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춘몽' 한예리, 꿈처럼 춤처럼

김지혜 기자 작성 2016.10.25 16:51 조회 1,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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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리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는 한예리는 '여자 하정우'라는 기자의 말에 활짝 웃어보이며 "오예~!"를 외쳤다. 부지런히 일하며 매번 좋은 작품은 내놓는 선배를 비유한 것에 대한 기쁨의 리액션이었다.

적절한 비유다. 그도 그럴 것이 한예리는 2016년에만 무려 세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편수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올해 내놓은 드라마('청춘시대')와 영화('사냥', '최악의 하루', '춘몽')는 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성실하기만 했을 뿐 아니라 빼어났다.

지난 13일 개봉한 장률 감독의 '춘몽'은 한예리의 매력이 극대화 된 영화다. 흑백의 화면 속에서 한예리의 고운 몸짓과 시 같은 언어는 유영하듯 흐른다. 이 배우에게 빠진 것은 장률,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뿐일까. '춘몽'을 경험할 바로 당신도 한예리의 매력에 취할 것이다. 

◆ 장률의 언어 안에서

한예리가 장률 감독과 만난 것은 2015년 개봉한 '필름시대사랑'을 통해서였다. 서울노인영화제의 기획 아래 만들어진 이 작품은 실험 영화에 가까웠다. 불규칙하게 이어지는 이미지의 나열과 정형화되지 않은 소리의 향연 안에 한예리는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두 번째 작업 역시 거리낌이 없었다. 장률 감독으로부터 '춘몽'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스케줄을 조정해 한예리는 '예리'가 됐다. 

총 17회차. 장률 감독의 삶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수색과 DMC 일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한예리는 "감독님에게 뜻깊은 작품이 되길 바랐어요"라며 "실제로 감독님과 비슷한, 감독님다운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해요"라는 감상을 전했다.

춘몽

"수색 일대는 저에겐 그냥 스쳐지나간 동네였어요. '춘몽'을 촬영을 하면서 처음으로 자세히 봤어요. 철길 하나를 두고 수색과 DMC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에요. 감독님이 왜 수색을 흑백으로 촬영했는지 알 것 같았죠. 꿈과 연관도 있지만 정말이지 컬러가 느껴지지 않은 공간이라는 데 공감했어요. 거기에 나오는 사람들도 어딘가 쓸쓸해서 잘 어울리더라고요"

한예리는 장률의 언어 안에서 본연의 매력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대로 움직인 것인지 온전한 자신을 내어보인 건지 아닐지 헷갈린 정도로 인물에 밀착된 느낌이다.

"감독님은 큰 그림을 이야기해 주시고 그 안에서 제가 자유로이 놀 수 있게 해주셨어요. 그분은 항상 배우가 감독이 의도한 것에 빨리 오기를 바라기보다는 잘 찾아오시길 원해요. 그래서 배우로서 즐거워요.

거듭해서 '행복의 현장'이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예리는 '춘몽'의 현장에 대해 "감독님이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각자의 스케치북을 주고 '니 맘대로 그려봐라' 하는 느낌이었다"면서 "내가 그리고 싶은 걸 그리니까 더 재밌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신기한 건 모두가 다 그 지점을 정확히 알고 있고, 우리는 잘 소통하고 있구나라는 걸 느끼는 현장이었다는 거예요. 상대의 말과 나의 진심을 주고받으면서도 여유있고 편안한 현장, 그래서 거듭해서 행복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춘몽

◆ 예리와 세 남자들

영화 '춘몽'에서 한예리는 세 명의 감독 출신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췄다. '똥파리'의 양익준, '무산일기'의 박정범, '용서받지 못한 자'의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대표작 속 캐릭터를 입고 영화에 뛰어들었다.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감독님은 예전부터 잘 알고 있어서인지 부담이 없었어요. '내가 이 영화에 누가 되면 안 돼'라는 생각을 하셔셔인지 정말 많은 준비를 해오셨더라고요. 특히 윤종빈 감독님이요. 연기를 정말 잘하세요. 제가 뭐라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요"

예리는 아픈 아버지를 수발하는 삶의 무게를 지녔으면서도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세 남자를 포용하는 어머니와 같은 캐릭터다. 

"예리가 '춘몽'에서 꿈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모두의 꿈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고요. 그래서 나른한 느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싶었고, 본인의 감정이 옅게 드러나길 바랐어요. 그녀는 삶의 굴곡이 많으면서도 괜찮은 척을 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도 마음이 짠했어요. 정말 눈물이 났던 건 사진관 신이에요. 세 남자와 단체사진을 찍고 홀로 사진을 찍잖아요. 그 순간, 본인도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예리는 전작 '최악의 하루'에 이어 다시 한 번 몸의 언어로 인물의 마음을 드러냈다. '춘몽'에서는 두 차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한국 무용을 전공한 한예리는 특기를 살려 직접 안무를 짰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으로 춤을 만들었어요. 첫 번째 춤은 예리가 춤과 먼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자연스러운 몸의 표현이고, 두 번째는 꿈같았으면 좋겠다는 느낌으로 췄어요. 그래서 더 몽환적이고, 두세 동작을 반복적으로 해요. 안무를 짜거나 춤을 추는 건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감독님들이 생각하는 것을 몸의 언어로 보여줄 수 있다는 건 효율적이고, 저 또한 부담이 없어요.(웃음)"

한예리

◆ 한예리의 색깔 안에서

2016년은 한예리에게 남다른 기억으로 남을 해다. 배우로서의 도약이 있었고, 성취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 걸 모두 다 했던 1년'으로 정리했다. 

"'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호기심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선택했어요. '청춘시대'도 청춘이라는 소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느 드라마와 달랐기에 선택했고, '최악의 하루'는 김종관 감독님의 작품이었기에 선택했어요. '춘몽'도 장률 감독과의 즐거운 현장을 생각하면서 결정했어요. 다행히 너무 좋은 작품들을 만났고 많은 사랑도 받았어요. 올해는 정말 운이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한예리만의 특별한 작품 선택 기준은 '이기적이지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코리아','해무' 같은 강렬한 캐릭터로만 기억되던 이 여배우는 무채색의 아련한 여운을 주는 배우로 관객들의 뇌리를 장악하기에 이르럿다. 

영화 '춘몽'에서 세 남자들이 주문처럼 외치는 "예리가 좋아"라는 말은 비단 그들만의 언어는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며 달뜬 고백을 할 것이다. 

"한예리가 좋아졌어."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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