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Y] 심은경, 왜 죄송하다고 할까…'부산행', 시시콜콜한 궁금증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7.27 09:48 조회 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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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부산으로 향하는 KTX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지난 20일 개봉한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 제작 레드피터)이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600만 관객을 매료시키며 1,000만 돌파를 향한 쾌속 질주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좀비 영화의 한국화다.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각적 즐거움과 온몸이 들썩이게 하는 속도감으로 불모지의 영역을 성공적으로 개척해 냈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를 KTX안에 집약시켜 놓은 듯한 영화는 관객들의 공분과 눈물까지 부르고 있다. 한국 영화 사상 전무후무하다시피 한 '좀비 신드롬'이다.

관객들의 폭발적인 사랑만큼 안팎으로 화제도 끊이질 않는다. 영화를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있는 관객들이 어쩌면 한번쯤 의문을 가졌을 만한 시시콜콜한 질문을 던져봤다.

부산행

◆ KTX, 이쯤 되면 PPL 효과도 '톡톡'

'부산행'은 시속 300km으로 달리는 KTX 안에서 벌어지는 대혼돈을 그린 영화다. 모든 사건과 갈등이 기차와 기차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만큼 주 무대가 되는 공간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실제와 똑같은 구조의 기차가 등장하고 KTX, KORAIL이라는 로고도 수차례 등장한다. 이쯤 되면 PPL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기차 내부 장면은 모두 세트다. 이목원 미술 감독은 보안에 걸린 KTX도면으로 직접 열차를 타고 서울-부산을 수십 번 왕복하며 모형 열차를 디자인했다. 미술팀은 1-17번으로 이어진 열차 칸을 총 5칸으로 줄여 일반실과 특실로 리모델링 했다. 덕분에 영화를 본 관객들은 열차의 전형 그대로를 탄 것 같은 느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은 "KTX 홍보 담당자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엔딩 크레딧에 아마도 가장 많은 관계자분들이 이름이 등장할 것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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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제작진은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의 수많은 KTX 역은 물론 일반 기차역 등지에서도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KTX역의 경우 수많은 사람이 이용하기 때문에 촬영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흥미로운 건 영화 속 플랫폼 장면은 대부분 KTX가 지나가지 않은 시골 역에서 촬영됐다는 것이다.

"영화 속 기차역 장면은 실제의 장소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플랫폼 장면은 KTX가 정차하지 않은 삽교역에서 찍었다. 군인 좀비가 출몰하는 곳은 대전역이 아닌 행신역이다. 기차가 전복되는 동대구역 장면은 부산 촬영 기지에서 찍었다. KTX 충돌 및 폭파 장면은 거의 CG로 완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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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번 좀비' 심은경, "죄송합니다"의 의미

'부산행'의 또 다른 주인공은 이름 없는 수많은 좀비다. 약 100여 명의 배우가 직접 동작 연기를 하며 살아 움직이는 좀비를 구현해 냈다. 이 중 영화의 포문을 여는 '1번 좀비' 심은경의 존재감은 실로 놀랍다.

영화의 강렬한 오프닝을 책임진 심은경이 내뱉는 대사는 "죄송합니다"과 기괴한 신음소리 그리고 욕설이 전부다. 좀비가 되어서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 소녀는 도대체 뭐가 그렇게 죄송한 걸까.

연상호 감독은 "특별한 의미를 담은 대사는 아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죄송합니다"의 의미로 볼 수 있다. 심은경은 '서울역'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니 프리퀄에서 제대로 된 전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가출 소녀'로 엔딩 크레딧에 표기된 심은경은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에는 주인공 '혜선'으로 등장한다. 오는 8월 18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부산행'의 몇시간 앞선 이야기로 좀비의 탄생을 다룬 연상호의 또 하나의 역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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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비의 창궐은 '폭동'이다?

'부산행'은 좀비를 다룬 장르 영화인 동시에 대한민국 사회의 거대한 은유다.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민의 혼돈과 정부의 대응이 마치 거울처럼 투영돼 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좀비들이 창궐하자 정부는 이를 '폭동'으로 간주한다. 정확한 원인 규명과 대책 논의에 앞서 잘못된 정의를 내리고, 진실의 은폐와 축소에 급급해한다. 참고로 국가 비상 사태와 재난대책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여는 책임자는 영화를 제작한 '레드피터'의 이동하 대표다.

연상호 감독은 "만약 우리나라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이런 식으로 대처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나 상업영화인 '부산행'에서는 사회 비판적 요소를 깊게 투영할 생각은 없었다. 뒤이어 개봉할 '서울역'에는 기존의 내 스타일대로 강하고 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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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 분장, 연상호 감독의 쿨한 인정

'부산행'은 한국형 좀비 영화의 성공 사례로 불릴 만한 작품이다. 장르적 성취와 상업영화의 재미를 두루 획득했지만 크고 작은 아쉬움에 대한 지적도 있다.

그중 관객들이 입을 모아 꼽는 '옥에 티'는 할머니 분장이다. KTX에 탑승한 승객 중에는 두 명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인길(예수정)과 종길(박명신) 자매다. 특히 박명신 배우의 분장과 가발이 너무나 도드라져 몰입을 깬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감나는 분장으로 좀비의 공포감을 배가한 것을 생각하면 노역 분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시나리오상에 할머니로 돼 있는데 우리 영화가 액션이 많다 보니 실제 할머니 나잇대의 배우를 캐스팅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설정을 바꾸거나 했어야 했는데 분장으로 보완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박명신 배우가 당시 연극 때문에 삭발을 한 상태여서 가발을 씌울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좀 튀었던 것 같다. 관객들의 아쉬움에 대한 지적들은 수긍하고 인정한다"고 말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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