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라이프 문화사회

[리뷰] 뮤지컬 ‘영웅’은 지금 ‘국가가 뭐기에’라고 묻는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1.24 15:29 조회 269
기사 인쇄하기
영웅 정성화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십자가 앞에 눈물을 흘리는 한 청년이 있다. 100여 년 전 만주 땅으로 건너간 토마스 안중근 의사다. 일본의 침탈에 나라를 빼앗긴 뒤 모친과 다시는 밟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고향땅을 떠나온 젊은이는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국가는 대체 뭐기에”라고 절규했다.

뮤지컬 '영웅'의 한 장면이다. '영웅'은 안중근과 천주교 신자로서의 토마스를 조명했다. 이토히로 부미를 거사할 계획을 앞둔 안중근은 죽음을 예감하며 두려움을 고백했다.

'영웅'은 중국 하얼빈 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삶을 다룬다. 역사적 현장뿐 아니라 안중국의사의 인간적 고뇌도 담는다.

러시아, 만주를 오가며 목숨을 걸고 싸운 독립 운동가들과 이를 탄압하는 일제의 추격도 그린다. 거사 성공 이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 의사의 모습도 무대에서 재연된다.

'영웅'은 2009년 안중근 서거 100주기 초연을 시작으로 6차례 무대에 올랐다. 묵직한 목소리와 선 굵은 연기의 정성화는 안중근에 깊숙이 동화되었다.

정성화의 울분에 찬 목소리에 객석 여기저기에서는 흐느낌이 흘러나온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안중근이건만 아직 유해도 찾지 못한 우리들의 현실은 개탄스럽다. 곳곳에서 죄책감과 안타까움이 터져 나온다.

여기에 대사 없이 독립군과 일본군의 추격전을 보여주는 앙상블들의 짜임새 있는 연기와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 역의 정재은의 가창은 뮤지컬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다.

'영웅'은 이전 시즌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 이전의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조금 더 완성도 있어 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 무거운 주제와 주연배우들의 폭발력, 극의 몰입감이 그 정도의 느낌은 금세 잊게 한다.

'영웅'은 유난히 자녀의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꼭 봐야 할 뮤지컬'을 넘어 꼭 알아야 할 안중근의 생이 담겨 있기 때문일 터.

최근 복잡한 국내외 시국은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일본 위안부 소녀상 철거 압력, 졸속으로 진행된 한일 위안부 합의, 역사 왜곡 등 역사가 현실의 이슈가 되어 논란이 거세지는 현실이다. 그래서 안중근의 외침은 더 무겁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국가가 뭐기에.”

뮤지컬 '영웅'은 이달 18일부터 2월 2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