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대.물.봐 인터뷰] 한지상, '이게 나라냐'는 외침에 대하여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2.07 16:00 조회 2,698
기사 인쇄하기
한지상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편집자주> 대신 물어봐 드립니다. 일명 '대.물.봐' 인터뷰의 주인공은 배우 한지상 씨입니다. 뮤지컬 '데스노트' 라이토 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한지상 씨는 그간 라이토 역에 맞게 체중 감량을 하느라 참았던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지상 씨에게 '데스노트'는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끈끈한 우정을 다질 수 있어서 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합니다. 한지상 씨와는 이번이 세 번째 인터뷰였는데요. 이번 인터뷰는 SBS 연예스포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팬들이 손수 모아준 질문들로 꾸며봤습니다.

한지상 씨는 '아무말 대잔치'(?) 인터뷰이의 오명을 벗고 모든 질문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답해 줬습니다. 독자가 직접 묻고, 스타가 답하는 '대.물.봐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Q. 대물봐 인터뷰 한지상 편을 앞두고 팬들의 질문이 쏟아졌어요. 그중 정말 냉철하고 분석적인 내용도 있었어요.

“그럴 거예요. 감사하게도 공연을 자주 봐주시는 분들이니까요.”

Q. '데스노트' 끝나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는 팬들이 많았는데요.

“공연이 설날 전에 끝나서 명절 동안 먹고 싶은 거 다 먹었어요. 요즘은 탄수화물, 특히 밀가루 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웃음) 피자, 스파게티, 하루에 수제버거만 두 끼 먹은 적도 있고요. 먹고 싶은 건 다 먹고 지내요.”

Q. 몸무게를 정말 많이 감량했는데 어느 정도 감량한 건가요?

“라이토는 제 나이 반밖에 안 되는 고등학생 역할이라 체중감량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일 편한 몸무게가 70kg 정도인데요. 이번에는 60~61kg 정도까지 감량했으니까, 10kg? 그 정도 감량했네요.”

Q. 체중 감량이 쉽진 않았을 텐데요?

“'완득이' 할 때 이후 두 번째 체중감량을 한 건데요. 이번에는 예민해지지 않으려고 마음 수양을 많이 했어요.(웃음) 팀 분위기도 정말 좋았고요. 결국 얻고 싶은 건 얻었어요.”

한지상

Q. 다이어트를 이렇게 쉽게 성공할 수 있나요?

“식단 플러스 운동, 모든 분들이 다 하는 그걸 했죠. 동생이 의학 전공이라 식단과 관련해 조언도 좀 받았어요. 하루 15분 유산소 운동이라도 꼭 하면서 야식은 무조건 끊었고요. 저녁 6~7시 이후로는 아예 먹지 않았어요.”

Q. 뮤지컬 배우들은 몸도 많이 쓰는데 체력이 달리진 않았어요?

“유준상 선배는 '얘가 왜 이렇게 살이 빠졌나.'라며 좀 울컥하셨대요. 가까이에서 본 분들은 걱정하셨죠. 몸이 마르니까 배도 고프고 갈증도 많이 났는데요. 그럴수록 라이토가 느꼈던 정의구현을 향한 갈증, 그 멘탈적 배고픔에 집중이 더 잘됐어요. 자신에게는 그렇게 착한 편이 아니라 그런 제 모습이 좋았어요. 약간 변태적인 게 있죠.(웃음)”

Q. 그럼 지금은요?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4kg가 쪘어요. 긴장 놓으면 바로 찌는 스타일이라서(웃음) 오늘은 '데스노트' 팀과 2차 쫑파티입니다.”

Q. '데스노트'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았나 보네요.

“압도적으로 좋아요. 원캐스트인 데다 시간이 짧아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십수 년을 공연하신 서영주 선배도 이런 분위기는 흔치 않다고 얘기하실 정도예요. 오늘은 제가 주최해 모이는 자리입니다.(웃음) 술은 잘 못 마시지만 오늘 같은 날은 안주도 술도 다 먹어야죠. 다이어트는 끝입니다!”

Q. 공교롭게도, 여기 한지상 씨의 술버릇이 궁금하다는 질문도 있네요.

“술을 잘 못 마셔서 술 마시면 자요. 지난번 종파티 때도 30분 정도 잤어요. 어떤 후배가 '형 자지 마' 해서 일어났어요. 후배 말 잘 듣거든요.(웃음) 후배들이 제일 무서워요. 후배가 하지 말라고 하면 하지 말아야 선배죠.”

Q. 후배 말을 잘 듣는 선배네요.

“어떤 선배가 되어야 하는가? 후배를 무서워하는 선배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배를 위해 조언해 주는 선배들 중에 자신의 트라우마에 갇혀서 일명 '곤조'가 나오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뭔지 공감하시죠? 후배들도 다 구별할 줄 알아요. 선배는 대놓고 말하지만 후배는 뒤에서 얘기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후배가 더 무섭고 선배라면 그런 후배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인상 깊은 '좋은 선배론'이네요.

“후배를 위해 물심양면 조언을 해주는 사람, 직언보다는 본보기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세 사람이 생각나요. 다른 선배들이 삐치실지도 모르겠지만(웃음) 유준상, 조승우, 마이클리. 스타일은 각기 다르지만 이름만으로도 자극이 되는 선배들이에요. 4명을 꼽아야 한다면 (김)무열이에요.”

Q. 김무열 씨와는 절친한 친구사이죠?

“누가 나보다 뛰어나다? 그럼 전 배가 아플 만한 위인이에요. 그런데 무열이한테는 진짜 안 그래요. 그냥 잘됐으면 좋겠어요. 좋은 배우고 좋은 친구고. 무열이는 그냥... 무열이는 그냥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Q. 한지상 씨도 그런 좋은 선배가 되고 싶은 거죠?

“만만하고 편한 놈이 되는 게 그동안의 패턴이에요. 만만하더라도 후배들에게 쓴소리는 해요. 지각을 해도 되고 실수를 해도 되는데 뜨겁게 일하지 않을 때, 건방져졌을 때는 따끔하게 얘기해 줘요. 건방질 때 예방주사를 놔야지 후배들이 비뚤어지지 않아요.”

한지상

Q. 공연 얘기를 좀 더 해볼까요. 한지상의 라이토에 많은 기대를 했어요. 가장 노력했던 건 뭔가요.

“디테일한 변화였죠. 점차 라이토가 흑화되는 단계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분장팀에 아이라인을 조금씩 두껍게 그려달라고 했어요. 못 알아채셔도 상관없어요. 그저 느낌만으로도 라이토의 변화가 있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Q. 현 시국 때문일까요? '데스노트'를 보고 공감한 대사가 참 많았어요.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배우인데, 이번에도 애드리브가 있었나요?

“라이토의 대사죠. '모든 게 썩었다'며 분노하는 라이토가 나름의 사명감을 표출하는 다섯 문장의 독백이에요. 그중 '이게 나라냐'는 대사는 직접 한 애드리브였어요. 다행이 관철되어 무대에서도 올려졌네요.”

Q. '이게 나라냐.'가 한지상 씨의 애드리브였다니 신기하네요.

“정의롭지 않은 시국 때문에 그 대사에 공감했다는 글들을 봤어요.”

Q. '데스노트'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요?

“옳다고 믿는 부분이 잘못된 부분으로 극대화됐을 때 이렇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는 걸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이렇게 아픈 세상에서 아픈 자아의 갈등이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지 얘기해 보고 싶었죠.”

Q. 마지막 공연 커튼콜 때 '정의롭지 않은 세상'에 대한 얘기도 했어요. '저렇게 말해도 되나' 걱정이 되는 게 요즘 시국이네요. 준비했나요?

“살짝 준비했죠.(웃음)”

Q. 마지막 커튼콜에서 한 얘기에 대해서 말해주세요.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가사를 풀어보면 제대로 된 지도자를 뽑고, 그 힘이 민간인에게 사유화되면 안 된다는 거잖아요. 세상에 '뽑아달라'는 사람은 많고 '뽑지 말아달라'는 후보는 없죠. 지도자 자격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걸 확실히 알아야 해요.”

Q. 김준수 씨와의 호흡 얘기도 해볼까요. 테니스 장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허파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재밌었어요.”

Q. 김준수 배우는 아이돌 출신이어서 몸을 아주 잘 쓴다는 평가를 받고 한지상 씨도 춤을 아주 잘 추는 걸로 유명한데요. 시너지가 좀 났나요?

“김준수 씨는 몸을 정말 잘 써요. 테니스 신에서는 준수 본인의 세련된 움직임과 그루브가 아주 멋졌어요. 저만 잘하면 됐죠.(웃음) 저는 준수에 비하면 1/10 정도?”

Q. 차별화된 표현도 있었죠?

“준수의 엘이 구부정한 몸선이라면 라이토는 수직의 걸음걸이와 자세, 엘은 삐딱함 속에 정의라면 라이토는 착한 척 모범생 속의 거짓과 파괴 등 대비되는 면이 많았죠.”

Q. '데스노트' 라이토도 그렇고. 과거 작품들도 어떤 내적 괴로움, 파멸의 캐릭터를 많이 맡는 것 같아요.

“끝은 항상 파멸, 죽음이었던 것 같아요. 부수적인 것도 있지만 거의 모든 역할이 다 죽음으로 끝이 났어요. 이런 캐릭터가 저에게 매력적이에요.”

한지상

Q. 한지상 배우는 자주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데요. 그 이유가 있나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릴 때 금전적으로 막 쪼들리는 유년시절을 보낸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집이 굉장히 엄했고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는 철학이 있었어요. 손익분기점이 정말 명확했거든요? 성균관대 재학시절 돈이 500원밖에 없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도 사먹지 못했던 적이 있어요. 그 때 달려와준 친구가 돈을 내준 덕분에 햄버거를 사먹은 기억이 나요. 그리고 본 오디션에서 합격하면서 햄버거를 사먹을 형편이 됐어요.”

Q. 친구가 준 돈으로 햄버거를 사먹고 본 오디션이 뭐죠?

“'스위니 토드'였어요. 세상에는 돈을 위한 돈이 있지만, 자존감과 자립을 위한 돈도 있다고 생각했던 계기 중 하나예요.”

Q.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다는 평가도 받는데.

“세상에는 어느 것에나 호불호가 있죠. 특히 일에 있어서 진보적이고 싶어요. 정치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요.(웃음) 뭔가를 한 번 엎어서 생각하고 싶고 의외의 답에 대해서도 한 번 고민해 보고 싶고 이를 위한 설득력도 얻고 싶어서 고민도 많이 해요. 뻔한 답은 별로 얻고 싶은 생각이 없거든요.”

Q. 알파치노를 닮았다고 한 팬이 있는데요.

“정말요? 와..”

Q. 왜 그렇게 깜짝 놀라세요?

“그 얘기해 주신 분께 무한히 감사드립니다.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가장 존경하는 배우예요. 누구보다 연극을 사랑하는 연극배우였고 영화 리허설을 연극 무대를 대관해서 한다고 들었어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그분보다 나은 거라고는 조금 더 큰 키와 조금 더 젊은 나이뿐. 영광이네요.”

Q. '레드' 이후 연극은 좀 뜸했죠?

“정말 하고 싶었고 오퍼 주신 것도 있었는데 '레드' 이후 스케줄 문제로 하지 못했어요. '칠수와 만수'였거든요. 너무 아쉬워서 공연도 봤어요. 무열이 윤석원 씨와 하는 '반상회'도 꼭 하고 싶어요. 저도 바쁨의 한몫하고 있어서 실천을 못 하고 있는데, 계속 얘기 중이에요.”

Q. 워낙 팬이 많죠?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음. 많은 팬들이 기억에 남지만. (한지상은 이날 팬이 챙겨줬다며 레몬맛 사탕을 건네기도 했다.) '배우 해줘서 고맙다'는 팬이 기억에 남아요. '넥스트 투 노멀' 때였던 거 같아요. 소름이 돋던데요.”

Q.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당연히 없죠?

“없죠. 한 번도.”

Q. 만약 배우가 안 됐다면 뭘 하고 있을까요. 

“고 3 때 연출 전공을 준비하다가 실패했어요. 작가가 되지 않을까요? 그 당시에 국문과도 다 떨어졌었지만 관심이 많았어요.”

Q. 자연인 한지상으로서의 현재 고민은?

“진짜 많이 먹는다는 것. 지금 또 배가 고파요. 사실 인터뷰 오기 전에 짬뽕라면 끓여먹고 왔거든요? 마늘도 넣어서. 밥도 말아먹었어요. 꼬들꼬들한 라면 진짜 좋아요.”

Q. 한지상 씨의 패션도 팬들의 관심사 중에 하나더라고요. 지금 입은 옷을 보면 예쁜데요?(한지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색 의상을 입었다.)

“이거 라이토 신발이고요, 이건 라이토 티셔츠예요. 바지도 라이토가 입던 거예요. 그냥 무의식 중에 입었는데 다 라이토 의상이네요.(웃음)”

Q. 한지상에게 패션이란?

“한지상에게 패션은... 음 필요악이에요.(전원 웃음) 일반인이라면 그렇고요. 무대 위에서는 패션이 절대적이에요. 이번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요. 메이크업, 비주얼, 연기, 노래 움직임 다 라이토스럽게 하려고 했어요”

Q. 이번에 브로드웨이 다녀왔다고요? 어떤 뮤지컬을 봤나요?

“킹키부츠요.”

Q. 어땠어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강)홍석이가 더 잘하네.'라고 생각했어요. 잘하긴 잘하는데 홍석이가 더 열정적으로 느껴졌어요. (브로드웨이 배우들) 반박하고 싶으면 한국 오셔서 저랑 얘기해요.(웃음)”

Q. 한국 뮤지컬 배우들이 실력 면에서 세계적이라는 데 동의해요.

“인적 자원은 최고인 것 같아요. 브로드웨이의 시스템과 주변환경이 정말 좋다는 것 느꼈어요. 그런 건 정말 반박할 수 없지만 연기예술은 우리나라가 아티스트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Q. 차기작이 궁금한데요.

“진짜 정해진 게 없어요. (방송 연기는?) 그건 제가 을이라서(웃음). 10년 후에도 전 이 모습일 거예요.”

Q. 이 모습이요?

“뜨거운 사람.”

Q.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안 건데, '아무말 대잔치'라는 별명이 있다고요. 그런데 듣다 보니 묘한 매력이 있네요.

“아무 말 하긴 하는데 30분에서 1시간쯤 들으면 아마 묘하게 논리가 느껴지죠? 그런 매력이 있는 거예요.(웃음) ”

* 한지상 씨가 선택한 베스트 질문은 배우로서의 호불호 성향과 관련한 내용입니다. 최미숙 님은 한지상님의 친필 사인과 소정의 선물을 보내드립니다. SBS 연예스포츠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로 연락 바랍니다. 

한지상

사진=씨제스 컬처 제공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