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밀정' 공유 "한지민과의 멜로, 사라진 이유는…"

김지혜 기자 작성 2016.09.13 12:20 조회 5,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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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공유는 영화 '부산행'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우리도 사랑일까'와 '블루 발렌타인'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사람에 관한 고민을 하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작품은 모두 멜로 영화다. 하지만 단순한 사랑의 피고 짐을 이야기하는 데에서 나아가 감정의 생성과 소멸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유의 영화 취향은 어쩌면 연기관과도 연관된 게 아닐까 싶었다. 올해 공유는 멜로 '남과 여',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 스파이물 '밀정' 세 편의 영화로 관객과 만났다. 장르도 다르고 캐릭터도 달랐다. 그리고 연기의 완성도에서도 차이가 있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박한 평가를 했다. 다만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만큼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공유에게서 근사한 이미지뿐만 아니라 작품 속 캐릭터로서 관객들에게 각인되고 있다는 것 분명한 발전이고 진화다.

"호랑이와 용 사이에서 고군분투 있다"고 했던 '밀정'(감독 김지운, 제작 그림) 역시 공유의 한걸음 도약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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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정'의 현장, 호랑이와 용 사이에서

공유는 '밀정'의 현장에 대해 "호랑이와 용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지칭한 호랑이는 송강호, 용은 김지운 감독일 것이다. 두 베테랑 사이에 선 자신을 강아지에 비유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를 통해 두 선배와의 첫 작업에서 느낀 부담감을 감지할 수 있었다.

"강박이나 부담이 많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안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안에서 고군 분투하다 보니 전에 없는 전투력 같은 게 생기더라. 조금 불편하고 이질감이 들었던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도 서서히 익숙해지더라. 배우와 감독 사이에는 늘 보이지 않은 의심 같은 게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걷히고 신뢰가 쌓이면서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공유는 김지운 감독의 '스몰 액팅'이 김우진(공유)이라는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구국(救國)의 사명을 위해 목숨도 초개같이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김우진은 이정출(송강호)을 회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염탐하고 교란한다. 이 과정에서 눈빛이나 표정의 작은 변화를 통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방식은 효과적이었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내 연기에서 볼 수 없었던 발성이나 톤을 봤다고 말하더라. 그게 내가 이번 영화를 찍으며 얻은게 아닐까 싶다. 김지운 감독의 절대적인 트레이닝 덕분이다. 호흡이나 리듬감을 강조하셨다. 처음엔 '그게 뭘까' 싶었기에 반복해서 연습해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되게 새로우면서도 불편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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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의 연기도 공유에겐 값진 수업이 됐다. 평소에도 존경하는 배우였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체험한 송강호의 연기는 공유를 긴장하게 했고 겸손하게 만들었다.

"송강호 선배에게 방해만 되지 말자는 마음이 컸다. 김우진은 이정출에게 자극을 주고, 마음을 흔드는 사명을 가진 인물인데 그 역할에 최대한 충실하자고 생각했다. 송강호 선배는 마냥 본능적으로 연기하는 분일 줄 알았는데, 촬영장에서도 끊임없이 대사를 중얼거리며 연습 또 연습 하더라.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랐고, 자학했고, 반성했다. 어느 순간 나 역시 현장의 구석에서 대사를 중얼거리고 있더라"

공유는 김우진과 이정출, 정채산이 술을 마시는 신의 기억도 떠올렸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송강호와 이병헌의 연기를 지켜보고, 나 역시 함께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부연했다.

"현장에 대한 적응이 돼서 즐길 수 있을 때쯤 찍은 장면이었다. 두 분이 별다른 대사 없이 서로 (에너지)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불꽃이 튀더라. 카메라 밖에서도 두 삶이 '놈놈놈' 이야기를 하시면서 애드리브를 치시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밌었다. 송강호 선배와 이병헌 선배와 연기한 경험이 내 연기 스펙트럼에도 축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그걸 다음에 써먹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 김우진과 연계순의 비화…멜로 사라진 이유

'밀정'은 마음의 흐름을 따라가는 영화다. 암흑의 시대 속에서 친일과 항일의 경계에 선 인물들의 내면을 시각화하면서 보는 이들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정출의 마음이 번민이라면 김우진의 마음은 확신이다. 흔들림 없이 작전을 수행해 나가며 관객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김우진의 마음이 알듯 모를듯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동료 연계순(한지민)에 대한 마음이다. 김우진과 연계순은 의열단원으로서 개인의 감정보다는 대의를 중시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미묘한 감정의 교류를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밀정'의 시나리오에는 김우진과 연계순이 남녀로서 교감을 나누는 장면들이 있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그 부분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시나리오 완고 전에는 키스신도 있었다. 기차가 경성역에 도착하기 직전 불안함에 휩싸인 김우진을 연계순이 다독여주면서 키스를 하는 설정이었다. 감독님과 나는 그 장면에 대해 "갑자기 왜 이렇게 오글거리냐"고 말하면서 영화 전체를 봤을 때 두 사람의 멜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결론 내려 (감정 흐름의)다이어트를 하게 됐다. 한지민 씨는 이 과정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는 "그런 게 있었냐"고 깜짝 놀라면서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웃더라. 실제로 찍은 장면도 편집된 것들이 꽤 있다"

일례로 김우진과 연계순의 첫 만남 장면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긴박한 가운데 이뤄졌다. 김우진이 일본군에 의해 상처를 입고 연계순이 그를 도와주면서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소달구지에 몸을 싣고 대화 없이 묘한 감정을 느낀다. 

공유는 "긴박한 상황상 서로 좋아한다고 해서 티를 낼 수도 없다. 우진이 사진기 렌즈를 통해 계순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본다"고 멜로 라인이 드러나지 않은 것에 오히려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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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속 천만? 일희일비하지 않을 것"

2016년은 공유에게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세 편의 영화를 연이어 개봉시켰고, 연기적 성숙과 천만 배우라는 의미있는 타이틀도 획득했다. 더불어 현재 방송가에서 가장 강력한 시청률 파워를 자랑하는 김은숙 작가의 신작 '도깨비'의 촬영도 앞두고 있다.

"내가 봐도 올해는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눈앞의 것에 고민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의열단원처럼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았던 것 같다. 이제 '도깨비' 촬영을 앞두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 한 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줬던 건 큰 의미다. 몸도 마음도 조금은 지쳐 있지만, 앞 작품에서 받은 좋은 기운들을 잘 활용해서 드라마에 녹이고 싶다"

'부산행'에 이어 '밀정'의 연속 천만을 기대할 법도 하다. 그러나 공유는 "주변에서 그런 기대감을 드러내시지만, 수치를 예측하는 건 늘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부산행' 때도 다들 천만을 말했지만, 그때마다 귀를 닫았다.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밀정'의 목표는 500만이다"고 겸손해했다.

상,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에서 주연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지만 그 인기에 취하지 않겠다는 마음도 단단하게 먹었다. 더디더라도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의 보람과 의미를 찾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속도는 중요하진 않다. 오랫동안 이 일을 해오면서 변하지 않은 건 급하게 생각하는건 내게 위험하다는 마음이다. 진심으로 내 롤을 다하다 보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나가지 않을까 믿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고이거나 멈추는 건 스스로 채찍질이 필요하다. 그렇게 되길 원치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가 용납이 안 될 것 같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ebada@sbs.co.kr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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