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조수향을 주목해야 할 이유…욕심이 열정을 넘지 않기에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1.30 17:57 조회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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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향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조수향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 1회 수상자다. 당시 심사위원을 맡았던 김희애는 "이 배우를 보며 큰 자극을 받았다"고 새 얼굴의 등장을 칭찬하고 격려했다.

이후 조수향은 단막극 '눈길', 드라마 스페셜 '귀신아 뭐하니', 16부작 드라마 '후아유 학교 2015'를 통해 브라운관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1년 만에 자신을 세상에 알린 영화 '들꽃'의 여주인공으로 관객과 만났다. 

'들꽃'은 저예산 독립영화였기에 개런티도 스포트라이트도 생각하지 않고 출연한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조수향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줬다. 수상의 기쁨과 힘이 되는 선배의 칭찬, 울타리가 돼줄 소속사(매니지먼트 '이상')를 얻었다.

"촬영을 할 때만 해도 개봉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어요. 독립영화이고 밝은 이야기는 아니다 보니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년 만에 개봉을 한다고 하니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시사회 때 무척 떨었어요. 다시 제 연기를 볼 자신도 없었고요"

들꽃

'들꽃'은 메마른 땅 위에 홀로 선 세 소녀 은수, 수향 그리고 하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서울독립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스위스 제네바블랙무비국제영화제, 프랑스 모베 장르국제영화제, 북경국제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어느 날 하늘에 뚝 떨어진 기회는 아니었다. 조수향은 대학(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오른 뒤, 제 발로 찾아가 '들꽃'의 오디션을 봤다. 

"영화 속 '수향'의 전사에 관한 독백을 연기했어요. 잘한지는 모르겠지만, 크게 떨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들꽃'이 제 첫 장편 영화였는데 여자배우 세 명이 함께 이끌고 가는 영화라 부담 없이 오디션을 봤어요. 실제로 캐스팅 후 촬영장에서 다른 두 여배우와 서로 의지하며 촬영을 마쳤고요"

'들꽃'에서 세 여배우는 모두 자신의 실제 이름을 썼다. 조수향이 맡은 '수향'이라는 인물은 상처받은 영혼이지만, 자립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는 인물이다. 10대 소녀를 업소로 데려가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나쁜 어른에 맞서 들꽃처럼 여린듯 굳세게 삶을 이어간다.

조수향은 영화 전반에 걸쳐 날카로운 눈빛과 거친 언어로 불안한 10대의 삶을 연기해 냈다. 자비와 동정 없는 세상에 홀로 남겨진 그야말로 들꽃 같은 모습이었다. 

조수향

"제 이름을 딴 캐릭터라 그런지 촬영 내내 수향에게 몰입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촬영이 끝나고도 후유증이 길게 갔죠. 감독님이 미안해하실 정도로요. 원래 연기를 체계적이고 분석적으로 하는 성격이 아니라 상황과 순간에 몰입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인물에 빨리 빠져들어요"

'들꽃'은 세상에 내몰린 10대 소녀의 삶을 보여주려다 보니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이 많았다. 카메라는 쉴 틈 없이 인물을 따라붙으며 배우의 날숨소리까지 잡아냈다.

조수향은 뜻밖에도 "찍을 때는 좋았어요. 마치 카메라가 관찰자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제 호흡을 같이 느껴주는 것 같았어요. 어떨 땐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신인 여배우가 얼굴 깊숙이 들어오는 카메라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다는 건 의외였다. 그건 아마도 카메라보다 더 매서운 눈을 가진 관객과의 호흡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이다.

조수향은 계원예고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연극학과에 입학하며 배우가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특히 대학에서 수많은 연극 무대에 오르며 실전 감각을 익혔다.

조수향

"어릴 때는 '나 연예인 되고 싶어' 정도의 관심이었던 것 같아요. 예고를 간 것도 교복이 예쁘고, 학교 수업도 재밌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었죠. 그러다 김희송 선생님을 만나면서 연극, 연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어요. 대학에 입학에서는 공연에 집중했어요. 연기라는 건 학문보다 실전이 중요하니까요. 무대에서 집중해서 연기하는 것이 곧 저 자신을 다스리는 과정이에요. 그땐 연예계 진출보다는 '난 배우가 될 거야' 하는 마인드가 확고했죠"

올해 나이 25살, 어느덧 연예계 데뷔 2년 차다. 조수향은 "활동이 재밌다기보다는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던 것 같아요. 이 일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라면 졸업해서 취업할 나이인데 저 역시 사회초년생처럼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적응해 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라고 2년간의 연예계 생활을 돌이켜봤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겸손이 깃들여졌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은 확고했다. 어떤 역할이 됐건 연기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고도 말했다.

"어떤 역할이든 겁나지 않아요. 하면 다 하죠. 하지만 그 연기를 '잘' 해내지 못할까봐 두렵긴 해요. 사실 그것보다 더 큰 두려움은 '나에게 기회가 올까' 같은 막연한 걱정이에요. 백지상태로 비우고 있다가 기회가 주어지면 푹 빠져서 해야죠"

조수향

조수향에게 좋아하는 배우를 물었다. 그 답에서 이 배우의 색깔과 지향점이 드러나는 듯했다.

"공리요. '5일의 마중'이라는 작품을 봤는데 그동안 어떤 여배우에게도 보지 못했던 연기를 본 느낌이었어요. 무릎을 꿇고 싶을 만큼 그녀의 연기는 탁월했어요. 20대 부터 50대에 이르는 공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세월의 흐름에 따른 숙련됨을 느낄 수 있어요.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나이가 들고 주름이 많이 생기면 연기는 관둬야겠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공리를 보며 주름이 그렇게 멋지고 아름다울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연기하며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우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눈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다. 공리처럼 여린 듯 강단 있게 연기 세계를 펼쳐나갈 열정적인 배우의 성장을 기대한다. 무엇보다 이 배우는 욕심이 열정을 넘지 않는다. 다소 더디더라도 폭넓게 재능을 펼칠 것 같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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