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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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PD "게임 설계에만 세달..'그알' 제작보다 더 두려웠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6.07.22 13:32 조회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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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파일럿 '상속자'의 공동연출자 최삼호PD가 제작 뒷이야기를 전했다.

'상속자'는 9명의 일반인 참가자가 모여 현실 속 자신의 위치는 모두 리셋하고, 인생게임을 위해 마련된 대저택 속에서 상속자부터 정규직, 비정규직까지 새로운 계급을 부여받아 코인을 획득하기 위한 게임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17일 1부가 방영됐다. 방송 이후 반응은 뜨거웠다. 우리 사회를 고스란히 녹여낸 방송에 시청자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쏟아냈고,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상속자'가 오르내렸다.

22일 SBS는 최삼호PD와 나눈 1문 1답을 공개, 제작 뒷이야기를 풀어냈다.

상속자 최삼호PD

Q1. 1부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최삼호PD(이하 최PD)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시청률이 높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방송 내용에 공감해 주시고 칭찬, 응원해 주신 분들이 많이 계셔서 힘을 얻었다. 정말 감사드리고 남은 2부 마무리 잘하겠다.

Q2. 현실과 너무도 닮아 있는 '상속자'에서의 인생게임에 대중들이 큰 공감을 했다. 큰 공감의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최PD: 아무래도 우리가 사회에서 늘 겪는 갑을 관계, 불공정한 분배, 언제부턴가 무너져버린 계층 이동의 사다리, 승자독식 사회 등의 단면이 프로그램 안에 녹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분명 게임은 게임인데 단순히 게임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어떤 시청자는 그래서 불편해하시기도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시청자가 느꼈던 불편함이 게임 리얼리티로 풍자되어 있기 때문에 공감의 폭이 컸던 게 아닐까.

Q3. 계급사회, 서민의 삶, 경제문제, 정치판도까지 다양한 사회상이 게임에 반영됐다. 이렇게 게임을 촘촘히 설계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나?

최PD: 사실 작년부터 '헬조선' '1대99 사회' '수저계급' 등의 키워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이 단어들이 가슴 아팠다. 교양PD로서 이 부분을 어떻게든 건드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구체적으로 이를 게임 리얼리티로 구현해 보자고 고민을 시작한 건 세 달쯤 전인 것 같다. PD 생활 20년이 다 돼 가지만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게임 포맷이라 고민이 많았다. 김규형 PD, 박윤미 작가 등 연출, 작가진이 매일 새벽까지 회의를 거듭했다. 그래도 허점이 많다. 정규가 된다면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겠다.(웃음)

Q4. 2회 방송이 남아 있다. 2회 방송의 간단 키포인트를 귀띔해 달라.

최PD: 1부의 포인트가 상속자가 된 후 샤샤샤의 욕망이 질주하는 것이었다면 2부는 샤샤샤의 욕망에 맞서는 다른 참가자들의 욕망이 분출되면서 서로 충돌하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그러다 누군가는 욕망을 내려놓기도 하고 그것이 또 바람을 일으켜 판도를 뒤바꾸기도 하는… 한마디로 '욕망과 욕망의 충돌'이 키포인트다. 그래서 누가 우승자가 될지는 아마도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우실 거다. 그만큼 반전이 거듭된다. 살아 움직이는 날 것 그대로의 욕망이 어떻게 반전에 반전을 이루어나가는지, 그 가운데서 일반인 출연자들이 내적 성장을 이뤄가는 과정을 꼭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Q5. 2회 방송을 편집 중일텐데, 편집하며 가장 우선순위,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최PD: 생소한 게임 리얼리티이다 보니 게임의 룰을 이해하지 못하면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문 용어로 하면 '중간 유입'이 어렵다는 것인데, 1부를 못 보신 시청자들도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하는 게 내용 이상으로 중요한 편집 포인트이다.

Q6. 연출 PD, 작가, 심지어 진행자 김상중까지 모두 '그것이 알고 싶다' 출신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제작 경험이 '상속자'를 기획하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최PD: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한다는 건 끊임없이 한국 사회에 대해 고민한다는 거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그런 '그것이 알고 싶다'식 고민이 연장돼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제작 과정 측면으로 보면 아무래도 '알고 싶은 그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취재 정신일 거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제작할 때 가장 좋은 아이템은 '반만 알고 있는 아이템'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알고 싶은 나머지 절반을 취재를 통해 채울 수 있으면 정말 재밌는 방송이 나온다. 근데 절반을 모르고 시작하니 두렵다. 끝까지 못 찾으면 어쩌나… 불안하다. 그 불안을 못 이기면 80, 90%를 알고 있는 아이템을 택한다. 그럼 만드는 사람도 시청자도 재미가 없다.

'상속자'도 같은 과정이었다. 룰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게임 세팅을 다양하게 시뮬레이션 해가며 준비를 했지만 정작 참가자들이 어떻게 움직일 지는 미지의 영역이다. 아마도 절반 이상을 모른 채 시작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들 때보다 훨씬 더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견디고 끝까지 버티는 것. '그것이 알고 싶다'를 안 했다면 아마 중간에서 포기했을 거다. 너무 힘들어서… (웃음)

한편 '상속자'는 오는 24일 밤 10시 55분에 2부가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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