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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개그맨 웃기는 개그맨 김수용 “불러주는 방송 없어 한국 떠날까 고민했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3.13 14:42 조회 1,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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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개그맨 김수용은 고수들이 인정한 고수다. 별다른 몸개그나 '버럭'을 하지 않아도 잔잔하지만 강력하게 웃음을 유발한다.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수용은 주식으로 6개월 만에 1억 버는 법을 묻는 질문에 “2억을 투자하면 된다.”고 답하거나, “명절에 울산 가는 비행기 표가 없으면 괌을 경유하라.”등 허를 찌르는 유머를 구사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근 '수드레곤'이라는 애칭으로 출연하는 예능마다 빵빵 터뜨린 김수용에게 '제2의 전성기'란 말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러주는 곳도 없어 한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김수용

Q. 27년 차, 제2의 전성기다. 실감하나.

“전성기치고는 좀 빈약하지 않나?(웃음) 요즘 젊은 친구들이 '수드레곤'이라고 부르며 알아봐 줄 때는 기분이 좋다.”

Q. 모 포털사이트에 수드래곤 팬카페도 생겼더라.

“직접 만들었다. 팬카페를 찾아보니 10명 가입되어 있더라. 출연 중인 웹 예능 '김수용의 구경' 제작진이 직접 팬카페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앞으로 팬카페 사람들과 회비 걷어서 정모도 하고 1박 2일로 함께 갈 생각이다.”

Q. 김수용이 했던 말들을 생각해보면 허를 찌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주위에서도 '개그맨을 웃기는 개그맨'이라는 말도 많이 하더라.

“천재나 그런 건 전혀 아니고. 개그맨 동료들이 하도 사석에서는 웃긴데 방송에서는 빛을 못 보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거 같다.”

김수용

Q. 그런 말들은 평소에 생각하거나 연구하는 건가.

“연구하는 건 아니다. 괌 환승 얘기는 순간적으로 생각하다가 '울산 가는 표가 어려우면 괌 들렀다 가면 되겠네' 한 거다. 주식투자 얘기는 어렸을 때 들은 자니윤 씨의 개그를 응용한 거다.”

Q. 머리가 상당히 좋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IQ도 높나?

“낮은 편은 아닌 거 같다. IQ가 133인데, 솔직히 말하면 선생님이 '그만 풀어라' 했는데 더 풀었다. 정확한 점수는 아닌 거 같다. 성적은 잘할 땐 반 70명 중에서 4등, 못할 땐 69등 정도였다.”

Q. 방송에서 들어보면 가족들이 전부 학구파였던 것 같다. 아버지는 병원장 어머니는 이대 누나는 연대를 졸업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의사를 하려면 반에서 1~2등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영화를 하려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가족들은 '저러다가 말겠지' 했다. 개그콘서트에 나가서 입상을 해 개그맨이 됐다.”

Q. 실제로는 조용조용하고 낯도 좀 가리는 것 같다. 개그맨이 잘 맞았나.

“신인 때 많이 힘들었다. 하기 싫은 건 굉장히 못 하고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다. 온몸에 쇠사슬을 묶고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으로 목소리를 여성스럽게 내는 컨셉트를 해야 했는데 그게 너무 창피했다. 그래서 계속 NG 내다가 대본으로 맞고 그랬다. 이러려고 개그맨이 됐나 자괴감이 들고 막 그랬다. 그래서 신인 때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김수용

Q. 그래도 김수용 씨의 개그에 마니아층도 있다.

“내 개그가 대중적이진 않다. 남녀노소가 다 웃는 그런 개그는 아니지 않나. 함께 출연한 아나운서가 '정말 재밌었어요' 하는데, 꼭 소수만 그런다.”

Q. 남다른 개그 철학이나 그런 게 있나.

“개그 철학이랄 것까진 없지만 남 비하하는 거 싫어한다. 그런데 남들은 날 너무 비하한다(웃음). 첫 만남에 '다크서클' 그건 고정멘트인가보다. '다크서클이 웃겨?'라고 하는데 웃기단다. 오프닝에서 90%가 다크서클이다.”

Q.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불러주는 방송은 없고, 젊은 나이면 기술이라도 배우지. 왜 개그는 시작해가지고 끙끙 앓던 차에 일이 조금씩 들어왔다. 힘든 시절로 다시 가고 싶지 않아서 이제는 리액션 잘한다. 남들 얘기하는데 깔깔거리고.”

Q. 이민까지 고민했었나.

“일없고 불러주는 곳 없으니 한국을 떠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베트남, 미국, 카타르 등등 다 돌아다녀 봤다. 베트남은 주위 친구들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해볼 순 있었지만 덜컥 겁이 났다. 카타르는 너무 더웠다. 물탱크가 밖에 있어서 수돗물 자체가 너무 뜨거워서 미칠 뻔했다. 미국은 거기 사는 교민 지인들이 만류해서 포기했다.”

김수용

Q. 리액션 지적을 정말 많이 받았나 보다.

“웃기지 않는데 낯간지럽게 가짜로 웃고 그런 걸 잘 못 한다. 김구라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거다. PD들이 편집하다가 내 표정 보고 깜짝깜짝 놀라는 거다. 작가들도 스튜디오에서 스케치북에 나만 따라다니면서 '리액션 크게' 써서 흔들고 그랬다. 그래도 못하겠어서 아예 작가를 등져 앉고 그랬다. 그러니 자꾸 '쟤 누가 불렀냐' 이런 소리를 들었을 거다.”

Q. 지금은 리액션 노력을 많이 하나보다.

“의식을 많이 한다. 박수홍을 보면 그냥 기본 희죽희죽 웃고 있다. 미스코리아 대회 나간 것처럼. 예전에는 몰랐는데 리액션이 중요하더라. 어느 정도 해줘야 상대방도 흥이 나서 하고 보는 사람도 재밌다. 그걸 20년 만에, 너무 늦게 알았다.”

Q. 김수용 하면, 감자골 동료들을 빼놓을 수가 없다. 김국진 씨가 신혼 여행비도 대줄 정도로 끈끈한 의리를 보여줬다고 들었다.

“맞다. 김국진은 의리가 남다르다. 개그로만 보면 김국진은 조급함이 없다. 매사에 웃길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또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예를 들면 '불타는 청춘'을 보면 아주 적극적이더라.”

김수용

Q. 말 나온 김에 김용만과 박수홍의 개그 스타일도 평가해준다면.

“김용만은 누구랑 붙여놔도 잘한다. 크게 오바 안 하지만 멘트를 곱씹으면 순발력도 좋고 편안하다. 박수홍은 에너지가 좋다. 우리와 있을 때는 가장 막내니까 감자골에서 가장 활발한 편이다.”

Q. 지석진 씨도 평가하자면.

“걘 그냥 넘어가자.(웃음) 지석진은 당할 때가 너무 재밌다. 귀도 얇고 잘 속아서 그런 게 재밌다. 당할 때”

Q. 마지막으로 국민 MC 유재석은 어떤가.

“착해졌다. ('착해졌다고요?'라고 묻자) 예전에는 깐족깐족 얼마나 깐족거렸는지 모른다. 뜨고 나서는 정말 좋게 변했다. 거만해지고 연예인 병 걸리는 사람도 있지만 유재석은 오히려 겸손해지고 배려 깊어지고. 놀랍다.” 

Q. SNS를 보면 참 좋은 아버지인 것 같다.

“최고다. 쇼윈도 부녀지간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다. 우리가 친해진 게 얼마 안 됐다. 2년 전부터는 '아빠 못생겨서' 싫다고 하다가 이제 막 친해졌다.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한다. 전화해서는 '엄마 바꿔줄게'한다. 별 얘긴 없다.”

Q. 아내 분과도 정말 애정이 깊어 보였다.

“금슬은 좋은 편이다. 쇼윈도로 결혼까지 했는데(웃음). 지석진 라디오에서 좀 오버해서 출근할 때마다 신발장 무너지게 딥키스 한다고 했는데 그건 농담이지만 사이는 좋은 편이다. 박수홍 같은 주위 노총각들에게 '불행하든 행복하든 결혼은 한번 해보라'고 추천해준다.”

Q. 모두 같을 순 없지 않나. 김수용 같은 개그를 추구하는 후배들에게 팁을 주자면.

“왜 이길로 왔냐고 묻고 싶다. 잔잔한 걸로는 오래 걸릴 텐데. 나는 개인기가 딱 2개다. 전유성과 너구리 형사다. 아무도 안 한 성대모사를 해야겠다고 했다가 편집 당한다. 쉬운 길이 아니다.”

Q. 예능계 판도를 예상해보자면

“리얼이 먹히는 거 같다. 관찰하고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 JTBC '뭉쳐야 뜬다'도 괜찮은 것 같다. 예전 인기 있었던 '토크 박스' 같은 느낌의 예능은 어려울 것 같다.”

Q. 해보고 싶은 개그 장르가 있다면?

“19금 장르를 해보고 싶다. 19금 개그가 우리나라에서 신동엽 씨를 제외하면 씨가 말랐다. 예전에 김숙, 송은이의 팟캐스트에 잠깐 출연한 적 있었다. 그 분야는 내가 최고다.”

김수용

Q. 올해의 목표가 있나.

“작년까지는 신인상을 노렸다.(웃음) 2017년에는 유망주 말고 노망주가 되고 싶다. 닥치는 대로 맹활약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Q. 김수용의 요즘은 어떤가.

“최근 든 생각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사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벌고 적게 벌고를 떠나서. 예전부터 스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몇 살까지일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대로 개그맨으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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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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