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김정화 “봉사 이미지 부담이요? 연예인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강경윤 기자 작성 2015.11.23 10:00 조회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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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아그네스는 잘 크고 있어요?”

“이젠 정말 많이 커서 안기엔 무거울 정도예요. 보고 싶어요. 우리 아그네스”

배우 김정화에게 자연스럽게 '아그네스'의 안부를 묻는다. 사람들은 아그네스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김정화와 지구 반대편의 딸 아그네스의 특별한 인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제는 아그네스라는 이름도 친근하다. 김정화를 떠올리면 아그네스와 함께 '선행'이라는 따뜻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지난 21일 종영한 JTBC '디데이'는 재난 속에서 휴머니즘을 그렸다. 김정화가 맡은 신경정신과 의사 은소율은 절벽 바위들 틈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작지만 단단하게 빛이 났다.

데뷔 15년 차 배우 김정화는 은소율을 닮았다. 10대에 데뷔해 큰 사랑을 받고 쉴 틈 없이 달려온 20대를 거쳐, 김정화는 연극 무대와 결혼 그리고 출산의 경험, 어머니를 잃은 아픔까지 묵묵히 지내왔다. 30대 김정화는 한층 더 깊어지고 진해졌다. 또 '힐링의 아이콘' 은소율처럼 따뜻하고 성숙했다.

김정화

▲ 드라마도 오랜만이고 인터뷰도 오랜만이죠?

“네.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인터뷰 자리가 꼭 수다 같아요. 그래서 재밌고 편해요.”

▲ '디데이'가 사전제작 드라마라서 종영 전에 여유 있게 인터뷰도 할 수 있네요.

“네. 사전제작은 장점이 많은 거 같아요. 제 마음도 많이 편하고요. 사전제작으로 시작했다가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 저희 팀은 잘 소화했던 거 같아요. 신기했고 이런 시스템이 참 멋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김정화

▲ 이제 여유가 생겼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아이랑 시간 보내고 내조도 하고요. ('아직도 정화 씨가 한 아이의 엄마라는 게 안 믿겨요'라고 하자) 제가 결혼한지 모르는 분들도 있으시더라고요. 조카냐고 물어보시기도 해요(웃음)”

▲ 극중 은소율은 아이 엄마는 아니었지만, 김정화 씨는 아기의 엄마가 됨으로써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는 정말 풍부해졌어요. 소율이는 저와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엄마를 여의는 장면에서는 표현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쌍둥이 미숙아 얘기가 나올 때 그런 걸 느꼈는데요. 제가 아이가 있으니까 아이를 어떻게 안을지, 또 이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많이 달랐던 것 같아요.”

▲ 아기와 함께한 촬영에서는 전보다 훨씬 달라졌겠네요.

“제가 거의 유일한 유부녀였거든요. 그래서 좀 더 편하게 촬영했어요. 20대 후반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일도 있었고, 제 인생에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경험들 덕에 이해가 가는 상황이나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 인상이 한결 평온해 보여요. 결혼이 더 안정적인 삶을 가져온 거죠?

“혼자 큰 걸 결정하는 상황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상의할 사람이 있으니까 그런 게 좋아요. 그리고 제가 뭘 하든 지지해 주니까 마음이 편안해요.”

▲ 남편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남편은 어떤 분이에요?

“결혼하기 전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꿈꿨거든요. 남편은 진지하다가도 농담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고 그래요. 자기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서 또 위트가 있고요. 저에겐 없는 부분이거든요. 그런 게 좋았어요.”

김정화

▲ 출산하고 2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건데요.

“아이가 3살까지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게 좋다고 들었는데요. 그렇게까지는 너무 오래 쉬는 것 같고, 어느 적절한 시기를 찾은 게 아이가 1살 정도 된 이번이었어요. 특히 '디데이'란 작품은 정말 매력 있고 흥미로웠어요. 의사 역할은 처음이라서 더 끌렸고요.”

▲ 데뷔 이후 첫 의사 역할은 어땠어요?

“기구를 쓰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대사 외우는 게 좀 어려웠어요. 의사 가운을 입으니까 옷을 준비할 일이 없는 건 편하더라고요. 드라마 끝날 때까지 옷 세 벌 정도 입은 거 같아요. 그리고 재난 중이니까 아예 화장을 하지 않고 싶었는데, 그래도 여배우인데 그건 아니라는 의견이 있어서(웃음) 메이크업은 최대한 내추럴하게 했어요.”

▲ 민낯 공개하는 것에 부담이 없나 봐요.

“예전에 이승연 선배님이 자는 장면에서 진짜 메이크업을 다 지우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역할을 할 때는 여배우가 아니잖아요. 그걸 포기했을 때 정말 '멋지다'라고 생각했었어요.”

▲ 30대가 됐는데 달라진 점은 뭐예요?

“어릴 때 외향적인 것에 신경을 썼다면, 30대가 되니까 아름다움은 어느 정도는 따라오는 것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을 때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이후에는 접근방식도 내면이나 성향, 표현방식 그런 것에 더 집중하고 있어요.”

▲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인 거죠?

“그렇죠. 처음 데뷔하고 5년간은 정말 바빴어요. 그 때 연극을 시작했어요.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여유가 없던 시기였는데, 연극을 하면서 생각이 많아졌어요. 공연하는 배우들은 연기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거든요.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땐 왕따 아닌 왕따도 당해봤는데요.(웃음) 그런 게 다 다져지고 깎이면서 반석이 된 것 같아요.”

김정화

▲ 힘들진 않았어요?

“보여지는 것에 연연하다 보니까 20대 중반에 슬럼프가 왔어요.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즈음이었는데, 다시 생각이 바뀌었어요.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진지하게 든 거죠. 돌고 돌아가긴 했는데 30대가 되고 보니 그렇게 돌아갔던 게 잘한 일이었더라고요.”

▲ '디데이' 촬영하면서 힘들지 않고 행복했다고요?

“왜 그렇게 좋았을까 생각해 보니, 장면들이 다 행복했어요. 보면서도 힐링이 되고요. 물론 제 연기니까 보다 보면 부족함도 보이고, 이렇게 했어야 했다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은소율이란 역할을 맡았던 것에 감사해요.”

▲ '디데이'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지길 바랐었어요?

“잘해야겠다, 혹은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시청자 분들에게 소율이라는 캐릭터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가족들도 그랬어요.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를 보내줬거든요.”

▲ 극중 소율이 어머니를 여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시청자들도 많이 울었어요.

“그 장면은 시놉에 나와 있던 장면이었어요. 그 대본을 받았을 때 '올 게 왔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어머니를 보내드린 예전의 저의 감정들이 생각나서 소율이가 더 이해가 됐어요. 소율이 어머니 상 치르고 나서 의사활동을 하는 걸 보고 김영광 씨는 '너무 일상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아닌가'라고 했는데요. 사실 저도 똑같았거든요. 괜찮은 게 아닌데 괜찮으려고 애썼고 사람들 눈에도 괜찮아 보였을 거예요. 그렇게 슬픔을 참고 다시 힘을 내면서 일상으로 돌아왔었어요. 그런 경험이 없었으면 소율을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 그런데, 아그네스는 잘 크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잘 크고 있어요. 이제 시집을 보내야 할 것 같아요.(웃음) 6살 때 처음 만났고, 그 땐 정말 작고 귀여워서 안고 다녔는데 이젠 커버렸어요. 아그네스 보고 싶네요.”

▲ 배우인데 봉사 이미지로 보여지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봉사 이미지가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에요. 또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어떤 연예인 분들은 드러내고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부끄럽고 이미지 관리처럼 보일까봐 걱정되신다고도 하세요. 이해는 해요. 그런데 저는 연예인이 됐고 그런 재능으로 세상에 위해서 당연히 재능기부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 연예인으로서 재능기부요?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는 연예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런 나눔이 좋아요. 그래서 그렇게 하는 거고요. 나눔과 소통이 될 수 있다는 걸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정화

▲ 이제 영화에도 출연할 계획이죠?

“네. 영화 '김선달'에 특별 출연했어요. 평양 기방의 최고의 여성으로 출연해요. 규수로 잠깐 나오는 역할인데요. 그런 팜므파탈의 연기도 즐거웠어요.”

▲ 작품도 보다 폭넓게 선택하는 거네요.

“시야가 달라진 거 같아요. 더 다양하게 연기하고 싶어요. 그동안 잘할 수 있는 걸 해왔다면 보다 새로운 걸 하면서 넓혀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연극, 방송, 영화에서도 다양한 연기를 해보이고 싶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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