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사도' 소지섭은 왜 노개런티 출연을 고집했을까

김지혜 기자 작성 2015.09.09 10:21 조회 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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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삼고초려 한 보람이 있었죠"

영화 '사도'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캐스팅에서 가장 애를 먹었던 건 소지섭이다. 당대 최고의 배우 송강호와 후미를 대표하는 배우 유아인과 함께 영화를 시작했지만, 에필로그를 장식할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8일 오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이준익 감독은 소지섭의 캐스팅에 대해 "몇 차례나 고사하더라. 송강호라는 대배우가 끌고 가는 영화에서 자기가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삼고초려를 했다. 결국, 소지섭은 이준익 감독의 뜻을 따랐다. 단 조건이 있었다. 노 개런티 출연이었다. 톱 배우가 노개런티 출연을 전제하는 건 드문 일이다.

"소지섭 씨가 맡은 정조 역할이 매우 중요했기 때문에 출연만 한다면 개런티는 원하는 데로 맞춰주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영화에 해가 될까봐 우려된다고 하더라. 돈을 받지 않는 조건이여야만 출연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준익감독

이준익 감독은 배우 소지섭이 필요해 그를 찾았지만, 인간 소지섭의 인품에도 매료됐다. 촬영을 하며 작품에 대한 열정과 연기에 대한 태도에 감동했다고 했다.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다. 내 나이까지 감독질을 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났겠느냐. 겪어보면 안다. 그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소지섭은 촬영 내내 한 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라. 그야말로 올곧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소지섭이여야만 했을까. 이준익 감독은 "송강호와 유아인이 영화의 2/3를 끌고 가지 만 영화가 끝나기 전에 죽는다. 마지막을 장식할 강한 존재감을 가진 배우가 필요했다. 소지섭의 존재감, 게다가 우수에 젖은 눈빛이 정조를 표현하기엔 적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준익 감독은 소지섭을 캐스팅하고 그와 닮은 외모의 아역을 찾았다. 오디션을 통해 발굴한 이효제 군은 소지섭의 눈빛을 쏙 빼닮았다. 이효제 군은 전·중반부까지 아비를 향한 눈물겨운 사부곡을 펼치며 소지섭에 바통 터치를 한다. 그리고 소지섭은 늠름하게 성장한 정조의 모습으로 이야기의 끝을 장식한다.

사도

영화는 영조와 사도, 그리고 정조로 이어진 56년 애증의 역사를 에필로그를 통해 마무리한다. 이준익 감독은 이 장면의 의미를 '정반합'(正反合)으로 설명했다.

"정(正)이 영조면, 반(反)은 사도세자다. 이 둘 사이를 잇는 합(合)이 정조다. 변증법에서 정과 반만 있다면 '쏘 왓?'(so what?)이라고 할 것이다. 정조가 합이다. 영조와 사도가 살아서 하지 못한 화해를 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과거와 화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를 보라. 난 영화에서라도 이뤄내고 싶었다. 그래서 의지적으로 긴 에필로그를 선택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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