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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윤기자의 TV감수성] 라미란, 우리들의 아줌마를 위하여

강경윤 기자 작성 2016.02.05 11:33 조회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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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란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호피무늬 카디건에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를 한 여성. '우리 집에도 도둑이 있다.'며 짓궂게 남편 험담을 늘어놓다가도 저녁 때가 되면 가족들을 위해 저녁상을 차리며, '밥 안 먹을래요'란 아들을 뒤로하고 방문을 조용히 나서는 여성, 우리들이 흔히 보는 '아줌마'의 모습은 이렇다.

배우 라미란은 여배우의 특권인 젊음과 미모를 무기로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다. 우리들 사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함과 어떤 배우들과 함께해도 이질적인 느낌이 없는 편안함이 그녀의 매력이었다. 라미란은 어느 순간부터 친근한 아줌마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tvN '응답하라 1988'에서 라미란 역은 배우 라미란의 매력의 응축이라고 볼 정도로 그녀의 다양한 매력을 담아냈다. 젊고 화려한 미모의 여배우들 사이에서, 대체 불가한 매력을 뽐내는 라미란의 진짜 얘기들을 들여다봤다.

라미란

# “'라미란 남편' 그거 미담 아니에요.”

최근 SNS에 '라미란 남편'이란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라미란이 한 방송에서 남편의 직업을 설명하면서, “노가다(일용직 건설노동) 해요.”라고 말한 부분이 크게 회자된 것. “건설업에 종사하시냐.”는 질문에 라미란은 다시 한 번 “아니오. 노가다 해요. 그게 왜 이상한가요?”라고 답변했다.

“남편 존중 발언인가, 그런 거 자꾸 나오는데요. 저 그런 의미에서 말한 거 아니에요. 그건 너무 아름답게 꾸며주신 거고요. 저는 그냥 이런 사람이에요. 있는 그대로. 여러분들이 느낀 그대로, 그냥 그런 사람이에요.”

# “나는 NG가 거의 없는 배우”

'응답하라 1988'의 명장면은 다양하지만, 치타여사 라미란의 최고의 명장면은 바로 '전국 노래자랑' 출전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라미란의 연기 내공, 특히 능청스러움과 억척스러움 그 사이의 어느 지점을 정확히 묘사한 장면은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줬다. 

“그게 그렇게 재밌는 장면일 줄 몰랐어요. 미란이 입장에서 5년 전에 떨어지고 정말 이를 갈고 나왔을 부분이었거든요. 정말 절실했을 테니까 그렇게 입반주를 하면서 했을 거예요. 그 장면이 그렇게 웃길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NG요? 저는 거의 NG가 없는 배우인데(웃음)”

라미란

# “아줌마 역이요? 처음부터 아줌마였는데요?”

라미란은 처음부터 미모나 젊음이 무기가 아니었다. 그동안 맡은 역할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영화 '친절한 금자씨'부터 드라마 '응답하라 1988'까지 숱한 역할들이 아줌마가 기본이었다. 하지만 그 역할들이 하나도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줌마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변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제가 애드리브가 좋은 배우인 줄 알지만 사실은 써주시는 대로, 대본에 충실한 스타일이에요. 이번 역할이 아줌마라고 해서 특별히 준비한 건 없어요. 이미 저는 처음부터 아줌마로 시작을 했기 때문에 상황에 충실하려고 해요. 보통 아줌마 캐릭터라고 하면 수다스럽고 우악스러운데 그 반대로 하려고 했어요. 매번 조금씩 예상을 빗겨가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죠.”

라미란

# “치타여사? 나의 모습과 닮았다”

치타여사는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중 하나였다. 남편 성균과 티격태격하지만 여자로서 충분히 아름다웠으며, 아들들의 굳건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카리스마 있는 엄마의 모습도 가졌다. 많은 대사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유난히 치타여사 라미란의 가슴을 울리는 몇 마디 대사는 여전히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치타여사와 제 모습이 닮은 부분이 많아요. 작가분이나 감독분이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걸 참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평소에도 잘 웃지 않아요. 웃기는 사람 앞에서 '조금 더 해봐.'라고 말하는 그런 게 있어요. 많이 갖질 못해서 퍼주고 그런 건 못하지만 항상 그러고 싶은 마음이에요.”

라미란

# “작품 성공한 건 내 덕 아냐”

'응답하라 1988'은 케이블 드라마로는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다. 그 성공을 두고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배우 라미란의 역할 역시 있었다. 하지만 라미란은 '드라마의 성공은 자신 때문이 아니다'라고 손사레를 쳤다.

“작품이 잘된 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이 성공은 제 덕이 아니에요. 이 드라마를 놓고 '내가 이만큼 올라왔구나' 하는 생각은 없어요. 제 배우생활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거예요. 배우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항상 부담이 있고 위험하지만, 제가 거기에 휘둘리고 싶진 않아요. 기회가 되면 멜로는 꼭 해보고 싶어요. 선남선녀가 하는 멜로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멜로요. 배가 나오면 나온 채로, 그냥 있는 그대로 내 친구 얘기를 듣는 것 같은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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