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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도' 유아인, 영원히 길들지 않는 청춘이길

최종편집 : 2015-09-25 10:12:12

조회 : 2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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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유아인을 처음 만났던 건 2013년 영화 '깡철이'의 개봉 직후였다. 그때 "사생활이 거의 알려져있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라는 말을 한 적 있었다. 유아인은  "저는 어떤 연예인보다 나를 많이 보여주는 배우예요. 누가 리얼리티 쇼에서 자신을 이렇게까지 드러낼 것이며, 누가 저처럼 꾸준히 트위터에 자기 생각을 쓰겠어요?"라며 반기를 들었다.

그때는 유아인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이뤄진 두 번째 인터뷰를 통해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배우는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다. 

유아인은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유리창 언변의 소유자다. 이것은 자신을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하고 그만의 화법이기도 하다.

영민한 인터뷰이다. 매 질문 정확하게 듣고 제대로 대답하려고 한다. 게다가 묻는 이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때론 예리하게 날을 세우고, 때론 무른 위트까지 곁들인다.

본론으로 돌아와, 유아인은 뛰어난 배우다. 불같은 뜨거움으로 인물의 광기를 드러내고, 얼음같은 이성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창의적이면서 유연하고, 노련하면서도 순수하다. 

영화 '베테랑'과 '사도'를 내놓은 2015년은 유아인 전성시대의 서막이다. '베테랑'이 그의 스타성과 역량을 천만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은 결정적 작품이었다면, '사도'는 유아인을 애정한 관객들이 반드시 확인해야 할 성장의 정점이다. '사도'는 곧 유아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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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 마음을 움직인 작품"

유아인은 '사도'의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마음을 움직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베테랑'으로 최고의 연기를 보이고 천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후 차기작에 이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궁금했다.

"영조와 사도의 관계와 뒤주 사건을 정치, 당파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우리 영화는 결국 인간으로 접근하고 해석한 게 아주 좋았다. 나 또한 사도란 인물을 그렇게 해석했고. 그게 왜 특별했냐면 궁중에 있는 인물, 권좌에 있는 인물은 인간이 아니고 그 자리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사도 역시 후계자라는 무게와 그 주변을 둘러싼 권력 때문에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인간적으로 비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형식에서도 "갖은 장치나 화려함으로 무장한 코스튬 사극이 아닌 정통 역사극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사도'는 유아인이 여는 영화다. 관짝을 연상시키는 나무 상자에 누운 사도는 악몽에서 깬듯 두 눈을 부릅뜬다. 그리곤 광기에 찬 얼굴로 칼을 차고 영조가 기거하는 궁으로 돌진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나 위치할 법한 신을 오프닝에 배치해 관객의 집중도를 높이고 향후 전개에 대한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나 역시 그 장면을 좋아한다. '사도'는 우직한 영화라 감정이 오르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시나리오상에는 그 신이 첫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전진 배치가 됐다. 한 맺힌 듯한 정서를 담은 힘 있는 오프닝이 있으니 관객들이 집중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유아인은 사도를 연기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감정으로 '연민'을 꼽았다. 인물에게 끊임없이 연민을 유발하면서도 입체적인 해석과 연기가 필요했다고 했다. 그 입체성에 대해 "인물의 성격에 대한 입체성 보다는 이 영화에서 그려진 상황과 선택을 어떻게 입체적으로 표현하지는 지가 더 중요했다"고 부연했다.

"영화에서 사도의 다양한 면모가 나오진 않는다. 등장할 때부터 갈등으로 시작해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다. 어두운 측면이 아주 강렬하게 보이기 때문에 되레 입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안에서 더욱 정밀하고, 세련되게 인물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별화보다는 깊이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유아인은 "익숙한 인물이라서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사도세자에 대한 이야기가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이 인물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 건 많지 않았다. 역사에 충실하되 우리 영화가 다루는 인물의 깊이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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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도를 연기하며, 내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다"

'사도'는 정치적 배경과 해석을 배제하고 본다면 불통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250년 전, 그것도 조선 시대 왕가에서 일어난 이 세대 간 불화는 오늘날에 대입해봐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유아인 역시 사도를 연기하며 자신의 부자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유아인은 "아버지랑 사이가 안 좋았다"며 "아마 본인도 아실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어릴 때 난 세상에 불만투성이었다. 아버지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랬다. 그런데 나이를 한살 한살 먹으며 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생기더라. 특히 '사도'를 찍으면서 아버지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 영조가 왕이긴 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 않나. 내 아버지나 아들인 나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이 있듯, 자식도 아버지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모든 자식이 부모가 재벌이길 바라진 않아도 언제나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돼주길 원한다. 내 부모가 완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내 아버지도 내가 완벽한 아들이 아니라는 걸 느끼실 것이라 생각한다"

관객이 영화를 해석하는 데 있어 우려하는 바를 말하기도 했다. 그는 "'사도'의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지만 그 시작은 왕과 세자의 관계"라면서 "이 이야기가 관객의 공감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친구 중 누군가는 영화를 보고 나서 "사도가 공부를 못해서 뒤주에 갇히는 거야?"라고 묻더라.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어긋나는 기대에 대한 갈등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서 비롯됐지만, 뒤주에 들어가는 사건은 권력 세계 안에 있는 왕과 세자라는 직분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사도세자는 뒤주 안에서 8일을 보내다 죽음을 맞이했다. 1평 남짓한 좁고 어두운 뒤주에서 아사(餓死)의 공포와 직면한 사도는 분명 두려움의 192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촬영하는 순간 만큼은 사도로 살았던 유아인에게 당시 인물이 느꼈을 공포와 두려움, 후회와 반성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먼저 죽음의 공포에 대해 물었다. 유아인에게도 뒤주에서 연기한 체험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는 "테스트 촬영 때부터 뒤주에 들어가 찍었는데 네모난 공간 안에 갇혀있을 때 엄습했던 공포와 외로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한계에 직면하는 연기를 할 때는 사도와 접신하는 것 같은 묘한 기분도 느꼈다. 어렸을 때 본 영화 '주홍글씨'(감독 변혁)의 트렁크 신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궁금증은 과연 사도는 늦게나마 반성과 후회의 마음을 가졌을까다. 유아인은 "뒤주 안에 갇히는 경험을 누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난 연기로 재연했을 뿐이다. 사도를 연기한 내 생각? 아마도 그는 반성이나 후회는 안했을 것 같다. 그저 빨리 죽기를 원했을 것 같다. 만약에 나라면? 혀를 깨물었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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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하는 순간에 선·후배는 없다."

사도세자는 13년 가까이 대리 청정을 했다. 왕이 되기 위한 예행연습이었으나 등 뒤에는 늘 영조가 앉아있었다. '사도'의 촬영현장에서 유아인은 송강호라는 대배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대단한 기회긴 하지만 부담도 적지 않았을 터다.

엄청난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것은 배우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그 무형의 영향력에 대해 유아인은 "내가 송강호, 황정민 선배랑 연기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연기력을 제가 따라갈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대신 "숲을 바라보는 넓은 시각, 성실한 태도 등 연기력 이상의 것을 많이 배웠다"고 부연했다.

"숙소 방 안에서,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사를 연습하는 송강호 선배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저렇게 열심히 하시는구나' 싶었다."

선배가 현장에서 보여줬던 노력을 결과물로 확인했을 때 다시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유아인은 "송강호 선배님이 창조해낸 영조를 보면서 '이야…. 내 연기는 연기도 아니다.' 싶었다. 대사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연기는 진심이 중요한 거구나를 새삼 느꼈다. 매 순간 치열하게 진심으로 자신을 내던지고, 극 밖에서는 치밀하게 자기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 나름대로 진실되게 열심히 해왔어'라며 자부해왔는데 송강호 선배를 보면서 놀라고 감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친하게 지내지는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것은 유아인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스타일 때문이었다. 그것을 '현장에서 자신을 왕따를 만드는 습성'이라고 표현했다.

"늘 어려서부터 선배들이랑 많은 작품을 해왔다. 그런데 붙임성이 없다고 해야 하나. 현장에서는 막 섞이기보다는 좀 떨어져 있는 편이다. 송강호 선배와도 첫 촬영 때를 제외하고 함께 술을 마신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틱한데 막 섞이며 친해지는 게 아니라 떨어져 있을 땐 떨어져 있다가 촬영에 들어갈 때 집중하려는 편이다. 연기하는 순간에 선후배는 없다.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는 건 불순물이니까"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고 하자 "다행히 내가 함께 일해온 선배들은 이런 것에 대해 오해하시진 않았다. 송강호 선배도 "나도 후배가 불편할 때가 있다"고 하시던걸. 촬영이 끝난 지금은 자주 선배와 술을 마시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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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골 기질? 그저 '왜'라고 끊임없이 질문할 뿐"

'사도'에서 기억에 남는 또 한 장면은 사도가 활을 과녁이 아닌 하늘을 향해 쏘며 "허공으로 날아간 저 화살은 얼마나 떳떳하냐"라고 말하는 신이다. 유아인은 그 한 마디가 사도를 대변하는 핵심적인 대사라고 말했다.

"과녁으로 날아가야 할 화살, 그게 아니라면 꿩이라도 잡아야 할 화살이 허공으로 날아간 것은 얼마나 자유롭고 떳떳해 보이느냐는 의미다. 무조건 정답이고 옳아야지만 떳떳한 건 아니지 않냐. 사도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날아가는 그 화살처럼 살고 싶었을 것이다.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유아인이 연기해온 캐릭터들은 평범한 것에서 약간은 벗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유아인은 그 모든 캐릭터가 자신을 조금씩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사도나 조태오 같은 면이 나에게 없다고는 못한다. 악마성, 추악함, 선량함, 정의로움 등 모든 인간이 가질 수 어마어마한 성질들을 다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기한다고 해서 이런 인물을 그저 흉내 내는 건 내 방식은 아니다. 결국, 내 연기는 내 안에서 출발한다"

유아인은 2015년에만 두 편의 영화 게다가 곧이어 방송될 드라마까지 그 어느 해보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잦은 노출과 소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는 단호하게 "아직도 목이 마르다. (에너지는)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배우란 존재는 불덩이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어떤 작품 안에서도 그것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한다. 늘 잔여물 때문에 속상해한다. 배우의 에너지라는 게 빠졌다 채우는 충전지 같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내안의 화가 안풀리고 있다. 그 화는 앵그리가 아니라 에너지다. 내 에너지의 소진보다는 나를 보는 사람들이 지치지 않는지가 더 중요하다.

어쩌다 보니 선 굵은 작품들이 연이어 배치됐는데...난 성격적으로 두드러지는 인물을 연기하는 걸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작품안에서 흘러가듯 연기하는 걸 즐긴다. 일상적 생활 연기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마지막 답변에서 의문이 생겼다. 강렬한 캐릭터 연기 보다는 생활연기를 더 선호한다는 그가 '베테랑', '사도'와 같은 작품을 연이어 선택한 이유 말이다.

"그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 없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내 또래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행보가 아닌 선명한 나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게 드라마 '밀회'를 시작으로 영화 '베테랑', '사도'로 이어진 것 같다. '밀회'가 없었다면 '베테랑'의 성공과 '사도'의 평가도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내가 지켜온 스타일과 해온 연기를 보여준 '밀회'가 있었기에 선굵은 두 영화를 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밀회'는 내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유아인은 어쩔 수 없는 반골 기질의 소유자다. 스스로도 인정하며 "왜라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할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기질이 오늘날 배우 유아인을 유아인 되게 했다. 그리하여 우리는 얼마나 즐겁게 이 배우의 작품과 연기를 음미할 수 있게 됐는가.

그에게 말한다. "영원히 길들지 않는 청춘이길…."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