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심은경, '최연소 흥행퀸'의 슬럼프 극복기 "느려도, 나답게"

김지혜 기자 작성 2016.10.31 17:00 조회 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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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배우 심은경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위로'였다. 그건 영화 '걷기왕'(감독 백승화)이 만복에 대한 위로, 심은경을 향한 위로,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같은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찍으며 '힐링' 받았다는 심은경의 말은 진심이었다.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실제로 예전보다 조금 밝아진 것 같아요. 전 작품이나 캐릭터에 영향을 받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작품이 끝나면 잘 빠져나오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어요. 엉뚱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맡다 보니 영향을 받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심은경은 영화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연이은 성공으로 10대의 나이에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스포트라이트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대중의 사랑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과 아역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강박은 심은경에게 적잖은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선택했던 드라마와 영화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심은경은 심은경답게 슬럼프를 극복했다. '부산행'의 좀비 연기와 '서울역'의 목소리 출연은 특유의 작품을 보는 안목과 결단이 빛을 발한 결과였다.   

신작 '걷기왕'은 심은경의 첫 저예산 영화다. 더불어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하나의 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연기에 대한 즐거움을 되새긴 값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걷기왕

◆ "예산이 적을 뿐, 영화가 작은 건 아니잖아요"

"다양성 영화를 꾸준히 봐왔고, 언젠가 한 번 참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 찰나에 '걷기왕' 시나리오가 들어왔어요. 제가 해보고자 하는 연기 톤과 캐릭터가 잘 맞았어요. 당시 촬영 중이던 영화 일정 때문에 출연이 어려울 수도 있었는데 백승화 감독님께서 기다려주신 덕분에 합류할 수 있었어요"

'걷기왕'은 심은경에게 초심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연기의 즐거움과 촬영장의 생기 그리고 선, 후배 배우들의 온기를 만끽하며 영화를 완성했다.

"저예산 영화 현장이라는 게 상업영화와 비교해 여건 차이는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걷기왕'의 촬영장은 분위기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현실에 충실하면서 스태프들과 좋은 호흡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심은경이 맡은 역할은 선천성 멀미 증후군으로 1시간 거리를 걸어서 통학하는 고등학생 '만복'.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평범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코믹 캐릭터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양한 감정을 보여줄 수 있었던 인물이에요. 어떻게 보면 만화적인 캐릭터로 볼 수 있지만 전 현실적인 캐릭터로 바라봤어요. 그래서 장면 장면, 상황마다 보여줄 수 있는 연기폭도 컸죠"

만복의 학교생활은 자신의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측면도 많았다. 심은경은 "저도 수업시간에 졸고, 쉬는 시간에 떡볶이 먹으려고 달려가는 평범한 여고생이었어요"라며 "고등학생 때도 연기 활동을 하고 있었지만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면서 진로를 고민하기도 했던 거 같아요. 그런 점들이 와 닿았고, 마치 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았어요"라고 덧붙였다.

심은경

◆ "'걷기왕' 엔딩, 나에게도 위로"

'걷기왕'은 1등을 위치는 사회, 스피드를 요하는 우리 사회 풍속도에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귀여운 항변을 한다. 심은경은 이 영화의 메시지에 공감했고, 동의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언론 시사회 때 영화를 처음 봤는데 울컥하더라고요. 늘 제 영화를 볼 때 냉정하게 평가를 하면서 보는 편인데 내가 참여한 영화를 보면서 뭉클했다는 건 저에게도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면서 '그래. 급하게 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내가 섣불렀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걷기왕'은 저에게도 위로가 많이 됐던 영화예요. 출연자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감사한 영화죠"

이 작품에서 심은경은 '물 만난 고기'처럼 연기했다. 긍정 캐릭터 만복과 심은경 특유의 발랄한 연기톤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보는 이의 미소를 자아낸다. 

심은경이 꼽은 영화의 명장면은 만복의 선택을 담은 후반부의 어떤 장면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감정적으로 북받치는 감동을 느꼈다고 했다.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감정적으로 깊이 빠지진 않았어요. 그런데 시사회에서 그 장면을 보는데 말로 표현하기엔 희한한 느낌이 들었어요. 가장 만복이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 선택에 동의했고요"

심은경

◆ 슬럼프 극복한 심은경, 개봉 대기작만 3편

2015년이 슬럼프였다면 2016년은 재도약의 해다. 실제로 '부산행', '서울역' 그리고 '걷기왕'으로 이어진 필모그래피는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롭다.

흥행 성적표로는 잠시 주춤했지만, 심은경에 대한 영화인들의 신뢰는 여전하다. '궁합'(감독 홍창표),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 '특별시민'(감독 박인제)까지 세 작품의 촬영을 마치고 개봉 대기 중이다. 

또한 연상호 감독의 차기작 '염력'에도 출연을 확정했다. 앞서 연 감독의 두 작품('부산행','서울역')에 출연하며 좋은 호흡을 보였기에 본격적인 호흡을 펼칠 신작에 대한 기대도 높다.

슬럼프는 오롯이 내부의 적일 뿐이었다. 심은경은 가장 심은경다운 방식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 연기에 대한 열정과 긍정의 에너지로 말이다. 

"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연기가 마냥 좋았던 사람이에요. 어느 순간 내가 생각한 연기의 개념이 어릴 때와 달라지는 게 당연한데 그걸 혼란스러워했어요. 한동안 연기를 즐기는 법을 까먹었던 것 같아요. 잘하려고 테크닉만을 생각했죠. 이젠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좋아하는 작품을 하면서 천천히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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