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뮤지컬 ‘파리넬리’ 루이스 초이-박소연 “어디 내놔도 뿌듯한 작품”

강경윤 기자 작성 2016.05.10 14:29 조회 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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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넬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비운의 카스트라토를 조명한 뮤지컬 '파리넬리'가 창작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여성 소프라노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폭발적인 음색을 뽐내는 파리넬리 역에는 카운터 테너 루이스 초이가, 파리넬리의 영원한 첫사랑이자 남장여성 성악가 안젤로 역에는 배우 박소연이 각각 캐스팅됐다.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의 한 모습을 뚝 떼어 무대로 올리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재성을 가진 음악가로서의 비운의 삶 그리고 곁을 지키는 안젤로와의 순수한 사랑 등 보편적인 감정이 주는 감동이 더 크기 때문. 초연에 비해 파리넬리와 안젤로의 드라마적 요소가 더해지면서 '파리넬리'는 한층 더 성장했다.

배우들이 땀과 눈물을 쏟아낸 '파리넬리' 공연 직후 남녀 주인공인 루이스 초이와 박소연을 대기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성악을 전공했고 이후 독일에서 유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점은 이뿐이 아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뮤지컬에 도전했고, 개성을 장점으로 변화시켜 스스로 힘으로 현재의 자리에 왔다는 점도 같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두 배우와 뮤지컬 '파리넬리'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땀으로 흠뻑 젖은 루이스 초이에게 첫 질문을 건넸다.

Q. 커튼콜 때 루이스 초이 배우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루이스 초이 : 평소에도 그렇지만 오늘은 더욱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배우들이 끊지 않으면 박수가 끊어지지 않을 정도로 관객들이 푹 빠지셨던 것 같다. 후반에 감정이 벅차오르면서 눈물이 터졌는데 끝까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웃음)

파리넬리

Q. 배우들이 작품에 갖는 애착이 굉장히 큰 것 같다. 단 3주간의 공연인데, 그동안 루이스 초이와 박소연 배우의 호흡은 어떤지 궁금하다.

루이스 초이 :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정말 좋다. 연습 때부터 좋았다. 소연배우가 극중 남장을 하지 않나. 소연배우가 너무 남성성이 드러나게 표현해도 어울리지 않을 텐데 적절하게 남장 속에서도 여성성을 잘 표현한다. 파리넬리 눈에는 안젤로가 여성으로 보여야 한다. 소연 배우는 그 미세한 감정 표현을 잘하는 것 같다.

박소연 : 둘의 호흡은 정말 좋다.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하듯 가볍게 어깨를 토닥였다.) 공연 준비를 시작할 때 처음으로 프로필을 찍으면서 만났다. 루이스 초이 배우의 첫 느낌은 되게 강했다. 그런데 나에게 웃으면서 '잘 부탁한다'며 포옹을 해줬다. 루이스 배우의 오픈마인드가 자칫 냉랭할 수도 있던 작품의 분위기를 잘 녹여준 것 같다. 도도할 것 같다고? 전혀 그렇지 않고 따뜻한 배우고 좋은 오빠다.

박소연의 말에 루이스 초이는 비하인드가 있다며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박소연에게 느낀 첫인상과 교감에 대해 털어놨다.

루이스 초이 : 사실 배우들도 첫 만남 전에 사전조사를 하지 않나. 박소연 배우에 대해서 알아봤는데 나와 같은 성악 전공이고, 또 내가 유학했던 독일의 옆 동네(?)에서 공부도 했더라.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내가 힘들여 걸어왔던 건 10여년 전에 먼저 겪고 꾸준히 해왔던 배우라는 걸 알고는 더 친근함이 들었다.

박소연 : 루이스 초이야말로, 클래식을 전공했고 실력있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지 않나. 그런데 직접 만나 보니까 친화적이고 정중한 면이 많은 배우였다. 같이 독일 유학을 한 것에 대한 공감대도 물론 있다. 독일 유학한 지 좀 돼서 독일어를 많이 잊어버렸는데 가끔씩 루이스 배우를 만나면 독일어를 하기도 한다(웃음). 

파리넬리

두 사람은 독일어로 한마디씩 농담을 주고받았다. 성악을 전공한 뒤 뮤지컬에서 꾸준히 노력해 온 두 사람만의 애틋한 동료의식이 엿보이는 장면이었다.

Q. '파리넬리'에서 루이스 초이는 파리넬리를, 박소연은 안젤로 역을 맡았다. 파리넬리는 거세당한 트라우마를, 안젤로는 여성 성악가가 허용되지 않던 시기에 성별을 숨기고 남자로 신분을 숨겼던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두 역할 모두 배우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테다.

루이스 초이 : 카운터테너로 성악을 했기 때문에 카스타토의 소리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있지만, 나에게도 압박감은 크다. 그래서 파리넬리를 표현할 때 더 애절하게 느껴지는 게 있다. 이런 말하면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파리넬리 그 자체다.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매회 지나가는 게 아쉽고 에너지를 다 쏟게 된다. 한 회를 마치면 슬프기도 하고 그래서 더 행복하기도 하다. 

박소연 : 내가 맡은 안젤로는 '파리넬리'에서 가상의 인물이다. 드라마의 진행을 위해서 들어온 캐릭터다. 전작인 '투란도트'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내가 남장여자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모두 깜짝 놀랐고 나 역시 반신반의했다. 그래서 루이스 초이에게도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다행인 건, 극중 안젤로가 만나는 인물들은 안젤로가 여자임을 알고 있는 파리넬리와 헨델 등이다. 그래서 목소리 톤이나 행동에 대해서 그런 부분을 반영했다. 

루이스 초이 : 이제와서 말하지만 박소연 배우가 나오는 '투란도트'를 봤다. 그리고 '저 여자는 누구지?'라고 생각했다. 정말 멋있었고 실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때는 팬의 심경으로 봤는데, 우리 공연에서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액티브하게 변신한 걸 보고 박소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 

Q. '파리넬리'는 오페라적 요소가 많고 음악도 난도가 높은 편이다. 배우들 입장에서도 쉽지 않았을 텐데. 

박소연 : 2막 초반에 나오는 '신은 왜 나를' 듀엣하는 신이 가장 어려웠다. 고음역대를 유지해야 하는 데다 노래를 부를 때 감정이 굉장히 격해져 있어야 한다. 어떤 보이스 컬러를 내야 할지, 또 어떻게 호소력 있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부르면 카타르시스도 많이 느낀다.(웃음) 

루이스 초이 : 루이스 초이에게 '제일 쉽겠다'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어렵다. 전공을 했지만 매번 '울게 하소서'를 부를 때마다 많은 긴장감이 있다. '카운터 테너니까 당연히 잘하겠지?'라는 마음으로 보는 관객들의 기대치를 어떻게 충족해야 할지, 완벽해야 하는데 실수를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가장 어렵다. 

박소연 : 많은 기대치에 부응을 한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더욱 기립박수가 터져나오고 그러는 것 같다.

파리넬리

Q. 초연 때 3관왕을 차지하며 창작 뮤지컬로 호평을 받았는데, 재연에서는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루이스 초이 : 소연 배우와도 얘기했는데, 초연과 재연이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안젤로의 역할이다. 안젤로와 파리넬리의 우정과 사랑이 어떻게 꽃피웠는지, 그 개연성과 소소한 드라마가 잘 보완됐다. '상처, 비밀을 나눠 가진' 안젤로와 파리넬리의 관계가 더 잘 설명이 됐기 때문에 재연에 몰입하기가 더 쉬워졌다. 

박소연 :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초연 때는 안젤로의 아역이 없었는데 재연에서는 아역이 추가됐다. 파리넬리가 거세당하는 장면에서 안젤로의 아역이 등장한다. 그래서 드라마가 더 끈끈해졌다. 아직 안젤로의 감정이 점프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시즌3, 4로 가면서 안젤로의 부분이 더 잘 드러났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Q. '파리넬리'는 조용하지만 강한 반향을 일으키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루이스 초이 : 5명의 주조연뿐 아니라 배우와 스태프들의 패밀리십이 대단하다. 앙상블이 스물 몇 번을 체인지 해야 하는데, 정말 최고라고 평가할 만큼 실력이 대단하다. 또 스태프들은 세심하게 배우들을 챙기며 애정을 가지고 움직인다. 음향과 조명 등 모든 스태프들의 세심함이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박소연 : 정말 그렇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정말 끈근하다. 출근하면 스태프가 와서 '오늘은 컨디션이 어떤가요?'라고 세심하게 묻는다. 이런 배려가 쉬울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리고 하나 더. 정말로 배역 어느 한 곳에도 구멍이 없다. 그건 저희가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파리넬리

Q. 창작 뮤지컬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이 뮤지컬에 대한 바람도 있을 텐데. 

루이스 초이 : 1막에 유럽 투어 장면이 있지 않나. '파리넬리'도 유럽으로 가야 한다.(웃음) 아시아 쪽과 얘기가 되고 있는 걸로 아는데, 그것도 좋지만 유럽으로, 뮤지컬의 본고장으로 갔으면 좋겠다. 요즘 각국의 대사님들이 많이 보러오신다는 얘길 들었는데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대사님들도 꼭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 유럽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뮤지컬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박소연 : 국외로 나가는 것도 바라고, 또 하나는 그 전에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져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파리넬리'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작품이다. 배우 스스로 이렇게 홍보하기가 쉽지 않지 않나.(웃음) '파리넬리'는 배우들에게도 후회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보러오시길 기대한다. 

사진제공=HJ컬쳐 

'파리넬리'는 오는 1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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