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연예뉴스 | 김재윤 선임기자] 유독 따뜻한 겨울을 맞이했던 2011년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 애너하임의 한 공장지대 길가에서 버려진 듯한 승용차 한 대가 발견됐다.
열려져있는 트렁크, 바람 빠진 타이어, 바닥에 널려져있는 차량수리 공구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많은 양의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늦은 밤 한적한 도로를 달리던 중 타이어에 바람이 빠져 이를 교체하려던 남자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사건 담당 형사는 “뒤통수의 부상을 보고, 또 차량 아래쪽에 피가 없는 것을 보곤 단순 사고가 아니란 걸 알았다. 뭔가 다른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엑스레이 촬영을 통해 숨진 남성의 뒤통수에서 발견된 총알 하나, 그리고 등 뒤에 선명히 새겨진 300mm가 넘는 크기의 족적 하나.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의 신원은 여행 차 미국을 방문 중이던 한국인 A씨였다. 예사롭지 않은 사건임을 느낀 경찰은 숨진 남성의 주변인물 추적에 나섰다.
여행 중이었던 A씨. 그가 어떤 목적으로 미국에 왔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지만,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미국에 거주하는 또 다른 중년의 한국 남성이 체포되었다. 다름 아닌 피해자 A의 35년 지기 친구 B였다.
약 3시간동안 범행을 내내 부인하던 B는 이내 큰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B는 조심스럽게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털어놓았다.
B는 “A가 미국 올 때부터 자기를 죽여 달라고 얘기했다”고 충격적인 진술을 했다고 한다.
A가 B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그리고 B가 그 부탁에 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B는 사건날짜와 장소, 그리고 총기 구입까지 모든 것을 계획한 건 바로 사망한 A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신을 죽여 달라는 부탁에 35년 지기 친구를 마치 처형하듯 무릎을 꿇린 채 등 뒤에서 총을 쏴 살해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믿어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죽은 A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흔적들은 그가 죽을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또한, A가 모든 것을 계획했다던 죽음에 B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증거들도 나타났다. B는 A 차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데 필요한 도구를 직접 만들었고, A와 함께 사격장에 가서 사격 연습을 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약 일주일 전, 한 대형마트에서 A와 함께 범행도구를 구입하는 B의 모습이 확인되는 등, A가 죽음으로 가는 길에 B도 함께 하고 있던 정황이 드러났다.
과연 B는 A가 연출한 무대에 억지로 끌려올라간 연기자였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을 기획한 설계자였을까?
B의 초기 진술영상을 어렵게 입수한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국내 범죄심리 전문가, 진술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9시간에 달하는 B의 초기 진술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봤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B의 범행동기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런데, B가 범행동기와 관련해 진술한 내용 중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B와 A가 함께 썼다는 각서다.
B는 A의 돈을 빌린 적이 있고 만약 그 돈을 갚지 않을 경우 A의 어떤 부탁이라도 다 들어준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건과 관련된 증거물 중 각서만이 유일하게 발견되지 않았다. 과연 그 각서는 존재하는 걸까? 만약 존재한다면, 그 각서에는 사건의 의문을 해결할 둘만의 비밀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이에 '그것이 알고싶다- 내 친구의 처형식, 애너하임 35년 지기 촉탁살인'편에서는 미국 애너하임에서 발생한 35년 지기 친구간의 이른바 처형식 촉탁살인사건의 전말을 확인하고, 미국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간과했을지 모를 단서들을 추적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본다. 24일 밤 11시 1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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