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영화 ‘재심’ 김영재 “나쁜 검사? 현실에서 우병우 보고 멘붕”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3.07 10:22 조회 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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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SBS연예뉴스l강경윤 기자] 실화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재심'에는 대표적인 악인 2명이 나온다. 거짓 자백을 강요한 백철기 형사(한재영 분)와 출세욕에 찌든 검사 최영재(김영재 분)다.

특히 거만한 엘리트 의식이 묻어나는 최영재 검사는 마지막까지 변호사 준영(정우 분)마저 회유해 진실을 은폐하는 악행은 서슴지 않는다. 김영재는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았음에도 비릿한 현실의 맛에 씁쓸함을 더했다.

김영재는 다양한 검사의 연기를 연구하기 위해 틈날 때마다 법정을 찾아서 재판을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에서 다양한 검사들의 군상을 살펴보는 한편, 조직과 승진을 향한 일부 검사들의 맹목적인 권력욕도 간접적으로 느꼈다.

실제로는 김영재는 젠틀하고 소탈한 성격이다. 그의 표정과 눈빛은 그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그의 얼굴은 수시로 변한다. '자백'의 최영재가 그랬고, '또 하나의 약속'의 반도체 회사 이 실장이 그랬다. 또 드라마 '마왕'에서의 모습도 상상할 수 없었다.

Q. 영화 '재심'이 초반 호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VIP 시사회에서 봤을 때 시나리오대로 잘 나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는 법정 드라마가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나온다고 했다. 그런 부분이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 잘 나왔다.”

Q.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팀과의 두 번째 영화 작업이다.

“'또 하나의 약속' 팀과는 워낙 끈끈했다. 저예산 영화를 함께 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두 번째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도 내 일처럼 기뻤다. '축하한다'고 김태윤 감독에게 연락하니 함께 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괜찮으니 좋은 영화를 만들어라'고 축하한다고 했다.”

김영재

Q. 성은 다르지만 영화 속 검사 이름도 '영재'인데.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나를 염두해뒀다고 들었다. 하지만 투자 문제도 있고 그러니까. 배우로서 이해한다. 그러다가 다시 연락이 왔다. '같이 해보자'고. 워낙 가족 같은 사람들이니까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Q. '영재'라는 인물이 처음 로펌에서 등장했을 때 이상하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뭐랄까. 어딘가 표정부터 재수 없었달까.(웃음)

“영화 속에서 영재는 유일한 '금수저'다. 약촌에서 고생고생해서 버티는 이유는 딱 하나 서울로 재입성해서 성공하려는 거다. 자기 손해를 최대한 보지 않으려는 그런 인물로 묘사하고 싶었다. 골프장 장면에서 이동희를 하찮게 대하는 것도 영재의 속내를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한 부분이었다.”

Q. 그게 정확히 통했던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나는 악역인 백철기 형사보다 최영재 검사에게 더 분노가 느껴졌다.

“내가 돋보이는 것보다는 영화에서 어우러짐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과도한 대사 톤을 쓰진 않았다. 권력욕에 찌든 검사 역을 표현하고자 했던 거다. 그 때도 충분히 나쁘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개봉 전에 터진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축 우병우 씨를 보고 멘붕이 왔다. 영화보다 더 한 사람이 있구나. 여기자를 노려보는 눈빛을 보고 '아차' 했다. 더 악랄하게 할 걸.(웃음)”

Q. 단편부터 장편과 드라마까지 정말 다양한 배역을 맡았는데, 검사라는 직업은 그동안 맡은 배역 중 가장 엘리트였나.

“그렇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에서 좀 능글능글한 악역이었다면 '재심'에서는 차가운 엘리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법정에 가서 방청도 자주 했다. 하루 종일 재판만 보고 온 날도 있었다.”

Q. 실제로 본 검사들의 모습은 어땠나.

“다양한 분들이 있었다. 멋지고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이 있는 반면, 상상했던 것과 달리 어딘지 빈틈이 보이는 검사들도 많았다(웃음). 별 해프닝이 많았다. 검찰이라는 조직 내 검사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다.”

Q. 법정에서 하루 종일 참관을 했다는 내용이 인상깊다. 어떤 배역을 맡게 되면 연구를 하는 스타일인가.

“그게 더 편하다. 누군가를 모사를 하는 건 어렵지만, 누군가를 관찰해 나만의 일상적인 톤을 잡는 게 나에겐 더 맞는 방법이다. 나는 개성있는 배우는 아니다. 그들의 일상들을 살펴보면서 습관이나 용어들을 나에게 편해지도록 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Q. 영화 속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는 평이 많다.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땠나.

“정우와는 주말드라마 '최고다 이순신' 때 티격태격 하는 연기를 해봐서 편했고, 다른 배우들과도 다 좋았다. 특히 극중에서 로펌의 사무장 역할로 나온 배우 이정은 누나는 내 연기 멘토다. 20대 시절 대학로의 조금만 연습실에서 연기 그만둘까 고민할 때 '그만두지 마라' 얘기해주던 누나였다. 같은 작품에 같은 신으로 나오게 돼 감격스러웠다.”

Q. 얼굴을 보면 워낙 젠틀한 외모여서 고생의 '고'자도 모를 것 같다는 느낌도 드는데 그런 일화도 있나.

“외모만 보고 '넌 고생 안 해봐서 그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강남 지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반지하에서 살았고, 부모님은 여전히 그곳에 사신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진 않았다. 성격이 담담한 편이라서 일일이 표현하지 못하는 거다.” 

김영재

Q.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언론사 등 다양한 진로의 길도 있었을 텐데 왜 연기를 택했나.

“언론 쪽으로 갈 생각은 아예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축제에서 비디오 데크를 활용해 영화 편집을 해서 방영을 하곤 했는데 그게 참 재밌었다. 영화를 막연히 좋아하다가 전역 한 이후 영화 '쉬리'를 보다가 어떤 장면에서 '어, 저거 나라면 저렇게 안하고 이렇게 할 것 같은데?'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이후 신문방송학과 내 동아리를 통해 연기를 조금씩 배웠다.”

Q. 그런 한석규 씨와 영화 '아버지의 전쟁'을 통해 호흡을 맞추는데?

“그건 연기도 뭐도 아무것도 모를 때 마음이었다. 부끄부끄하다.(웃음) 제가 진심으로 가장 닮고 싶은 배우가 바로 한석규 선배님이다.”

Q. 최근 보여준 모습도 인상적이지만, 많은 이들은 영화 '사랑니'나 '이 죽일놈의 사랑' 등의 김영재 씨의 모습도 기억한다.

“'사랑니'는 가장 고마운 작품이다. 그 작품을 통해서 배역을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게 뭔지를 알게 됐다. 이후 '마왕', '달콤한 나의 도시'도 찍으며 팬들도 생겼고 지금도 연락하며 지낸다. 지금은 어느새 다 학부모들이 되었다.(웃음) 얼마 전에 '재심' 보고 왔다면서 팬들이 '오빠, 재심에서 오빠가 제일 잘 생겼더라.'해줘서 크게 웃었다.”

Q. 그렇다면,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뭔가.

“'또 하나의 약속'이다. 영화 소재가 갖는 막중한 책임감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흥행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길 바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영화는 메이저 영화관에서 개봉을 하지 못했다. 평점은 9점 정도인데 지금이라도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완득이'도 아쉽다. 조금 더 놀았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Q. 오히려 그런 덤덤함이 배역이나 작품에 깊이 녹아드는 이유일거란 생각도 든다. 돌이켜보면 배우의 모습보다는 배역과 연기로 기억되는.

“갖가지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모두 다 돋보이고 싶기만 한다면 관객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올 지도 모른다. 화려하진 않아도 그 배역에 녹아들어 관객들의 마음을 온전히 흔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배우도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Q. 그동안 신부, 노숙자, 살인마 등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다.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나, 연기자 김영재의 모습처럼 평범하면서도 소시민적인 감성을 표현해보고 싶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배우는 아니지만 누구나 인생에서 가지고 있는 다양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감성들을 연기로 녹여보고 싶다.”

사진=영화 '재심' 스틸컷/ '사랑니' 스틸컷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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