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리뷰] '비밀은 없다', 이상한 캐릭터·뒤죽박죽 이야기…개성의 과욕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6.23 09:41 조회 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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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이경미 감독은 진부하지 않은 영화를 만든다는 점에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2004)부터 장편 데뷔작 '미쓰 홍당무'(2008)까지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블랙코미디를 만들며 평단과 관객의 주목을 받았다.

못난이 양미숙의 고군분투기로부터 8년, 이경미 감독의 두 번째 영화가 관객 앞에 도착했다. 손예진 주연의 '비밀은 없다'다. 

이 영화를 향한 호불호는 평단은 물론 관객에게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평범하지 않고 보기에 따라 이상하다. 그 이상함이 영화의 개성으로 느껴진다면 흥미로울 것이고, 연출의 미숙함으로 다가온다면 인상을 찌푸리게 될 것이다. '비밀은 없다'는 그 경계에 선 영화다.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 부부. 선거를 보름 앞둔 어느 날, 하나뿐인 딸 민진(신지훈)이 실종된다. 사라진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애를 쓰던 '연홍'은 딸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선거에만 집중하는 '종찬'과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연홍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딸이 남긴 단서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던 중 점차 충격적 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비밀은 없다

마치 여러 장르의 영화를 콜라주 한 것 같은 영화다. 초,중,후반 주인공이 나뉘는 것처럼 보이는 여러 갈래의 이야기와 일관되지 않은 분위기로 영화를 끌고 간다. 스릴러로 시작해 하이틴무비로 돌변하며, 부조리극으로 빠지는 듯하더니 치정복수극으로 마무리된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잊히지 않는 이미지와 사운드가 분명 있다. 하지만 영화는 단편적인 것들의 조합이 아니다. 영상과 음향은 도구이며 보완제다. 일관된 흐름이나 확고한 중심축이 없이 산만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집중력을 흩뜨린다. 전형적이지 않다고 해서, 예측불가 하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독특한 캐릭터와 뒤죽박죽된 이야기는 감정 이입과 공감을 방해한다. 무엇보다 연홍을 '이상한 모성'에 휩싸인 여자로 퉁치기엔 쉬이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는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연홍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광기 어린 감정만을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시종일관 예민하고 돌발적이다. 때문에 보는 사람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두통을 유발한다. 손예진의 전에 없던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지만 연기만 놓고 봤을 때는 과잉에 가깝다.

비밀은

한국 스릴러 영화가 유독 집착하는 반전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 작품의 줄거리와 포스터만 보더라도 "범인은 누구 아니야?"라는 즉각적인 예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영화는 그것에서 벗어나지 않은 안전한 반전과 결말을 선택하는데 과정의 차별성에 집착한 나머지 이야기는 산만하고 사운드는 과잉이다. 

그 과정이 긴장감을 높였다고 보기 힘들다. 영화는 초반에는 이야기를 흐트려놓고, 후반에 갈등과 반전을 몰아놓고 폭주한다. 여러 인물의 복합한 내면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보여 주기 위해 이런 플롯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설계가 유려했다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탄생했을 것이다. 

이경미 감독의 데뷔작을 제작했던 박찬욱 감독이 이번 영화의 각본에도 참여했다. 박찬욱 스타일은 영화 곳곳에 발견할 수 있지만, 이경미 감독이 흉내 낸 스타일과 박찬욱의 스타일은 엄연히 다르다. 6월 23일 개봉, 상영시간 102분, 청소년 관람불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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