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탕웨이, 이 시대 모든 여배우의 고민에 공감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0.12 10:39 조회 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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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웨이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중국의 여배우들도 다른 나라, 다른 여배우들과 똑같은 고민을 해요.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너무 없다는 거죠"

세상 모든 여배우의 고민 중 하나는 여성을 위한 영화가 많이 기획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중심의 영화계에서 여배우가 자신의 존재감과 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화나 캐릭터를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탕웨이 역시 이 고민에 공감했다. 그래서 그녀는 "손에 들어오는 모든 시나리오를 소중하게 여기고 꼼꼼하게 읽는다"고 말했다.

탕웨이는 2007년 이안 감독의 영화 '색,계'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출세작은 족쇄가 되기도 했다. 이 작품의 개봉 후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며 중국 내 활동이 어렵게 됐다. 본토에서 활동 금지령이 풀린 것은 3년 후였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일 년 평균 2편 이상의 영화를 내놓는 것도 긴 갈증의 결과다. 중국과 대만을 넘어 할리우드까지 활동 반경을 넓힌 탕웨이는 "감독에게 영화는 보배 같은 존재"라며 "최근 나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져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자신을 캐스팅해준 감독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탕웨이는 '세 도시 이야기'(감독 장완정), '화려한 샐러리맨'(감독 두기봉), '몬스터 헌트'(감독 라맨 허)까지 세 영화의 주연 자격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자신의 출연작들을 '아이'라고 표현한 탕웨이는 "이번 영화제에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아이들'을 데려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탕웨이

매년 부산영화제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지만 여러 화제나 이슈거리에 가려 행여 자신의 '아이들'이 관심을 받지 못할까 셀프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장완정 감독의 영화 '세 도시 이야기'는 성룡의 부모님 이야기를 다룬 멜로 영화다. 탕웨이는 "영화를 본 성룡이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을 흘렸다"고 반응을 전했다. 존경하는 선배의 뿌리에 관한 영화에 출연한 것도 영광이었지만 오랜 팬인 장완정 감독, 배우 유청운과 호흡을 맞췄다는 것에 더욱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저는 유청운 씨의 빅 팬이었어요. 제 주변 사람들도 다 알 정도였죠. 그러니 제가 얼마나 좋았겠어요.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너무 떨려서 말을 잘 걸지도 못했답니다. 어느 날 유청운 씨가 "당신이 나의 엄청난 팬이었다는 이야기를 외부에서 들었어요. 근데 그걸 어떻게 나 빼고 다 알고 있죠?"라고 묻더라고요. 하하. 그는 성룡의 아버지인 다오롱 캐릭터와 매우 닮아있어요. 더없이 좋은 파트너였답니다"

두기봉 감독과 함께한 '화려한 샐러리맨'에 대한 애착도 남달랐다. 특히 "'화려한 샐러리맨'의 비서 역할은 한 번도 연기해본 적 없는 캐릭터"라며 영화의 줄거리와 캐릭터에 대해 상세하게 소개했다.

"두기봉 감독님은 흑사회를 배경으로 한 누아르 영화로 유명하잖아요. 그에게도 뮤지컬 형식의 이번 영화는 색다른 도전이었을 거에요. 그런 도전에게 제가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오랜 팬인 두기봉 감독은 물론이고 최고의 스태프들이 의기투합해 완성한 영화라 애정이 많이 가는 작품이에요"

탕웨이

탕웨이를 만나기 전 영화제 인터뷰 담당자는 "사생활에 관련된 질문은 자제해달라"는 당부를 기자들에게 남겼다. 그도 그럴 것이 탕웨이는 2013년 김태용 감독과 결혼한 뒤 '태용댁'으로 국내 팬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올해 영화제는 두 사람의 행보가 일거수일투족 기사화 돼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본인이었다. 김태용 감독의 단편 '그녀의 전설' OST 수록곡 '꿈속의 사랑'을 한국어로 노래한 경험에 대해 상세하게 말했다. 

"단편 영화를 작업하시던 감독님이 어느 날 이 노래를 들려줬어요. 한국 노래인 줄 알았는데 원곡이 중국 가요(夢中人: 몽중인)인 걸 알고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신 것처럼 좋아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원곡이 중국 노래니 중국 사람인 당신이 불러 줬으면 좋겠다. 단 한국어로"라고 부탁했어요. 아직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데 행여나 감독님 작품에 민폐가 될까 봐 한국어를 열심히 배웠어요. 제 발음 때문에 관객분들이 영화에 몰입이 안 되면 어쩌죠?"

한국어 노랫말을 연습하며 가장 어려웠던 말로 'ㄹ'발음을 꼽았다. 탕웨이는 인터뷰 자리에서 '꿈속의 사랑'을 불러주기까지 했다.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탕웨이는 영화와 연기에 대한 교감을 나누던 김태용 감독과 부부의 연을 맺게 된 것에 대해 '운명'이라고 말해왔다. 결혼 2년 차, 영화에 대한 교감의 폭과 서로를 향한 애정은 한층 더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탕웨이

결혼 후 감독과 배우의 관계에 있어 변화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탕웨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저희는 할 말, 필요한 말을 다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뭐 안 맞아서 직설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직설적인 거죠. 그런 점에서 저흰 너무 잘 맞아요. 일할 때 호흡이 맞고 안 맞는 것도 인연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저흰 처음부터 잘 맞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라고 답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탕웨이는 부산을 찾을 때 특별한 기대감이나 설렘을 품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녀가 데리고 오는 것은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라고 말했다. 나머지는 텅 비운 상태로 와 빈틈없이 채워간다고 말했다. 

탕웨이가 부산에서 보낸 낮과 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바빴다. 자신의 영화 세편에 관련된 행사는 물론이고 남편의 신작 GV(관객과의 대화)에도 참석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4년 '경화연자'(警花燕子)'로 데뷔해 배우 경력 10년차에 접어든 탕웨이는 어느 덧 중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우뚝 섰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도, 힘든 가시밭길도 걸었던 지난 10년을 반추하듯 이제 막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의 말도 남겼다. 

"배우들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 일하는 모든 분이 초심을 가지고 임하면 분명 기회는 올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렇게 기다려왔고, 지금도 기다리고 있어요. 절대로 조급해 하지 마세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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