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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라라랜드', 꿈꾸고 사랑하고 노래하라

김지혜 기자 작성 2016.12.06 16:35 조회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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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라라랜드'(LA LA LAND)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꿈꾸고 사랑하고 노래하라. 주인공의 희로애락은 꿈과 사랑과 노래 속에 절묘하게 압축돼 있다. 이 영화는 오감을 충족시키는 뮤지컬(Musical)인 동시에 환상적인 매지컬(Magical)이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은 재즈 피아니스트다. 정통 재즈의 부활을 꿈꾸는 그는 진짜 음악을 할 수 있는 클럽을 차리고자 한다. 배우 지망생인 미아(엠마 스톤)는 바리스타로 일하며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오디션에 도전한다.

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두 사람은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유쾌하지 못한 첫 만남을 가진다. 이후 우연한 만남이 이어지며 호감은 사랑으로 발전한다.

세바스찬은 친구이자 재즈 스타인 키이스(존 레전드)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큰 인기를 얻지만, 물질적 성공과 꿈의 실현 사이에서 갈등한다. 오디션에 계속 탈락하던 미아는 직접 극본을 써 자신만의 연극을 준비하지만 세바스찬과의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라라랜드

다미엔 차젤레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처럼 '라라랜드'도 이야기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다. 재즈 피아니스트와 배우 지망생의 꿈과 사랑, 이 이야기의 귀결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꿈의 성취와 사랑의 완성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력이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면 '라라랜드'가 선사하는 풍성한 흥의 향연에 취하게 된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풍성한 영화 언어다. '라라랜드'는 공연의 구성적 3요소(무대, 배우, 관객), 영화의 기술적 3요소(촬영, 편집, 음향)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뮤지컬 영화다. 컬러풀한 영상, 리드미컬한 음악, 명암의 대비가 확실한 조명 효과 등 시청각의 향연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꿈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든다. 대화 사이에 음악이 침투하고, 음악의 시작과 함께 몸의 언어가 대사를 대신한다. 감정의 만개와 격랑이 음악과 춤에 어우러져 오감을 만족시킨다.

이런 형식은 뮤지컬 영화가 익히 추구해 온 것들이다. 하지만 종전의 뮤지컬 영화 속 음악과 쇼가 때때로 관객의 감정을 선행하며 되레 몰입을 방해한 측면이 있었다면, '라라랜드'는 음악과 쇼에 관객을 무아지경으로 빠뜨린다.

라라랜드

'라라랜드'의 음악과 춤은 인물의 감정과 정서를 실어나르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옛것을 추억하며,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에 대해 말한다. 피아노 선율이 기계음으로 대치되거나, 재즈 클럽이 쇠락하고, 낡은 영화관이 문을 닫는 LA 한켠의 풍경은 잃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를 환기한다. 

영화의 모든 순간이 아름답지만, 절정의 황홀함을 선사하는 구간은 엔딩 시퀀스다. 두 남녀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이 시퀀스는 크게는 인생사의 희비(喜悲)를, 작게는 엇갈린 두 남녀의 과거와 현재를 극적으로 압축했다. 찬란하지만 슬픈 쇼를 마친 두 사람이 주고받은 눈빛은 쉽게 잊지 못할 잔상을 남긴다. 

'라라랜드'에서 음악은 절대적 공헌을 한다. 주인공들이 부른 두 곡의 메인 테마곡은 촬영 현장에서 라이브로 녹음됐다. 특히 세바스찬과 미아가 대화하듯 부른 '시티 오브 스타'(City of stars)는 '임파서블 드림'(Impossible Dream,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메인 테마곡)과 견줄 만하다.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헌정곡이다.  

라라랜드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은 최고의 연기로 21세기 가장 아름다운 뮤지컬 영화를 만들어 냈다. 라이언 고슬링은 여전히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눈빛을 가진 배우임을 입증해 보였다. 수개월의 연습 끝에 피아노 연주신들을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엠마 스톤은 자신이 가진 모든 재능을 쏟아부으며 내년 2월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의 강력한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위플래쉬'와 '라라랜드' 단 두 편의 영화로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다미엔 차젤레의 역량을 극찬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31살의 이 젊은 거장은 가장 고전적인 작법으로 가장 현대적인 뮤지컬 영화를 완성해 냈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7분, 12월 7일 개봉.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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