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영화 핫 리뷰

[리뷰] '존 윅-리로드' 액션, 예술이 되다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2.21 09:33 조회 3,359
기사 인쇄하기
존윅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존윅-리로드'(감독 채드 스타헬스키·데이빗 레이치)는 약 20여 분에 이르는 장황한 오프닝을 통해 궁극의 킬러 존 윅(키아누 리브스)의 신화를 부각한다. 이때 영화는 교차편집으로 3인칭의 구전(口傳)과 주인공의 액션을 보여준다. 태생적 아쉬움인 서사의 허술함을 보강하고, 전편을 관람하지 않은 신규 관객도 쉽게 입장할 수 있게끔 하는 안전장치다.

2014년 제작된 '존 윅'은 '개'연성의 영화로 불렸다. 여기서 개연성은 사건이 현실화될 수 있는 확실성의 정도 또는 가능성의 정도의 개념이 아닌 사건의 시발이 주인공의 '개'에서 비롯됐다는 비아냥을 포함한 것이었다. 거기까지였다면 영화는 B급 무비에도 도달하지 못한 삼류 액션물에 그쳤을 것이다.

'존 윅'은 액션 하나만 파고든 영화도 예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창의적 결과물로 보여줬다. 그로부터 3년, 존 윅의 신화가 스크린에 부활했다. 전편보다 더욱 강력하고 경이롭다.

업계 최고의 킬러 존 윅은 화려한 과거를 뒤로한 채 은퇴를 선언한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을 구했던 옛 동료와 피로 맺은 암살자들의 룰에 의해 다시 총을 들게 된다. '국제암살자연합'을 탈취하려는 옛 동료의 계획을 돕던 존 윅은 함정에 빠지게 되고 전 세계 암살자들의 타깃이 된다.

존윅

'존 윅-리로드'는 전편의 DNA를 고스란히 이어받아 직진의 액션을 추구한다. 1편(제작비 2,000만 달러로 만들어져 전세계 8,500만 달러의 수익을 냄)의 성공에 힘입어 속편의 스케일은 한층 커졌고, 액션의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말 없는 암살자 존 윅은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남자다. 그에게 액션은 단순한 주먹질 이상이다. 목소리고 감정의 분출구다.

영화의 배경은 뉴욕을 넘어 로마로 확장됐다. 액션은 국제암살자연합의 지하벙커에서 만개한다. 존 윅은 전진할 때마다 강력한 암살자들과 만나는데 신출귀몰한 능력으로 하나둘씩 무찔러 나간다. 무림고수의 도장깨기 같은 긴 액션신은 롱샷과 롱테이크로 활동 사진처럼 그려냈다. 

'존 윅-리로드'는 액션 장면이 러닝타임의 2/3를 차지한다. 아무리 액션이 뛰어난 영화도 서사가 빈약하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이 영화는 전편보다 더 단출한 이야기를 택한 대신 연거푸 등장하는 액션 신이 지루해지지 않도록 매 장면 새롭고 강력하게 구성했다.

모든 액션신은 창의적 디자인과 경이로운 구현력을 자랑한다. 업계 최고의 거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설계한 듯한 액션 장면에는 장인 정신이 켜켜이 서려 있다. 동력이 떨어질 법한 후반부에도 지하철을 사이에 두고 대치한 두 인물이 열차칸 사이로 총을 쏘는 장면이라던가 갤러리의 '거울의 방'을 이용한 격투 장면 등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존윅

'존 윅-리로드'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 세계관을 이해하거나 용인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마초적 허세로 점철된 액션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대표적 공간인 '콘티넨탈 호텔'은 암살자들을 위해 의료 및 세탁 서비스는 물론 맞춤형 방탄 슈트, 다양한 무기까지 제공하는 안식처다. 하지만 호텔 내에서는 어떠한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 엄격한 규칙도 존재한다. 그 외에도 암살자들 사이에서는 '골드 코인'이라는 비밀 화폐가 통용되고, 청부계약은 보안 유지를 위해 8비트 컴퓨터로 처리된다.

또 대다수의 암살자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지하철 부랑자 또는 관광객, 미모의 커리어 우먼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보여준다. 존 윅이라는 타겟이 자신의 앞을 지나갈 때 독수리의 발짓처럼 주먹이나 총이 나가는 모습은 박진감이 넘친다.  

등장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사에도 그만의 언어유희와 유머가 있다. 과장과 허세 사이의 대화는 어떤 이들에겐 우스꽝스러울 수 있지만, 어떤 이들에겐 비장미로 느껴질 것이다.

존 윅과 암살자들은 상대를 제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서로에 대한 예를 갖추고 패배에 대해서 깔끔하게 인정한다. 중국 무협지에서나 볼법한 강호의 도가 느껴진다. 유혈이 낭자한 난투극이 크게 불편하지 않는 것은 이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규칙과 예의 때문이기도 하다.  

1대 다수의 대결에서 존 윅에 의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을 볼 때 "저게 말이 돼?"와 같은 비판은 무의미하다. 더불어 뉴욕의 공공장소나 로마의 유적지 앞에서 결투를 벌여도 법의 안전망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도 오락적 설정으로 넘겨버리는 게 좋다.

흥미로운 패러디와 랑데뷰도 눈길을 끈다. 영화 '킹스맨'을 패러디한 듯한 '총기 소믈리에'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존 윅은 결전을 앞두고 총기 상을 찾아 최고의 물건을 고르고, 양복점을 방문해 최고급 슈트를 맞춘다. 에피타이저, 메인, 디저트로 이어지는 정찬 요리(?)가 서빙될 때의 진지함과 결연함은 기묘한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매트릭스' 시리즈의 콤비였던 키아누 리브스와 로렌스 피시번은 '매트릭스3' 이후 14년 만에 재회해 팬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존윅

'존 윅' 시리즈는 액션을 잘 알고, 잘하는 감독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1,2편의 메가폰을 잡은 채드 스타헬스키는 할리우드 베테랑 스턴트맨 출신의 감독이다. 그는 키아누 리브스의 대표작 '매트릭스' 시리즈와 '콘스탄틴'에서 스턴트 대역을 맡기도 했다. 여기에 전편을 공동연출 했던 데이빗 레이치도 합류해 날 것의 액션을 완성하는데 기여했다. 

'존윅-리로드'는 합의 액션이라기보다는 디자인의 액션으로 불릴 만 하다. 집, 동굴, 호텔, 지하철 내·외부 등 다채로운 공간을 폭넓게 활용한 액션 설계는 만든 이의 피와 땀방울이 고스란히 보인다. 

키아누 리브스는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액션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십 줄에 들어선 몸은 강도 높은 액션 소화하기에 둔탁한 것이 사실이다. 영화는 존 윅의 몸짓을 눈속임 없이 카메라에 담는 대신 주먹보다 한 박자 빠르게 들리는 사운드로 스피드의 아쉬움을 보완한다. 이는 때리는 사람의 힘과 맞는 사람의 고통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효과적 기능을 한다.

누가 뭐래도 '존 윅' 시리즈는 키아누 리브스의, 키아누 리브스에 의한, 키아누 리브스를 위한 액션 영화일 때 의미가 있다. 이 영화의 서사는 '오늘만 산다'는 각오로 결전에 임하는 노쇠한 영웅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2편의 원제는 '존 윅 챕터 2'(John Wick:Chapter Two)다. 한국에서는 '존윅-리로드'(John Wick-Reload)라는 제목으로 선보인다. '총을 재장전했다'는 의미의 한국 제목은 탁월한 선택처럼 보인다. 존 윅의 액션에 열광한 팬이라면 극장으로 달려갈 이유가 충분하다. 상영시간 122분, 청소년 관람불가, 2월 22일 개봉.

ebada@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