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소문난 영화 '시카리오'는 왜 설 자리가 없나

김지혜 기자 작성 2015.12.14 12:20 조회 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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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리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손에 꼽을 만한 수작이다.

'시카리오'는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세 요원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대립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선과 악, 수단과 목적에 대한 인간의 딜레마를 밀도 높게 그리며 범죄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을 최대치로 선사한다.   

'그을린 사랑'으로 유명한 캐나다 출신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할리우드의 장인 로저 디킨스가 촬영을 맡았으며 베네치오 델토로와 에밀리 브론트, 조쉬 브롤린 등이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지난 5월 폐막한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했고, 뉴욕비평가협회와 워싱턴 DC 비평가 협회 등이 '올해의 영화' 10선으로 꼽았다. 

'시카리오'는 지난 3일, 국내 개봉했다. 영화의 수입과 배급은 국내 4대 배급사 중 한 곳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았다. 올해부터 파라마운트의 영화를 배급하고 있는 롯데는 이례적으로 라이온스 게이트의 영화를 수입, 배급했다. 이 영화의 작품성과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의미다.  

개봉 직후부터 SNS와 포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올해 최고의 영화",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시한폭탄 같은 작품"이라는 평가가 관람객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구전효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상영관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불만도 속속들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CJ와 메가박스에서는 오전 시간대의 상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롯데시네마 역시 개봉 첫 주에는 일부 상영관과 예술영화 전용관인 아르떼 위주로만 온관을 배정했다. 

시카리오

영화의 배급을 담당한 롯데의 한 관계자는 "극장을 소유하고 있다지만, 철저하게 상업 논리에 의해 배급을 한다"면서 "'시카리오'가 수작임에는 틀림없지만, 무조건 관을 많이 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물론 극장 주 입장에서는 예매율, 좌점율이 상영 회차의 제 1위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카리오'는 극장의 외면을 받을 만큼 형편없는 성적을 찍었을까.

'시카리오'는 개봉 첫 주 10% 중반의 좌점율을 기록하다 2주차 주말인 12일에는 28.0%의 좌석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날 '내부자들'(23.2%)보다 높은 수치였다. 입소문 효과를 제대로 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겨울 대작이 본격적으로 개봉하는 시기는 12월 중순. 11월 중순부터 극장가는 사실상 비수기였다. 중박 사이즈의 한국 영화가 연이어 개봉했고, '내부자들'을 제외하고는 단 한 작품도 100만 명을 돌파하지 못했다.

지난 10월 '특종' 이후 롯데의 한국 영화 개봉작은 없었다. 간판으로 밀어야 할 자사의 한국 영화도 없었던 시기에 '시카리오' 배급 및 마케팅 전략을 적극적으로 펼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밖에 없다.  

롯데는 '시카리오'를 수입하며 내심 '제2의 위플래쉬'를 기대했을 수도 있다. 올 초 쇼박스는 '위플래쉬'로 전국 150만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트린 바 있다.

두 배급사는 비수기 극장가에 작품성과 재미를 겸비한 외화를 배급했다. 하지만 전략과 성과 면에선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카리오'는 개봉 3주차에 접어들었고, 스크린은 개봉 주 대비 반토막(110여 개)났다. 소문난 영화가 소리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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