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핫 리뷰

[리뷰] '조작된 도시', 웰컴 백 박광현의 팝콘 무비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2.02 13:44 조회 1,150
기사 인쇄하기
조작된 도시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미리 전제하자면,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는 보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

게임 소재를 차용한 영화라는 것 그로 인해 현실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사건 해결 구조를 띤다라는 것을 전제하고 본다면 꽤 즐거운 오락영화로 소비할 수 있다. 하지만 이야기의 논리, 개연성을 중심에 둔 관람을 하고자 한다면 설정의 유치함과 몇몇 구멍을 견디기 힘들 수도 있다.

한마디로 '유치함'을 즐길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가 이 영화의 재미 정도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오랜만에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에서 도전과 실험을 강행한 영화라는 점에서 반가운 영화다.

권유(지창욱)는 촉망받는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였으나 부상으로 운동을 관두고 백수가 됐다. 유일한 낙은 게임 세계 속에서 리더가 돼 적을 무찌르는 것이다. 어느 날, PC방에 놓고 간 휴대전화를 가져다 달라는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는다. 사례금 30만 원에 혹해 약속 장소에 휴대전화를 놓고 나온다.

다음 날 휴대전화 주인이 끔찍한 사체로 발견된다. 권유는 영문도 모른 채 살인범으로 몰린다. 급기야 피해갈 수 없는 증거들이 차례로 공개돼 감옥에 갇힌다.

권유는 교도소에서도 순탄치 못한 생활을 하며 진실을 추적하기로 결심한다. 이때 게임 멤버였던 여울(심은경)과 데몰리션(안재홍) 등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조작된 도시

'조작된 도시'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오락게임 같은 영화를 표방한다. 오프닝에서부터 현란한 착시효과를 선사하며 몰입감을 높이다가 이내 현실의 영역으로 돌아오는 흥미로운 전개를 보여준다.

인상적인 시퀀스로 포문을 연 영화는 억울한 누명과 잠재된 진실이라는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펼친다. 주요 사건은 권유의 교도소, 여울의 아지트, 조작자의 큐브 등 세 곳을 오가며 벌어지는데 각 공간에서의 액션과 유머의 조화도 개성 있다.

무엇보다 액션신이 돋보인다. 특히 카체이싱 장면은 수준급이다. 마티즈 튜닝카가 8차선 도로 위를 질주하며 전방에서 달려드는 차를 피하고 부서뜨리는 모습은 현란하다. 이 밖에 드론이나, 종이 화살을 이용해 진실을 추적하고 위기를 피하는 것도 최근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었던 신선함이다.

사회에서 루저 혹은 비주류로 불리는 이들이 반사회적, 반도덕적 행동을 하는 권력자를 추적하고, 응징하는 데서 오는 쾌감도 있다.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과 범죄 악용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는 정보화 사회의 대중들에게 호기심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쪽으로 작용한다.

조작된 도시

신선한 소재를 시각 효과를 활용해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지만 관객의 취향의 탈 소지는 있다. 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전개에 대한 거부감이라던가 사건 해결의 현실성 등을 따진다면 유치하고 엉성하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선입견도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팝콘무비라고 생각하고 본다면 지루하지 않은 2시간이 될 것이다.

'조작된 도시'는 2005년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전국 800만 흥행을 일궜던 박광현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SF 영화 '권법'의 제작이 무산돼 12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신작에서 녹슬지 않은 감각을 자랑했다. 광고 감독 출신답게 빼어난 비주얼과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주인공 '권유' 역의 지창욱은 기대 이상의 매력을 발산했다. 파워풀한 액션 연기를 소화했고, 인물의 혼란스러운 내면도 자연스럽게 연기해 냈다.

심은경, 안재홍, 김민교 등도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한 캐릭터 연기로 팀플레이를 완성해 냈다. 그동안 코믹 연기에 일가견을 보여온 김상호, 오정세는 이번 영화에서 악역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특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이중인격자 '민상천'으로 분한 오정세의 연기가 맛깔나다. 상영시간 126분, 15세 관람가, 2월 9일 개봉.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