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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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셀러브리티]루시드폴 "제 강점...가창력? 음악에 대한 연정이죠"

작성 2015.12.29 15:48 조회 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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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폴

[SBS연예뉴스 | 이정아 기자]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사람이 있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고 가끔 나누는 한두 마디에도 위로를 느낄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사람이 있는데 루시드폴이 아마 그런 사람이 아닐까 싶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루시드폴, 그런 그가 일곱 번째 정규 앨범 '누군가를 위한,'을 갖고 돌아왔다. 약 2년 만이다. 그것도 획기적인 기획으로 돌아와 많은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바로 홈쇼핑을 통해 앨범과 직접 만든 귤을 함께 묶어서 파는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은 시도를 한 것이다.

순식간에 준비한 앨범과 귤 세트를 팔아치우며 '완판남'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잔잔하지만 재미있고 심심하지 않은 남자 루시드폴의 이야기를 '이정아의 셀러브리티'에서 공개한다.

# 이번 앨범은 동화 '푸른 연꽃'이 실린 책과 동화의 사운드트랙을 포함해 15곡이 담긴 CD가 묶여 있어요. 타이틀곡은 '아직, 있다.'입니다. 정말 꽉 찬 느낌이 들어요.

“다른 앨범 때보다 타이틀곡이 비교적 명확해졌어요. '아직, 있다.'라는 곡이 타이틀곡이 됐고 1집 이후 처음으로 앨범 발매와 비슷하게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경사스러운 일이 생겼어요.(웃음) 이번 앨범은 지난 2년 동안의 기록물이에요. 지난해 책에 담긴 동화를 먼저 쓰고 동화에 맞는 곡들을 쓴 다음에 노래를 썼기에 루시드폴이라는 한 뮤지션이 만들어낸 창작물의 모음집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루시드폴

# 2년에 한 번꼴로 새 앨범이 나오고 있어요.
“2년보다 더 빨리 자주 앨범을 낼 자신은 없고 2년이 지나면 뮤지션으로 나태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앨범을 만든 사람으로서는 2년이라는 시간이 길지가 않은 것 같아요. 뭐 하다 보면 반년이 훅 지나가요. 어떻게 보면 최소한의 기간으로 본 게 저는 2년입니다. 앨범 작업하면 쉬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면 사실 작업기간은 1년 정도인 거죠. 앨범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사람으로 성장하고 변화해야 하니까 저한테는 2년이라는 시간이 맞지 않나 싶어요.”

# 제주도로 내려가 귤 농사도 직접 짓고 계시잖아요.
“지난해 내려가서 어쩌다 보니 제주도 서쪽에 자리를 잡게 됐어요. 인연이라는 게 신기한 게 집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우연찮게 그 마을에 갔는데 어떤 할아버지를 만났고 농사지으며 일 도와주고 그러면 굶어 죽는 일은 없을 거라는 말을 듣게 됐어요.(웃음) 그 마을이 정말 좋았고 인연이 닿는 집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동네 친구들도 알게 됐죠. 그러면서 밭농사를 하게 됐고 정신없이 밭농사 하다가 곡 작업도 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까 농장 빌린 것만 하겠다 해서 귤 농사만 짓게 됐습니다.”

# 어떻게 앨범과 귤을 세트로 엮어서 판매할 생각을 하셨죠?
“사는 게 재미있는 게 저도 제가 2년 전에는 농사를 지을 줄 몰랐어요.(웃음) 계속 앨범 형태로 음반을 발표할 거라면 앨범을 사는 팬들이 더 재미있게 살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차별점을 두고 싶었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2년 동안 제가 생활한 것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귤을 어떻게 담을 것이며 어떻게 배송을 해야 하는지 등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 홈쇼핑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요. 방송에서 귤 모자도 직접 쓰고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혹시 망가진다는 생각에 걱정도 했을 것 같은데요.

“앨범 작업을 하다가 오랜만에 회사 식구들과 밥을 먹으면서 나온 이야기예요. 유희열이 어차피 방송 활동 안 할 거면 홈쇼핑에서 진하게 한 번 하고 끝내라는 말을 농담으로 했는데 그 말이 너무나 솔깃했어요.(웃음) 어려움이요? 말도 마세요. 그동안 없었던 일이기에 CD만 내고 할 때보다 10배 이상 힘들었어요. 다음에 또 한다고 하면요? 아마 회사에서 쫓겨날걸요.(웃음) 귤 모자는 일단 제가 쓴다고 했고요, 거부감은 전혀 없었습니다. 망가졌다고 생각도 안 하고요.(웃음) 그런 것은 없었지만 혹여나 본뜻이 곡해될까봐 걱정은 했죠. 팬들이 싫어할까봐. '왜 그러세요' 그럴까봐 그것도 걱정이었고요. 계속 했던 이야기는 라이브로 진행하고 음악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에요. 몇백 개를 더 팔고 그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이것에서 벗어나면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죠. 40분 동안 앨범 이야기를 하고 라이브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사실 없잖아요. 진정성이 잘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습니다.”

루시드폴

# 결혼도 하고 제주도로 이사도 하고 새 앨범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결혼 전과 많은 것이 달라졌겠네요.
“너무 많이 바뀌었죠. 정말 다 바뀌었습니다. 일단 제주도로 이사하니까 차가 안 막혀요.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10년 된 픽업트럭 같은 것을 타고 다니니까 승차감도 조금 안 좋아졌죠.(웃음) 무척 조용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거의 없고 아내랑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외식할 일이 없고 집에서 먹고 그러니까 음악 듣고 생각하고 그런 시간도 훨씬 많아졌고요. 굳이 결혼이라서가 아니고 결혼을 해서 한 사람의 남편이 됐다는 게 가장 크고 가족이 두 배가 됐다는 게 변화지만 그 외에도 달라진 게 너무나 많네요.”

# 스스로 생각하기에 뮤지션으로서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가창력? 농담이고요... 너무 잘하는 분들이 많아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아직까지 음악이 너무 좋다는 거요? 그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못 견디게 좋아서 음악을 시작하는데 이게 한결같이 좋기가 힘들잖아요. 음악을 얼마나 잘하나, 타고났느냐의 문제도 있지만 여전히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음악에 대한 연정 같은 것을 오래 간직한 사람이 음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를 봤을 때 저는 참 다행이고 제가 뮤지션이구나 하는 것을 자각할 때는 지금의 제 모습이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래요.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행이면서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번 앨범을 내놓으면서 혹시 소망 같은 게 있다면요.
“큰 거부감 없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편하게 들어도 기분 전환이 되는, 뭐 하나라도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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