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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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루시드 드림' 김준성 감독, 뼈아픈 실패…그럼에도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3.10 14:58 조회 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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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드림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루시드 드림'은 올해 만들어진 한국 상업영화 중 제작비 대비 가장 큰 손실을 기록한 영화다. 순제작비와 P&A 비용까지 약 6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 분기점은 180만 명. 그러나 10일까지 모은 관객 수는 10만 명 남짓이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김준성 감독에겐 뼈아픈 실패다.

한국 영화 최초로 '자각몽'을 소재로 해 기대를 모았지만 할리우드 영화 '인셉션'과 '소스 코드' 등의 기시감이 든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자각몽은 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꿈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 꾸는 꿈이다. 김준성 감독은 살면서 여러 차례 자각몽을 꾼적이 있고 현상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소재적 매력을 느껴서 뉴스, 책, TV 등을 통한 자료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 낼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지금의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 영화화할 수 있었다"

'루시드 드림'은 대기업 비리 고발 전문 기자 대호(고수)가 3년 전 계획적으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루시드 드림'을 이용, 감춰진 기억 속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쫓는 기억추적 SF 스릴러다.

꿈의 세계를 현실 영역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논리와 개연성 등 제반 과정이 필요하다. 무의식의 세계를 시각화하는 만큼 자기 검열 과정도 중요했다. 

루시드 드림

"우리나라 관객은 땅에 붙어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현실적 있는 이야기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 그래서 보편적으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부성애 드라마를 넣었다. 자각몽이나 공유몽이 소재가 된 이야기가 허무맹랑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를 잃은 아버지가 얼마나 절박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꿈'이라는 소재가 자유로운 점도 있었다. 감독은 "스릴러와 미스터리물이 너무 개연성이 없으면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소재가 꿈이다 보니 유연한 운용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는 생각보다 빨리 꿈의 세계에 들어간다. 대호가 정신과 의사 소현(강혜정)과 디스맨(박유천)과 만나면서 이야기는 속도감이 붙는다. 

"루시드 드림을 설명해야 되는 지점이 너무 많아지면 지루해지고, 너무 안하면 불친절하게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초반 인물의 관계 구축에 대한 신들이 조금 더 있었지만 편집했다. 친절한 것도 좋지만 사건에 빨리 진입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김준성 감독은 '루시드 드림'이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대호가 그렇게 절박하고 또 치열하게 꿈속으로 들어갈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루시드

그의 말대로 이 영화에서는 부성애를 극의 정서적 축으로 활용한다. 후반부 대호와 방섭의 갈등 역시 자신들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비롯된 것이다.

후반부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신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김준성 감독은 "씨지로 처리되는 장면이다 보니 배우는 블루 스크린에서 연기하고 제작진들은 그림을 상상하며 촬영해야 했다. 위기의 순간에 차임벨을 누르는 장면이 있는 그 장면에서 감정을 잘 유지해야 했다. 어려운 신이었지만 고수 씨가 잘 연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또 촬영장의 정신적 지주이자 감독에게 조언과 용기를 아끼지 않은 설경구에 대해서도 "겉으론 무뚝뚝해보이지만 정말 많은 힘을 주셨다"고 고마워했다. 

영화를 연출한 감독으로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부분에 대해 물었다. 김준성 감독은 "드라마적 뚝심만큼은 가져갔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으론 자각몽 논리 구축의 빈약성, 우연의 남발과 등과 같은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도 수용하고 있었다. 김준성 감독은 "전문가들과 관객들이 지적하신 부분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깊이 새겼다"면서 "그러나 대중과 소통하지 못한 건 어떤 식으로든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성 감독은 중앙대학교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 재학 시절부터 풍부한 아이디어와 필력으로 주목받았고, 단편 영화를 통해 충무로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34살이라는 빠른 나이에 데뷔할 수 있었다. 

첫 작품은 다소 아쉬운 결과를 냈지만, 실패를 만회할 두번째 기회도 기다리고 있다. 차기작은 1988년 서울올림픽 유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서울'이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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