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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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줄리에타', 거장이 그린 모성의 바다…엄마가 엄마에게

김지혜 기자 작성 2016.11.09 09:41 조회 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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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에타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감독의 강렬한 영상은 야수파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인물 중심의 꽉 찬 화면, 강렬한 원색의 조화는 보는 이의 시각적 집중도를 높인다.

물론 이미지가 다는 아니다. 화려한 이미지는 이야기를 안내하는 환상적인 통로다. 알모도바르는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파격적 스토리텔링과 기괴한 유머로 풀어내 왔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오랫동안 모성에 천착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2000)과 '귀향'(2006)이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 영화 작가에게 모성은 다양하게 변주 가능한 창작의 주요 원천이다. 신작 '줄리에타'로 다시 한 번 '어떤 모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줄리에타(엠마 수아레스)는 딸 안티아와 마드리드에서 살고 있다. 남편 소안의 사고사로 줄리에타는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 상처를 극복하고 안정을 되찾을 즈음, 딸이 집을 나가버리고 만다. 딸의 행방을 수소문하다가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큰 실의에 빠진다. 

줄리에타

10여 년 후, 줄리에타는 딸의 존재를 가슴에 묻고 새로운 남자와 또 다른 미래를 꿈꾼다. 어느 날 길에서 딸의 친구를 만나게 되고 그리움의 응어리가 터지고 만다. 줄리에타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딸을 찾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줄리에타의 1인칭 시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펼친다. 줄리에타의 삶을 농염한 멜로, 미스터리 추적극, 모성의 드라마로 99분에 응축했다.

알모도바르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한 여성,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평화와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한 여성을 통해 인간의 의심 그리고 죄의식의 나비효과를 이야기한다. 

엄마는 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딸 역시 엄마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했다. 흔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이라는 회한을 하지만, 시간이 가진 힘 중 하나는 치유와 깨달음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줄리에타는 딸의 행방을 쫓으며 딸을 알게 되고, 자신을 바로보게 된다.

'나는 어떤 엄마였던가'

줄리에타

'줄리에타'는 감독의 전작과 달리 강렬한 엔딩이 아닌 열린 결말로 두 여성의 미래를 조망한다. 독특한 설정이나 파격적인 엔딩 등 알모도바르 특유의 색깔을 옅어진 감이 있다. 그러나 보다 유해졌고 유연해졌다.

자기 세계를 확립한 거장에게 이야기의 독창성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느냐에서 내공이 드러나는 법이다. 늘 그러했듯 알모도바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자의 모성과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한다.

알모도바르의 모성 3부작이라 명명할 수 있는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귀향', '줄리에타'를 연이어 보는 것도 좋은 체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뒤틀린 인간관계를 파격적 묘사로 그린 '욕망의 낮과 밤', '하이힐',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등 초기작도 경험해 보기를 추천한다. 

'줄리에타'는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스페인 출품작으로 선정됐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9분, 11월 17일 개봉.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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