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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본 “내가 원조 센 언니? 언제나 솔직했을 뿐”

강경윤 기자 작성 2016.09.13 12:33 조회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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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본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1990~2000년대 선탠을 한 듯 까만 피부에 서구적인 화려한 이목구비, 개성 넘치는 패션…. 배우 이본은 그 당시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통통 튀었다. 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9년 6개월 동안 진행했던 이본은 대중의 친구이자 언니였다.

어느덧 40대에 들어선 이본과 마주했다. 꾸준한 자기관리로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이본은 항상 솔직했다. 상대를 배려했고 인간적이었다. 투병 중인 어머니 얘기를 하거나 대학원 졸업식을 한 얘기를 하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이본의 모습은 따뜻했다.

시대를 앞서간 만능 엔터테이너였고, 패셔니스타인 이본은 지난 몇 년간을 큰 책가방을 메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으로 지냈다. 대학에 편입해 20대 시절 중단했던 학업을 이어갔고 얼마 전에는 뮤지컬 연기전공으로 대학원 수료까지 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쓴 책도 준비 중이다. 조금 더 가깝게 그리고 자세히 그녀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Q.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요. 

얼마 전에는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돌아왔어요. 10월에 제가 쓴 책이 나오거든요. 2년 반 동안 준비한 책이라 마무리 작업 중이에요. 얼마 전에는 친한 PD님 부탁을 받아서 라디오 부스 앞에도 앉았고요.

Q. 오랜만에 앉은 라디오 부스석은 어떻던가요?

3분 정도 떨었어요. 그 다음에는, 몸이 기억한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다 기억나더라고요. 2시간 중에 1시간 57분 동안 정말 행복했어요. 사람들이 보내주는 실시간 글들을 읽으며 정말 행복했어요. 9년 6개월의 시간이 내 몸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나 봐요.

이본

Q. 친한 PD님의 부탁을 받고 임시 DJ를 수락한 거라고요?

제가 '볼륨을 높여요'를 진행할 때 피디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하셨어요. 조금 망설였던 건 사실이에요. 라디오보다는 연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소속사 이일우 대표님이 '너의 시행착오 과정을 다 지켜봐준 분 아니니'라고 조언해 줬어요. 그래서 흔쾌히 2주 동안 임시 DJ를 맡았어요.

Q. 책도 준비 중이라는데, 이번이 데뷔 이후 첫 출판이라고요?

성격상 대충 대충 하는 걸 싫어해요. 그래서 책을 쓰는 작업을 멀리했었어요. 공백을 거쳐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알게 된 한 작가분이 함께 책을 써보자고 제안했어요. 저의 말투, 생각대로 책을 쓸 수 있다고 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더 것보다 술술 잘 풀렸어요.

Q. 어떤 내용인가요?

뷰티와 자기관리에 대한 거예요. 20~40대 여자분들이 소장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썼어요. 저는 다른 연기자들과 다르게 오해가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겪어온 게 많다 보니 에세이를 써보고 싶었고, 이번 책은 그런 에세이를 쓰기 전에 해본 작가님과의 공동 작업이기도 해요.

Q. 여전히 자기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죠?

20대부터 제 몸무게는 계속 50kg이에요. 그 이하로 떨어지면 체력도 같이 떨어져서 체중은 50kg에 근지구력을 높게 유지하려고 해요. 꾸준히 플라잉 요가를 하고 잠들기 전에는 꼭 스트레칭을 해요.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19층 계단을 올라요. 운동은 저를 위해 하는, 저만의 시간이에요.

Q. 얼마 전에 대학원 수료식도 했다고요?

수료식이 열리는 강당에 갔는데 일찍 간 터라 저밖에 없었어요. 그 강당에 있는데 눈물이 났어요. 엄마가 긴급상황 없이 버텨주셨기에 공부도 했었고 함께 공부한 친구들이 도와줬기에 학교생활도 할 수 있었거든요. 덤덤하려고 했는데 빈 의자를 보니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Q. 어머니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우리딸 '장하다'라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게 끝이었어요.(웃음) 사실 처음에 엄마는 제가 학교에 다니는 걸 몰랐어요. 엄마가 혹시라도 엄마 때문에 제가 일도 못하고 뒤늦게 학교에 간다고 할까봐 얘기를 안 했거든요. 엄마가 암수술을 하신 뒤에 응급상황이 참 많았어요. 제가 학교에서 공부할 때만큼은 그런 일이 없었거든요. 졸업까지 할 수 있었던 건 엄마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Q. 정말 효녀인 것 같아요. 엄마에게 이본 씨는 어떤 딸이에요?

막내 남동생 위 3녀 중 막내 딸이에요. 저희집은 아들을 낳으려고 딸을 낳은 케이스였는데 제가 그 마지막이었었죠. '또 딸이에요?'란 말을 듣기 싫어서 부모님은 여행 가실 때 저를 어디에 맡기셨대요.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들이에요'라고 하시고 다니셨대요.(웃음) 지금은 유일하게 부모님과 함께 사는 딸이죠. 살가운 딸. 엄마와 대화를 평소에 많이 해요. 아빠는 말수가 없으시거든요. 엄마는 살아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신 분이에요. 얼마 전에는 SNS를 알려드려서 시간 날 때마다 대화를 나눠요.

Q. 캠퍼스로 돌아가서 얻은 가장 큰 것은 뭔가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일반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어려웠어요.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적었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낯설었거든요. 학교로 돌아간 3~4개월 동안은 전날엔 눈물이 났어요. 학교에 가기 싫었거든요.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 놓여져 있는 게 싫었어요. 그랬던 저를 이해해 주며 먼저 다가와 준 원우가 있어요. 그렇게 원우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제 속내를 드러내며 소통하지 못했던 저의 모습을 알게 됐어요.

이본

Q. 오해가 많은 연예인이라고 했는데, 어떤 뜻이에요?

차분한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반대의 성격도 아니에요. 에너지가 많아서 연기도 하고 싶고 DJ도 하고 싶고 MC도 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뒤에서 다른 말하는 것도 잘못해서 그 앞에서 솔직했던 건데 '쟤는 너무 튄다'부터 '엄청 잘 논다', '술도 잘 마실 거다', '건방질 거다' 이런 편견들이 차곡차곡 쌓였고, 그걸 일부러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았어요. 재밌는 건, 그 때 신문에 '싸가지없는 연예인 순위'가 있었는데 몇 년 동안 1위가 저였어요.

Q. 솔직한 여자 연예인들이 부정적으로 보이던 때였군요.

인터뷰할 때 요령도 별로 없었어요. 오해와 편견 많았지만 또 일부분은 제 탓이라고도 생각해요.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사람들을 대하는 방법을 잘 몰랐으니까요. 호불호는 명확했고 구구절절 설명하는 건 뒷담화 같아서 싫었거든요. '너 왜 이렇게 까맣니? 기계 태닝했지?' 하면 그냥 부인하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태어날 때부터 유난히 까만 피부를 가지고 있었던 건데.

이본

Q. 요즘은 '센 언니'란 캐릭터도 인기인데요. 시대를 너무 앞서간 것 같네요.

원조 센 언니 그런 표현 저하고는 안 맞아요. 저는 절대로 센 언니가 못 되고 저를 세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호불호가 정확하고 내 주위 사람들만 챙기는 스타일이에요. 보여지는 게 야무져서 그런 느낌을 주는 것 같은데 전 세다란 표현과는 그렇게 어울리지 않아요.(웃음)

Q. 후배들을 혼낸다거나.. 그런 것도?

전혀요. 후배들한테 뭐라고 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어린 시절에 좋은 선배님들을 많이 만났어요. 대선배님들과 대기실을 쓰는 게 정말 좋았어요. 선배님들, 어르신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았어요. 후배들에게 저도 똑같이 해줘야 한다는 주의예요. 내리사랑이라고 하죠? 한 후배는 저에게 “언니는 사자 직업 중에 최고인 '밥사'야”라고 했어요.

Q. 보여지는 것과 실제는 많이 다르네요.

캠퍼스로 돌아가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은 라디오 진행하면서 수도 없이 한 말인데요. 이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사람 관계에 대해서 많이 서툴렀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알게 되었어요.

이본

Q. 이본 씨의 연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아요.

제 본업인 연기를 하고 싶어요. 평범한 얘기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멸치를 잡으러 바다에 들어갔는데 물에 들어가 보니 모두 다 도망갔다는 걸 느껴본 적이 있어요. '아 이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가 찾아오기 전까지 열심히 공부하자, 그런 마음으로 캠퍼스로 갔던 것도 많아요. 연기 신인시절, 류시원의 매니저였던 이일우 대표님과 함께 일하게 됐어요. 무엇을 원하는지 굳이 말 안 해도 둘 다 알아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 번 열심히 뛰어보자고 마음 편히 기다리고 있어요.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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