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①]유연석 "의드 恨 푼 '낭만닥터', 인생작 만나 행운"

강선애 기자 작성 2017.02.02 13:08 조회 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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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석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유연석은 지난 2003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어느덧 연기한 지 14년이나 된 오랜 경력의 배우다. 하지만 뜨겁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3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야구선수 칠봉 역을 통해, 비로소 그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데뷔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배우에게 작품의 성공과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에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은 분명 복이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그 이후에 만나는 작품과 캐릭터의 성패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품을 거치며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것인데, '대박'을 친 이후의 행보엔 더욱 날카로운 평가가 뒤따른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와 인기를 끌었던 배우들이 차기작에서 실패한다는 이유로 '저주'라고까지 일컫는 것처럼.

냉정하게 말하자면, 유연석도 '응답하라 1994' 이후 출연작마다 고전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열심히 뛰었지만 '성공'이라고 평가할 만한 활약은 펼치지 못했다. 그러다 만났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박수진)라는 '인생작'과 강동주라는 '인생 캐릭터'를 말이다.

# “의학 드라마의 한을 푼 '낭만닥터 김사부'

유연석은 지난 2008년 MBC '종합병원2'로 드라마에 데뷔했다. 거기서 의사 캐릭터를 연기하긴 했지만, 주인공들의 친구 역할이라 의사로서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당시 유연석은 첫 드라마 출연에 열의가 대단했다. 병원실습은 물론, 진짜 레지던트 의사들과 의국에서 먹고 자며 만반의 준비를 가했다. 하지만 '주인공 친구' 역의 배우에게는 메스를 잡을 기회가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유연석은 지금 “그 때 못다 한 한을 풀었다”고 말한다. '낭만닥터 김사부' 안에서 원없이 수술을 집도했고 의학용어를 쏟아냈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다시 쌓아올린 유연석의 노력이 진짜 실존할 것 같은 의사 강동주를 탄생시켰다.

“'종합병원' 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그 경험들이 이번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그 때 수첩에 노트했던 것을 오랜만에 찾아서 보고, 거기에 이어붙여 새로 메모도 하고 그랬죠. 의학 드라마에 대한 한을 이번에 풀었어요.”

유연석

장르물 중에서도 의학 드라마는 배우들이 연기하기에 버거워하는 분야 중 하나다. 자기 연기하기도 바쁜데, 입에 붙지 않는, 게다가 영어로 된 의학용어를 외워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한다. 수술신이나 환자를 치료하는 장면에선 전문가 대역이 붙기도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배우가 스스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자연스러운 그림이 나온다. 그렇게 힘들게 촬영을 하고서도, 실제 의사들한테는 어색하게 보인다는 비웃음을 받기 일쑤다.

유연석도 “쉽지 않았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 두세 배 더 시간을 들여야 했다”며 의학 드라마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근데 잘 해내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드라마를 보는 실제 의사분들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보실 수 있게끔 하고 싶었다”라며 남달랐던 마음가짐을 전했다.

“의학용어라든지 수술신을 촬영할 때, 제가 직접 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런 모습들이 잘 반영되어 나중엔 주변에 아는 의사분들이 '공감하며 몰입해서 잘 보고 있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시작할 땐 걱정도 되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걸 잘 해내고 나니 더 큰 보람과 칭찬으로 다가와요.”

# “두 번째 인생작, 연기자로서 큰 행운”

'낭만닥터 김사부'의 유연석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사 강동주'를 잘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참스승과 좋은 사람들 안에서 점차 성장해 나가는 '청년 강동주'를 생생하게 연기해 냈기 때문이다. 강동주 라는 캐릭터 안에서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낸 유연석은 드라마의 인기와 더불어 '인생작'을 만나 '인생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강동주란 캐릭터가 성장하면서 유연석도 성장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초반에 찍었던 신들과 말미에 찍은 신들을 비교해 보면, 좋은 선배님들과 촬영하면서 저도 이 드라마와 함께 성장했단 걸 느껴요. '잘하고 있다'는 좋은 소리들을 많이 들어서, 그런 부분들이 너무 감사했죠. 또 한 가지 즐거웠던 점은, 절 '응답하라'의 칠봉이로 많이들 기억해 주시는데, 이번에 그 캐릭터의 그림자를 지우고 강동주로 보인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단 거예요. 제가 생각해도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나지 않았나 싶어요. 인생에서 그런 작품을 하나 맡기도 힘든데, 전 벌써 두 번이나 좋은 작품을 만났으니. 연기자로서 큰 행운이죠.”

극 중 강동주는 진지하기도 장난스럽기도 한 성격에, 사랑 앞에선 순정남이자 직진남이었고, 의사로선 정의롭기도 속물적이기도 했다. 강동주는 특히 후반부에 의사로서의 신념과 아들로서의 분노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들로 시청자의 큰 공감을 자아냈다. 연기력이 이토록 뛰어난 배우였나 싶을 정도로, 유연석은 입체적인 캐릭터 강동주를 잘 살려냈다.

“동주가 처음엔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생긴 야망 때문에 주변인물과 소통하지 못했어요. 그러다 김사부(한석규 분)를 만나며 성장하고 김사부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본인의 의사로서의 신념도 쌓아갔죠. 근데 그 김사부가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됐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엔, 의사로선 이해가 되지만 아들로선 이해가 안 되는,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한 번에 몰려왔어요. 저도 촬영하면서 제가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나왔는데, 나중에 방송을 모니터하니 저도 생각지 못한 표정들이 나오더라고요. 그게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감사하게도 보신 분들도 좋아해 주셨고요. 한석규 선배님도 촬영할 때 박수 쳐주시고 그랬어요.”

유연석

# “낭만적인 사부 한석규, 다양한 매력 서현진”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가 강동주의 사부였듯, 한석규는 촬영장에서 유연석에게 '사부' 같은 존재였다. 어깨를 툭 치며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칭찬, 감정연기를 펼친 후배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는 한석규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는 유연석을 춤추게 했다.

“한석규 선배님이 어떻게 이끌어 가느냐가 드라마의 분위기를 크게 좌우했을 텐데, 덕분에 촬영장이 유쾌했고 부드러웠고 때론 긴장감도 있고 여유로울 수 있었어요. 선배님은 현장의 후배들한테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죠. 동주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진짜 사부님 같은 느낌이었어요. 어깨를 툭 두드리면서 '잘하고 있어' 한말씀 해주시는 게, 다른 무엇보다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큰 힘이 됐어요.”

유연석은 한석규와 김사부 모두 '낭만적'이라 말했다.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를 듣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 김사부처럼, 한석규 특유의 여유와 부드러움에서 그런 낭만이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한석규는 김사부처럼 까칠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김사부와 다르게 한석규 선배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갖고 계세요. 김사부처럼 독설을 퍼붓고 칭찬에 인색하기보단, 격려해 주시고 부드럽게 얘기해 주시죠.”

극 중 강동주는 윤서정(서현진 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 비로소 사랑을 쟁취했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불시에 사랑을 고백하고 진지와 장난을 넘나드는 이들의 귀여운 로맨스는, 의사로서 신념을 지키려는 노력 위에 펼쳐지며 시청자의 큰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런 시청자의 사랑으로 인해 동서커플(강동주+윤서정)은 지난해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까지 수상했다.

“서현진 씨는 차근차근 작품을 해온 배우이고, 또 최근엔 로맨틱 코미디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참이라, 함께 호흡을 맞춘다기에 저도 기대를 많이 했어요. 촬영하면서 이 친구가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걸 느꼈죠. 로코를 잘하는 배우답게 특히 멜로신에서 호흡이 잘 맞아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 낸 것 같아요. 그래서 연말에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수 있었고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사진제공=킹콩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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