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밀정' 이병헌vs'암살' 조승우, 같은 인물 다른 느낌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8.26 12:58 조회 4,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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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이병헌과 조승우가 같은 인물을 다른 느낌으로 소화해 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폭과 검사의 브로맨스를 보여준 두 배우는 1년 간격으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두 배우를 동시에 매료시킨 실존 인물은 약산 김원봉이다. 경남 밀양 태생의 김원봉은 1919년 독립무장단체 의열단을 조직해 국내의 일제 수탈 기관 파괴, 요인암살 등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광복 이후 월북, 북한에서 정치 활동을 펼쳐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원봉이 뒤늦게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데는 지난해 개봉한 '암살'(감독 최동훈, 제작 케이퍼 필름)이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오는 9월 7일 개봉하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그림)에 다시 한 번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 등장한다. '암살'에선 조승우, '밀정'에선 이병헌이 연기했다.  

조승우

이병헌과 조승우 모두 안정된 연기력과 스타성을 가진 톱배우다. 우아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를 지니고 있으며, 발성이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첫 등장에서부터 보는 이를 주목시키는 놀라운 아우라를 발산한다. 

조승우의 영화 초반에 등장해 분위기를 형성하며 조용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다면, 이병헌은 극 중반부터 등장해 이야기의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여성 독립투사 안옥윤(전지현)의 이야기를 다룬 '암살'에서 김원봉(조승우)은 김구(김홍파)와 함께 영화의 문을 열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영화에서 김원봉은 조선에 암살단을 파견하는 의열단 수장으로 등장해 극 초반 활약을 펼쳤다.

조승우의 김원봉은 고독의 정서가 짙게 배여져 있다. 일제의 압박이 거센 가운데 단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리더의 고뇌가 장면 장면 묻어난다.

영화 '타짜'를 통해 인연을 맺은 최동훈 감독의 부탁에 조승우는 특별출연으로 영화에 합류했다. 많지 않은 비중임에도 중국 상해까지 건너가 촬영에 임했고, 천만 관객 돌파에 큰 공을 세웠다.

밀정

이병헌은 '밀정'에서 의열단 수장 정채산으로 분했다. 조선을 거점으로 활약을 펼치는 리더 김우진(공유)으로부터 이정출(송강호)을 소개받아 만나는 신에서 첫 모습을 드러낸다. 극 중 이름은 다르지만 이 캐릭터가 모델로 삼은 인물 역시 약산 김원봉이다.  

"어찌 음식이 입에 좀 맞으시오?"라는 별것 아닌 첫 대사에서도 위엄이 드러나며, 극이 전개되면서 배우 특유의 위트까지 더해진다. 

특별출연이라기엔 존재감이 상당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와 국내를 오가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김지운 감독과의 의리로 출연을 결정했다. 총 7회에 걸쳐 이뤄진 촬영은 모두 국내에서 진행됐으며, 많지 않은 분량에도 명장면을 만들어 냈다. 결국 좋은 배우는 등장 시간에 관계없이 극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게다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약 8년 만에 김지운 감독, 송강호, 이병헌의 앙상블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선사한다. 

최근 충무로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시대는 이야기의 보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1920년대, 의열단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김원봉은 빠질 수 없는 인물이다. '암살'에서 시작해 '밀정'에서 또 다른 색깔을 내는 만큼 두 영화, 두 캐릭터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흥미 요소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영화. 충무로 비주얼리스트로 각광받은 김지운 감독이 자신 있게 내놓은 콜드 느와르로 오는 9월 7일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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