"

프로야구 해설가 하일성은 입버릇처럼 말했다. 영화 관계자들도 이 비슷한 말을 한다. "흥행은 하늘만이 안다"고.

국내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장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국내 4대 투자·배급사는 일제히 여름 시장을 노린 텐트폴(Tent pole) 영화로 야심차게 흥행전쟁이 뛰어들었다. 포문을 연 쇼박스의 '암살'(7월 23일 개봉)을 필두로 CJ엔터테인먼트의 '베테랑'(8월 5일 개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협녀,칼의 기억'(8월 13일 개봉), NEW의 '뷰티 인사이드'(8월 20일 개봉)까지 모두 개봉돼 관객의 심판을 받았다.

그 결과, 4대 배급사의 희비는 극명하게 교차했다. 관객들은 눈은 예리했고, 민심은 냉정했다. 

베테랑

◆ 관객 1위는 '암살', 수익률 1위는 '베테랑'

관객 수로는 '암살'이 1위다. '암살'은 8월 26일 현재까지 전국 1,172만 3,404명의 관객을 동원해 네 편의 영화 중 가장 많은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어벤져스', '국제시장'을 잇는 세 번째 천만 영화이며, 한국 영화로는 '국제시장'에 이어 두 번째다.

2위는 939만 4,079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는 '베테랑'이다. 흥행 페이스는 '암살'을 능가한다. 개봉 19일 만에 전국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암살'보다 하루 빠른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말 천만 돌파가 확실시된다. 지금 흥행세라면 '암살'의 누적 관객 수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크다.

3, 4위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두 영화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고전 중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굳이 순위를 매기자면 3위는 80만 7,061명의 관객을 동원한 '뷰티 인사이드'다. 최하위는 42만 2,482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협녀, 칼의 기억'이다.

'뷰티 인사이드'는 100만 이상의 성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협녀'는 50만 돌파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기획 단계에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 참패다.

수익률 면에서는 순위 변동이 있다.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린 영화는 '베테랑'이다. 순제작비 60억 원을 투입해 완성한 이 영화는 지금까지 약 723억 원 가량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이 중 영화발전기금, 부가가치세, 극장 수익 등을 빼고 배급사와 제작사가 가져오는 돈은 약 40%. P&A 비용 30억가량을 빼도 약 200억 원 대의 수익을 올렸다. 올 4대 배급사의 텐트폴 작품 중 가장 싸게 찍고 많이 남긴 저비용 고효율 영화가 됐다.

암살

2위는 '암살'이다. 순제작비 180억 원이 투입된 '암살'은 지금까지 904억 원의 극장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P&A 비용을 포함한 총 제작비가 220억 원에 달해 순수익은 150억 원 선이다. '베테랑'보다 관객은 많이 모았지만, 높은 제작비 탓에 수익률은 적은 편이다. 

3, 4위 영화는 사정이 다르다. '뷰티 인사이드'는 총 제작비 65억 원, '협녀'는 120억 원을 쏟았지만, 지금까지 극장 수익은 각각 23억대, 13억대에 그치고 있다. '협녀'의 경우 예상 밖 실패로 엄청난 충격파를 받게 됐다.

◆ 흥망으로 본 텐트폴 영화의 숙제

어느 해든 여름 시장의 희비는 교차했다. 흥행이라는 것은 기대치와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예측은 해마다 빗나가곤 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다른 점이라면 올해는 영화의 만듦새와 흥행 성적이 어느 정도(?)는 비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 여름 성적표는 각 배급사가 반면교사 삼을 만하다. 텐트폴 영화의 기획과 프로덕션, 캐스팅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결과였다.

특히 '베테랑'의 성공은 수많은 투자·배급사와 제작사들이 본보기 삼을 만하다. 프로덕션의 승리다. 단순한 이야기지만, 탄탄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다양한 관객층을 아울렀다. 무엇보다 텐프폴 영화의 성공 요건은 캐스팅이나 볼거리가 아닌 만듦새와 재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게다가 이 영화는 CJ의 텐트폴 영화로 기획된 작품도 아니었다. '히말라야'의 촬영 및 후반 작업이 지연되면서 대타로 라인업에 들어와 홈런을 쳤다. '베테랑'의 행보 자체도 영화적이었다.

'암살'은 기획력과 뚝심의 승리였다. 오락 영화의 귀재로 불려 온 최동훈 감독이 처음으로 시대극에 도전한다 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은 예상 밖 결과물로 우려를 낳은 것도 사실이었다. 오락성과 메시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동훈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거국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촌스러운 '국뽕'에 기대지 않고도 보편적 울림을 선사하는 데 성공한 것은 최동훈 감독이 뚝심을 지킨 결과다. 

협녀

'협녀'와 '뷰티 인사이드'는 완성도에서 실망감을 안겼다. 특히 모든 흥행 요소들을 갖추고도 관객의 기대감을 저버린 결과물을 내놓은 '협녀'는 두고두고 아쉽다. 120억대 무협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중국 무협 액션의 기시감에 대한 실망으로 바뀌었고, 어떤 캐릭터에도 마음을 줄 수 없는 공감 부족의 스토리도 실망스러웠다. 더욱이 이 영화엔 당대와 후미를 대표하는 최고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그러나 그들의 연기도 영화를 겉돌 뿐이었다.  

'뷰티 인사이드'는 여름 시장의 마지막 주자로 경쟁 과열 시기를 지나 개봉한 점과 텐트폴 영화 중 유일무이한 멜로라는 장르적 차별화 전략은 좋았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중반 이후 자멸하다 시피한 연출력과 완성도가 아쉽다. 그러나 성수기용 대작 영화치고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제작비를 투입했기에 손익분기점 달성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올해 7,8월 영화 시장 규모는 5,300만 명으로 추정된다. 4대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의 제작비를 합치면 500억에 육박한다. 이중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나머지 두 편은 아직 백만을 넘기지 못했다. '쩐의 전쟁'의 결과가 찬란하고 참혹하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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