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전도연이 회장님이라 불렸던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0.05 09:35 조회 1,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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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SBS연예뉴스 | 부산=김지혜 기자] "다들 절 회장님이라 불렀어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해도 계속…. 무안해 죽는 줄 알았네요"

배우 전도연은 지난 4월 영화 '무뢰한'(감독 오승욱, 제작 사나이 픽처스)의 개봉을 앞두고 가진 SBS 연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촬영 내내 제작진과 배우들로부터 '회장님'으로 불렸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에서 말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생각해보면 '회장님'이라는 호칭은 말뿐인 예우가 아니었다.

"'무뢰한'의 출연을 결정하고 제작사인 사나이픽처스 사무실에 갔어요. 근데 엘리베이터에 내리자마자 복도 양쪽에 직원들이 일렬로 쭉 서서 인사를 하는 거예요. 충무로 시대 때도 그렇게까진 안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얼마나 놀랐겠어요?"

전도연은 '신세계'와 같은 남자 영화를 만들어온 사나이픽처스와 일하며 독특한 풍경을 자주 접했다. 처음엔 '다신(작업을) 하지 않으리라'리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저를 굉장히 챙기고 잘해주는데 그들 방식대로 잘해줬어요. 그게 힘들다 생각될때도 많았는데 지나고 나니 오히려 정스럽게 여겨지더라고요. 또 작품하자고 한다면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그렇다면 전도연은 왜 회장님이라 불렸던 것일까. '무뢰한'을 제작한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는 "전도연 씨는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다. 우리에겐 '신세계'의 이자성 회장과 같은 존재란 의미에서 작품 시작 전부터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무뢰한

지난 2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열린 부일영화상에서 '무뢰한'은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음악상 총 3관왕을 하며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은 "'무뢰한'이라는 작품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저에게 이렇게 힘이 되고 영광을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항상 전도연을 지지해주시고 계속 지지해주실 한재덕 대표님 고맙습니다. 힘들 때 힘이 돼준 김남길씨, 박성웅 씨 감사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작품상 시상자로 무대 위에 올라 '무뢰한'을 제작한 한재덕 대표에게 트로피를 건네며 포옹했다. 한재덕 대표는 감사한 사람들을 일일이 열거하며 고마움을 전하다가 가장 마지막에 "전도연 씨가 '무뢰한'의 출연을 결정해줬을 때 오승욱 감독님과 박성웅 씨와 도산사거리에서 만세를 외친 기억이 생생합니다. 위대한 배우 전도연 씨와 함께 '무뢰한'을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라고 진심을 담은 마음을 전했다.

전도연에게 '무뢰한'은 특별한 작품이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이후 왕관의 무게와 책임감이 더해지며 작품 선택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멋진 하루', '하녀', '집으로 가는길' 등 차기작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밀양'은 여전히 넘어야 할 벽처럼 여겨진 것도 사실이다.

'무뢰한'은, '김혜경'은 그런 전도연의 갈증을 해소해주기 충분한 영화이고 캐릭터였다. 흥행의 아쉬움을 차지하고서 말이다. 특히 올해 개봉한 또 다른 출연작 '협녀:칼의 기억'이 예상 밖 완성도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에 '무뢰한'이 주는 보상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착은 부일영화상 시상식과 한국영화기자협회가 주최한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 자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칸의 여왕' 그리고 '회장님' 전도연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아름답고 뜻깊은 결실의 현장이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무뢰한'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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