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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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테일 오브 테일즈' 伊 셰익스피어, 판타지 영화와 만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5.03 10:36 조회 7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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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오브테일즈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테일 오브 테일즈'(감독 마테오 가로네)는 제목처럼 세 개의 주요한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이어지는 이야기다. 익숙하고도 낯선 이야기와 기괴한 상상력이 한데 어우러진 이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왕과 젊음을 잃어버린 자매, 아버지의 실수로 거인과 결혼하게 된 공주 등 결핍을 가진 인간이 삶의 불행을 극복하고자 하면서 벌어지는 파국을 그린 잔혹 동화다.

세 왕국의 독립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각 에피소드가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은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욕망의 대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이 순리를 거스를 때 일어날 수 있는 처절하고 혹독한 결과를 영화는 자비 없는 전개로 그리고 있다. 

아들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강렬한 욕망, 세대 간의 갈등이 빚어낸 불행한 사건 등은 수백 년 전 이야기임에도 현대 사회의 풍자처럼 보인다. 이것은 영화가 시대와 세대를 넘어선 인간의 본성을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테일

특기할 만한 점은 폭넓은 상상력의 세계를 다룬 판타지물이지만 고전적 방식으로 상상력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피사체들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만,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공간은 대부분 현실에 발을 딛고 있다. 화려한 궁전과 남루한 마을, 신비의 숲과 영물이 사는 바닷속과 같은 공간은 실재하는 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판타지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시각적 효과는 완벽하게 구현된 미술과 의상을 통해 극대화시켰다. 고딕풍의 화려한 의상은 스페인 화가 벨라스케스와 램브란트의 영향을, 프로덕션 디자인은 고야의 판화 연작 '로스 카프리초스'의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이탈리아 바로크 시대의 작가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민화집 '펜타메론' (Pentamerone)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바실레는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작가로 그림 형제, 안데르센, J.R.R 톨킨 등 후대 작가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테일 오브 테일즈'는 바실레의 동화 중 세 가지를 골라 영화화했다. 원작은 에로티시즘과 폭력성, 우아함과 기괴함, 명예로움과 음란함을 한데 섞어놓은 방식을 취하며 윤리성과 사회적 관습에 대한 문제 의식을 담고 있다.   

테일

영화의 연출을 맡은 마테오 가로네 감독은 2008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작인 '고모라'로 국내에 알려진 감독이다. 이탈리아 나폴리 마피아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충격을 안긴 가로네 감독은 2014년 '리얼리티:꿈의 미로'에 이어 다시 한 번 판타지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은 400년 전 동화를 모티브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환상과 실제의 조화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기 때문"이라면서 "인간의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면서도 현대 사회를 예리하게 풍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 역시 멕시코 출신의 셀마 헤이엑, 프랑스 출신의 뱅상 카셀, 스테이시 마틴 등 다국적 배우를 캐스팅해 보는 즐거움을 강조했다.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잠바티스타 바실레와 젊은 영화 거장 마티로 가로네가 만들어 낸 잔혹 동화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로 대표되는 판타지 영화의 흐름과는 다른 신선하고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이 작품은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이탈리아의 오스카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비롯해 7개 부문을 수상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33분, 개봉 5월 19일.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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