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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와 관객을 믿어요"…강동원, 모험의 철학

최종편집 : 2016-11-21 12:52:15

이미지[SBS funE | 김지혜 기자] "충무로 제작자들이 제가 읽는 시나리오는 다 찾아보신다고 하더라고요"

강동원은 빈말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그의 언변은 겸손함과는 거리가 멀어도 거짓돼 보이진 않는다. 말을 꾸미거나 에둘러 하지 않는 건 성격이기도 하고, 흥행 수치와 체감 인기에서 얻은 자신감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신작 '가려진 시간'이 개봉을 일주일 늦추자, 경쟁작들이 일제히 개봉일을 미루거나 당겼다. 일단 강동원을 피하고 보자는 속사정도 내포된 결정이었다.  

배급사의 개봉 라인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킨 '강동원 효과'에 대해서는 "작품의 힘"때문에 긴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안목에 많은 관계자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강동원이 또 한 번 모험을 택했다.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신인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물론 범상치 않은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은 단편 영화 '숲'과 독립영화 '잉투기'로 충무로의 기대주로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강동원의 모험이라기보다는 흙 속의 진주를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미지"부산에서 '검사외전' 촬영을 하고 있을 때 '가려진 시간'의 시나리오를 읽었어요. 일주일 뒤에 서울에 올라와서 쇼박스 관계자와 감독님을 불렀어요. 그 자리에서 깜짝 발표처럼 "(출연)하겠다"고 했죠. 쇼박스 관계자가 엄청 놀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나요. 마치 안 할 것처럼 행동해서 거절할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배급사와 감독에게 강동원은 두말할 것 없이 1번이었을 것이다. 강동원이라는 보장된 카드는 여느 투자자들에게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다.

강동원이 쏟아지는 시나리오 속에서 '가려진 시간'을 택한 것은 작품 선택 기준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바로 '시나리오의 완성도'였다.  

"재밌게 읽었어요. 전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른 배우와는 좀 달라요. 상업적이라는 것도 소재나 이야기로 보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완성도를 봐요. '멈춘 세계'라는 설정도 좋았지만, 판타지에 머물지 않고 현실로 돌아와 인물이 사회와 부딪히는 이야기들이 좋았어요. 또 거기에 명확한 메시지가 있다는 것도요. 소재는 좀 낯설었지만, 이야기의 짜임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높았어요. 더불어 감독님에 대한 신뢰도 한몫했고요"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어른이 된 13살 소년 '성민'으로 분했다. 엄밀히 말해 '수린'(신은수)이가 이끄는 서사이고, '어른 성민'은 상징적인 존재다. 강동원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이미지어른이 된 성민을 연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점을 둔 건 '남자들이 봤을 때 오글거리지 않게 연기하자'였다고. 그는 "아무리 어린아이라고 해도 너무 어리게 굴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래야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만 받아들이면 어렵지 않은 설정이에요. 다만 제 캐릭터에 깊게 빠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만약 성민이 태식(엄태구)처럼 완전히 미치는 캐릭터였으면 2시간 내내 보고 있기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맡은 캐릭터는 그렇지 않았죠"

감독과의 의사소통도 각자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절충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연기에 있어서 어려운 건 없었어요. 시나리오에 쓰여 있는 대로 했을 뿐이죠. 감독님과는 세부적인 디테일을 조율하는 정도였어요. 저는 연기할 때 딱히 제 주장을 고집하는 스타일도 아녜요.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이 다른 주문을 하면 "그래요? 그럼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 번 하고,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한 번 할게요. 판단은 편집실에서 하시겠죠" 이런 식으로 말하면서 맞춰나갔어요"

강동원은 이번 작품에서 20살 연하의 배우 신은수와 호흡을 맞췄다. 적지 않은 나이 차 덕분에 친해지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해 "작품을 함께한다고 해서 상대 배우와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친해지면 좋겠지만 꼭이라는 건 없죠"라고 전제한 뒤 "은수요? 친하다고 해야 할지 좀 애매하네요. 저는 그 친구를 좋아하는데 은수는 저를 불편해하고...(웃음)"라고 덧붙였다.

"호흡을 맞추면서도 딱히 맞춰주거나 조언을 하진 않았어요. 동선을 헷갈려 하기에 '맞다', '아니다' 정도를 알려준 정도였어요. 은수의 테스트 영상을 보면서 눈빛이 마음에 든다고 했었는데 실제로 보니까 역시나 좋더라고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을 때도 '은수의 클로즈업이 참 좋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미지'가려진 시간'은 믿음에 관한 영화다. 모두가 진실을 의심할 때 나를 믿어준 한 사람에 대한 순정을 그리는 영화이기도 하다. 세대도 시간도 초월한 강력한 믿음을 연기로서 경험한 강동원에게 '믿음'은 어떤 의미일까.

"믿는 사람은 믿고, 아닌 사람은 안 믿어요. 그 믿음이란 게 꼭 시간이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처음 만났는데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오래 만나서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친한 친구 중에서도 어릴 때는 '얘 나랑 참 안 맞구나' 싶었는데, 몇십 년 만에 다시 만나니 하나도 안 변해서 좋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는 안목이 남다른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인상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다.

"어릴 때부터 너무 내 욕심에 이상한 거를 해도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안주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단계긴 해요. '엄청 독특한 연기를 보여줄 거야' 이랬으면 많은 관객이 '쟤 뭐야?'했을 거예요. 조금씩 확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가려진 시간' 역시 그런 의사 결정 과정에서 선택한 작품이었고,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촬영한 결과물이었다.

"'이제 이 정도 영화는 봐주시겠지'라는 믿음은 있어요. '가려진 시간'을 예전에 만들었으면 지금만큼 기대치가 올라오진 않았을 거예요. '초능력자'를 예로 들면 그 작품은 개봉 전에 혹평이 많았어요. 그런데 250만 정도가 들었거든요. 그때 굉장히 기뻤어요. 고개를 갸우뚱했던 사람들에게 '니들이 틀렸어'라고 할 수 있어서요. '가려진 시간'은 좀더 반응을 봐야 알겠지만, 강동원이 또 새로운 시도를 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었구나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이미지관객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세계를 안내하게 된 강동원은 '가려진 시간'에 대해 "믿음과 헌신에 관한 영화예요. 요즘 같은 불신의 시대에 이 영화를 보고 믿음을 얻어갔으면 해요"라고 홍보했다.

인터뷰 말미 영화 속 설정처럼 시간이 멈춘다면 무엇을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예의 그다운 답변이 나왔다.

"아마도 유럽여행? 우리 영화처럼 바다로는 못 간다는 설정이면 평양 거쳐서 냉면 한 그릇 먹고 실크로드를 따라 마냥 걸을 것 같아요"

ebada@sbs.co.kr

<사진 =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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