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김지혜의 논픽션] '밀정' 엔딩크레딧 놓쳐서는 안 되는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9.10 10:51 조회 4,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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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그림)에 관한 이야기다. 지난 7일 개봉한 이래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 영화를 보다 꼼꼼하게 즐기는 방법은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기 전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엔딩 크레딧에는 영화의 숨겨진 1mm가 있다. 더욱 정확하게는 숨겨진 사운드가 있다. 김지운 감독은 쿠키 사운드를 삽입해 엔딩의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

김지운 감독은 8일 SBS 연예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운드에 관한 질문을 받고 "내가 선호하는 방식"이라며 "'달콤한 인생'에도 쿠키 사운드를 삽입하지 않았나. 이번 영화에도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달콤한 인생'(2005)은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후 선우(이병헌)가 관리하던 라운지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의 간판이 총 한방에 의해 산산조각나는 장면이 등장한 바 있다.

'밀정'의 쿠키 사운드는 짧고 묵직하다. 영화의 숭고하고 거룩한 엔딩을 생각한다면 이 소리는 관객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소리는 이야기로 풀어내지 않은 미완의 역사를 완성한다.

의열단에 대해 역사는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않았지만, '밀정'은 제대로 된 평가를 하고 있다. 엔딩은 보기에 따라 희망일 수도 비극일 수도 있다. 그간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을 생각한다면 열린 결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밀정

엔딩만 특별한 것은 아니다. 오프닝도 주목할 만하다. '밀정'은 투자배급사 워너브라더스와 제작사 그림의 로고가 등장한 뒤 스태프 이름이 소개된다. 종전 한국 영화들이 투자사와 부분투자자들의 이름을 나열한 것과는 다르다. 

이에 대해 워너브라더스코리아의 최재원 대표는 "미국 영화는 투자자의 이름을 오프닝 크레딧에 나열하지 않는다. 한국에만 있는 관행이다. 본사의 시스템을 따랐다. 대신 엔딩 크레딧에 표기했다. 앞으로도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투자·배급하는 한국 영화는 모두 이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별것 아닌 것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그간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창작의 주체인 감독과 제작자, 스태프보다 투자 주체를 먼저 챙겨 왔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가 한국에 진출하며 시도한 작은 변화가 우리 영화계 관행을 바꾸는 데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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