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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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날 보러 와요’는 끝나지 않는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6.02.19 16:18 조회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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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보러와요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연극 '날 보러 와요'는 분주한 경찰서 내부를 배경으로 한다. 목적은 단 하나, 범인을 찾고 진실을 좇기 위해서다. 

개막 20주년을 맞은 연극 '날 보러 와요'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미제사건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은 1986년 9월경 발생한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불특정 다수의 여성 10명이 차레로 강간 살해된 전대 미문의 일이었다. 훗날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이 크게 흥행하면서 이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사건이자, 아직도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날 보러 와요'는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답답함과 간절함이 주요 내용이다. 사각으로 된 무대에 꾸며진 경찰서 내부 모습과 이따금씩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30년 전 화성의 어느 공간으로 관객들을 인도한 듯하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와 연극은 같은 주제지만 전혀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화가 경찰서는 물론, 범행현장, 범인의 은신처 등 다양한 공간을 배경으로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이뤄져 있다면 연극은 등장하는 3명의 용의자들의 진술이 주다.

한마디로 영화가 사건에 집중했다면 연극은 범인을 쫓는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는 것. 또 다른 점은, 사건을 기록하고 관찰하는 역할을 하는 박기자와 연극에 희극적 부분을 담당하는 다방 종업원 미스김, 용의자로 지목된 남편을 둔 남씨 부인 등이 내러티브의 한 축을 담당한다는 것이다.

20주년이 지나도 연극 '날 보러 와요'가 여전히 관객들의 발걸음을 잡는 이유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연극은 새롭게 투입된 YB팀과 10년 이상 극을 이끌어온 OB팀으로 나뉘어 라인업이 정해졌다. 수사반장 역할의 손종학의 뒷심 있는 연기와 용의자 멀티역을 소화한 이현철의 개성 있는 연기 등은 앞으로 끌고 뒤에서 밀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숨 가쁘게 진행되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경찰서 사람들의 분주한 모습이다. 마치 다시 막이 오르면 움직일 사람들 같다. 미제사건이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는 끝이나지 않는 것처럼, 진실을 좇는 '날 보러 와요' 역시 끝나지 않는다. 명동예술극장에 올려진 '날 보러 와요'는 오는 21일 막을 내린다. 범인이 잡히기 전에는 멈출지언정 끝나지 않을 화성연쇄살인 사건처럼, 범인을 좇는 '날 보러 와요' 역시 끝나지 않는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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