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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과는 합의금으로만 받아”…강용석, 네티즌 수백명 형사 이어 민사진행

강경윤 기자 작성 2016.01.11 09:53 조회 5,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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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다른 방식의 사과 거부…건당 합의금 100만~300만 원 요구
피해대책 모임에만 100명 이상 모여
변협 진정 요구 및 집단 반발 예상

“연예기사를 보고 너무 화가 나서 태어나서 처음 기사에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고 고소를 당했습니다. 강용석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했더니 다른 사과는 필요 없대요. 결국엔 합의금을 얘기하더군요. 처음에 200만 원을 불렀습니다. 빚이 많아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라고 말했어요. 원하신다면 직접 만나거나 반성문으로라도.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도 다 하겠다며 용서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습니다. 자기넨 그런 사과는 필요 없다고 합니다. 통사정을 했더니 정 그러면 100만 원대까지 깎아주겠대요. '강용석'이란 이름이 써진 계좌번호를 보내더군요. 안 그래도 다 포기하고 싶은 상태에서 정말 막막했어요. 합의금 줄 돈도, 변호사 선임할 돈도 없습니다. 한 달째 잠을 못 잡니다. 검찰 넘어가면 저는 전과자가 되는 건가요?”(네티즌 A씨)

강용석 변호사가 네티즌들 수백 명에 대한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다. 죄목은 친고죄인 모욕죄. 자신을 비롯해 불륜설에 휘말린 모 파워 블로거, 20대 성추행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은 개그맨 조원석, 대리기사 폭행으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은 영화배우 정운택 등 기사에 시민들이 모욕적인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였다. 고소장이 접수된 관할이 분포돼 있어 전체 고소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강용석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한 유명인 악플 고소 사건만 최소 700건, 심지어 1000건이 넘는다는 진술들이 수사기관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의 고소전(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모욕죄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 때문에 합의에 응하지 않은 네티즌들에 대해서 추가 민사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강용석은 조원석을 대리해 50명 가까운 사람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네티즌들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조원석을 대리하는 강용석 변호사는 무혐의를 받은 이들에게조차 각각 15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용석

합의 과정도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다수의 피고소인들은 “절차상 합의를 위해 경찰조사를 마친 뒤 강용석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면 100만~300만 원의 합의금액을 요구한다. 합의금 외 다른 방식을 물으면 '전혀 없다'는 말이 돌아온다. 합의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의 대상이 되며 그럴 경우 변호사 비용과 재판에 6~7차례 불려갈 수고로움이 있을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인다.”며 “소시민에게 소송 절차가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 줄 알기 때문에 그 두려움에 서둘러 돈을 입금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도 넘은 악플에 대해 강경하게 처리하는 방식이 사회적 문제로 공감을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강용석 변호사 사무실이 진행하고 있는 소송의 대부분 피고소인은 해당 댓글이 왜 '악플'로 형사고소까지 당했는지 모를 정도의 수준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용석은 “아이들을 거론한 심각한 모욕성 댓글을 고소했다.”고 밝혔지만, 형사고소 대상이 된 댓글 대부분은 직접적 욕설이 포함되지 않았다. “아이들까지 방송에 공개해놓고 처신이 왜 그렇냐.”, “도도맘 때문에 강용석 새 됐네.”(강용석이 고소·무혐의), “영상 보니 완전 쓰레기네.”(정운택이 고소·기소유예), “성추행? 생긴 대로 노네”(조원석이 고소·경찰 조사) 등 (정확한 내용은 2차 고소피해를 막기 위해 공개하지 않음) 악플보다는 질타성 비난 가까운 댓글들이었다는 게 피고소인들의 입장이다.

합의를 거부했다가 민사소송까지 당했다는 한 네티즌들은 하루아침에 전과자로 전락하게 된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 쉬었다. 한 네티즌은 “대한민국 법에 따르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람에게 '참 아름다운 행동을 하십니다'라는 말만 해야 하는 거냐.”며 눈물을 흘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더니, 강용석 변호사의 행동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경기불황을 겪는 서민에게 100만원이 얼마나 큰돈인 줄 아는가. 자신은 '불쾌감을 준 것만으로도 사과한다', '아나운서 비하발언을 해 반성한다'는 말로만 사과하더니, 네티즌에게 사실상 돈 가지고 와야 합의한다는 '합의금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강용석

또 한 가지 문제는 악플러 고소라는 명목하에 수백 건의 모욕죄 고소진행으로 수사일선에서는 업무 과부하로 신음하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관은 “특정 법무법인을 통해서 고소장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왜 진행이 되지 않느냐'는 항의까지 하더라. 보이스피싱 등 심각한 서민 범죄를 담당해야 할 경찰들이 악성댓글 조사하는 데 투입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형사고소를 당한 시민들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강용석에게 고소를 당한 사람들의 피해 모임'(가명)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추가 고소를 피하기 위해 비공개로 운영 중이다. 한곳에만 벌써 100명이 넘는 피고소인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사실상 고소 남발과 합의의 방식으로 금전만 요구하는 강용석 변호사 사무실의 고소 및 고소 대리 행태를 자제시킬 수 있는 현실적 규제를 촉구하고 있다. 향후 대한 변호사 협회에 진정 및 법적 대응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민 변호사는 “수사관행을 보면 해당 인터넷 댓글들이 모욕죄 성립될 가능성이 높지만 해당 댓글들은 상대방을 이유 없이 욕하기 위해서 댓글을 썼다기보다는, 그들이 한 사회적 행위에 대해 질타하고 꾸짖기 위해서 한 행동이다. 그런 댓글 행위에 대해서 모욕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강용석 변호사에 대해서는 “공인은 일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책과 사생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하고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비판을 한 사람들을 일반인의 수준으로 모욕죄로 적용해 고소를 남발하는 행위는 문제로 지적될 만하다.”고 밝혔다.

또 “모욕죄나 명예훼손법과 늘 상충되는 게 표현의 자유다. 가장 우려되는 바는 특정 사안이나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을 모아서 소송을 제기하면 크게 두 가지 효과가 생긴다는 점이다. 하나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합의금이 발생한다는 점이고, 하나는 그런 댓글들을 다는 행위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생긴다는 점이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고 문제제기 하지 말라'는 경고가 되는 것이다. 이런 경고 행위는 당연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설명했다.

일부 연예인들에 이어 일반인들에게까지 모욕죄 고소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를 형사처벌 규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는 의사표현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고, 더 나아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마저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의사표현에 국가가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키기 위하여 모욕죄와 명예훼손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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