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파이터’ 서두원의 눈물겨운 사부곡, 그 못 다한 이야기

강경윤 기자 작성 2015.09.10 11:40 조회 2,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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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원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노래도 잘하는 종합격투기 선수 일명 '싱어송 파이터' 서두원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 이후 5년 만이다. MBC '복면가왕' 무대에서 선 서두원은 누구보다 간절하게 노래를 불렀다. 가면을 벗은 서두원은 노래가 아버지를 위한 곡이었다고 밝혔다. 2달 전인 6월 7일 그는 아버지를 여의었다. 서두원은 “아버지가 이 프로그램의 팬이셨다. 내가 노래하는 모습도 참 좋아하셨다. 하지만 아버지가 악플을 보실까봐 섭외를 주저했다.”고 말했다.

'복면가왕' 방송 다음날 서두원을 만났다. '아버지가 병환에 계셔서 인터뷰에 응할 수 없어서 죄송하다'는 거절 답변을 들은 지 약 3개월 만이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서두원은 부친상의 슬픔을 딛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려줬다. 서두원의 SNS 메인사진에는 아버지의 환한 미소 띈 얼굴사진을 올려놓았고 대화를 할 때마다 아버지를 수시로 회상했다. 서두원의 못 다한 말을 들어봤다.

Q. '복면가왕' 잘 봤어요. 오랜만에 노래하니까 떨렸죠.

“주변에서 욕 많이 먹었어요. 왜 미리 말 안했냐고요. 주차장에서부터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정체를 꽁꽁 숨겼어요. 미리 합주 연습을 하느라 상대 여성 분과 노래를 한번 해봤는데 너무 잘하셔서 이길 거라는 기대는 안했어요.”

복면가왕 서두원

Q. 출연 섭외를 받은 건 몇 달 전부터였다고요?

“정규편성 되기 전부터 섭외는 계속 왔었어요. 그 땐 회사랑 계약 문제가 있어서 거절했고, 올해 3월에는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는 바람에 가지 못했죠. 노래를 좋아하긴 한데 노래하면 욕을 많이 먹는 걸 아니까요. 전 남을 크게 신경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 가족들이, 특히 아버지가 상처를 받으셨어요.”

Q. 아버지 때문에 '복면가왕'에 나왔단 얘기를 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직장 동료 분이 아버지께 써주신 편지를 읽었는데, 점심시간 마다 포털사이트에 제 이름을 그렇게 검색해보셨대요. 그리고 댓글에 많이 상처를 받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렇게까지 자세히는 몰랐어요.”

Q. 일부 부정적인 반응이 있는 걸 알텐데, '복면가왕'에 나온 건 큰 결심이었겠어요.

“네. 그런데 사실 댓글 중에서도 '복면가왕에서도 보여줬으니 시합으로도 보여달라'는 의견은 좋아요. 따끔한 충고가 되는 글들은 저에게 도움이 되거든요. '멋있어요' 이런 것만 들으면 발전이 없잖아요. 가끔 격투기 카페에서 좋은 의견도 듣곤 해요. 노래를 한다고 해서 제가 본업에 소홀했던 적은 없어요. 열심히 해도 누구나 1등을 할 순 없는 거니까요.”

Q. 부친상 이후 두 달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다는 건 생각도 못한 일이었어요. '괜찮다, 괜찮다'만 하신 분이었으니까요. 간암 4기 판정을 받으셨는데 6인실에 계시면서 간경화 앓는 환자분들까지 다 챙기시는 성격이셨어요. 두달 동안 보호자 침대에서 지내면서 아버지와 마지막을 함께 했죠.”

서두원

Q.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5일 전쯤부터 혼수상태셨어요. 장례식장에서도 한번도 울지 않고 사람들을 맞았어요. 제가 첫째아들이고, 이제 가족을 보호해야 하니까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버지에게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는데 혼수상태에서 힘을 꽉 주셔서 제 팔을 주물러 주셨어요. 요즘 집으로 가는 길에도 아버지의 그 팔을 잡던 느낌이 기억나요. 운동을 많이 쉬어서 이제 다시 오전, 오후, 저녁 운동 하면서 몸 만들고 있어요.”

Q.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하루 세 번 운동을 하고요. 일주일에 두 번은 오후 운동 대신 영어 공부를 해요. 별 이유는 없어요. 팝송을 듣는데 가사전달이 안 되면 감흥이 없으니까 잘 이해하려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그냥 좋으면 해요, 제 성격이”

Q. 현재 거취는 어떻게 된 건가요? 소속은 정리가 된 건가요?

“대회사와의 비즈니스는 정리가 됐어요. 제가 만들었던 팀은 사실상 없어진 거나 마찬가지고요. 그래도 팀원이라는 팀명은 정말 좋아서 갖고 있어요. 지금은 어떻게 됐든 그 친구들과 지냈던 시간이 좋기 때문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싶어요. 밉지도 않고 서운하지도 않아요. 눈에 보이는 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지만 추억이나 그 때의 마음은 가지고 있으니까 2014년의 좋은 것만 떠올려요.”

Q. 식단관리부터 운동까지, 열심히 경기 준비하고 있으시네요.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건 다르잖아요. 누구는 좋아하더라도 죽어라 해도 안되는 게 있고요. 이곳도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해요. 매일 어제의 저를 이기기 위해서 운동하고 싶어요.”

서두원

Q. 그동안 소식을 듣지 못해서 궁금했던 게 많았는데 한층 단단해진 것 같아요.

“그동안 격투기 관련 기자분들은 제 상황 이슈를 몰랐던 게 아니었을 텐데 굳이 묻지 않으셨어요. 그냥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함께 오셔서 슬퍼해주셨어요. 선수들 얘기와 기사가 어떻게 보면 그분들에겐 직업인데, 묻지 않아 주셨어요. 그런 분들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Q. 격투기계에 이단아라고 불릴 정도로 쓴소리도 자주 하죠? 한국 격투기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어요?

“제 잘못이기도 한데요. 너무 화려함만 쫓는 게 문제인 거 같아요. 서두원이 종합격투기 발전에 기여를 했다? 그건 아니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묵묵히 종합 격투기를 해준 사람들이 큰 공을 세운 거예요. 바라는 게 있다면 선수들의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고, 선배들이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다져졌으면 좋겠어요. 종합격투기는 올림픽이라는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큰 무대가 없다 보니까 명예를 얻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Q. 그럼 가장 기여한 사람은 누구인 거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김동현 선수라고 생각해요. 가끔 그런 얘기 해요. 우리나라 격투기가 침체기 겪을 때 누가 기여했나? 가장 큰 공로자는 김동현이라고요. 나가서 정말 열심히 싸워줬어요. 김동현이 없었으면 UFC 진출한 다른 선수들도 없었을 거예요. 김동현은 더 많이 보상 받아야 하고 꼭 돈이 아니더라도 존경이든 뭐든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요.”

서두원

Q. 앞으로의 서두원 선수의 계획이 궁금해요.

“9월 29일에 미국으로 나가요. 훈련을 조금 더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요. 미국에서 한달 반 일정으로 훈련을 할 거고요. 11월 중순쯤 돌아올 것 같아요. 단체의 크기는 상관 없고요. 파이트 머니도 중요하지 않아요. 작든 크든 제가 나갈 수 있는 대회라면 출전할 거예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은퇴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잘하는 선수라고도 생각 안해요. 저는 원래 이랬어요. 스스로 마케팅을 한 것 뿐이었고 그게 좀 과했던 부분도 있었나봐요. 전 죽었다 깨어나도 김동현처럼 못해요. 그렇다고 제가 격투기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대기업 총수만큼 못 번다고 꿈도 꾸지 않고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저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거예요. 남의 기준에 맞춰 좌지우지 되지 않고. 아버지는 천국에 계실 테니까 더 힘을 낼 거예요.”

사진=김현철 기자 kch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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