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방송 촬영장 핫뉴스

[아듀!피고인①]지성vs엄기준, 두 연기神 보는 재미에 행복했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7.03.22 09:13 조회 988
기사 인쇄하기
피고인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SBS 월화극 '피고인'(극본 최수진 최창환, 연출 조영광 정동윤)이 지난 21일 방송된 18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피고인'은 지난 1월 23일 첫 회 방송부터 마지막 18회까지, 단 한 번도 월화극 시청률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가 이 드라마에 이렇게 열광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두 주연배우, 지성과 엄기준의 '신들린' 연기력이 있었다.

지성

# 연기대상까지 갑시다, 갓지성의 위엄

지성은 주인공 박정우 검사 역을 맡아 자신을 따라다니는 '갓지성'이란 극찬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절절한 부성애를 가진 아빠, 다정한 남편, 지적이고 섹시한 검사, 누명을 쓴 억울한 사형수 등 캐릭터가 처한 상황에 따라 팔색조 매력을 펼쳐내며 시청자를 드라마에 몰입시켰다.

아내와 딸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채 사형 선고를 받고도, 정작 진실이 무엇인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 처한 박정우. 지성은 기억의 파편을 찾아 진실로 나아가는 박정우의 눈물겨운 분투를 처절하게 표현해냈다. 특히 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성의 부성애 연기는 시청자의 애간장을 녹이기도,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지성은 심지어 발작 연기, 부상에 고통스러워하는 연기도 수준급이었다. 시청자로 하여금 “진짜 발작 같다”, “정말 칼에 찔려 아파하는 것 같다” 등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어느 구석 하나 연기를 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박정우 캐릭터는 배우에게 굉장히 힘든 역할이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 억울한 누명, 기억상실, 탈옥 등 굴곡진 인생과 감정선을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상당했을 텐데 지성은 캐릭터에 몰입해 살이 쏙 빠진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지성이 개연성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성은 믿고 보는 배우답게 모든 걸 완벽히 해냈다.

피고인 엄기준

# 엄기준, 악역 연기의 기준

엄기준은 '피고인'에서 차민호 역을 맡아 악역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동안 다양한 작품에서 악역을 선보여온 그이지만, 이번 '피고인'의 차민호는 새로운 '인생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강렬했다.

엄기준은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1인 2역에 도전했다. 선한 차선호와 악한 차민호, 외모는 같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쌍둥이 형제를 엄기준은 완벽히 다른 인물로 탄생시켰다. 단순히 머리 스타일을 다르게 하고 안경을 쓰고 안 쓰고의 차이가 아니었다. 엄기준은 외모의 변화와 상관없이 차선호와 차민호를 다른 말투와 표정으로 연기하며 시청자가 두 인물에서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했다.

1인 2역 연기의 가장 어려운 점은,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인 척 흉내내야 할 때다. '피고인'에선 차민호가 차선호인 척 행동하는 부분에 해당한다. 차선호를 죽인 후 그인 척 위장하는 차민호를 연기하며, 엄기준은 또 다른 제3의 역을 표현해야 했다. 그럼에도 엄기준은 차선호인척 하지만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는, 동시에 악인의 섬뜩함까지 드러내는 차민호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된 엄기준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엄기준이 연기한 차민호는 악역의 '끝판왕'이었다. 자신을 흉본 여자를 죽이는 것을 시작으로 친형을 죽였고, 박정우의 아내 윤지수(손여은 분)를 무참히 살해했으며, 정체가 탄로 날 것을 숨기느라 제니퍼리(오연아 분)도 죽였다. 아버지 차회장(장광 분)이 쓰러졌을 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자신에게 합리화시켰다. 그에겐 사람이 죽는 것이 일종의 '게임'이었다. 그때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고, 인간적인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이런 차민호를 연기하며 엄기준은 엄청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시청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가 “하아~” 하며 한숨 섞인 탄성을 조용히 내지를 땐, 차민호의 악마성이 더욱 짙어졌다. 악랄하게 웃거나 섬뜩하게 쳐다보는 것보다도, 그의 이 특유의 한숨 같은 숨소리가 더욱 무섭게 다가왔다.

엄기준의 명품 연기력이 가장 빛난 순간은 단연 지성과 맞붙을 때였다. 연기 잘하는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신에서는 단 1초도 한눈을 팔 수 없었다. 어느 한 쪽으로도 밀리지 않는 연기력의 충돌은 순식간에 극의 재미를 극대화시켰고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것이 바로 시청자를 TV 앞으로 모으는 '피고인'의 가장 강력한 힘이었다.

이제 '피고인'은 종영했다. 고구마 전개든 사이다 복수든, '피고인'은 그 중심에 있던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준 명작이었다. 이제 '피고인' 속에서 두 배우의 소름 돋는 연기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한편 '피고인' 후속으로 오는 27일부터는 이보영, 이상윤, 권율, 박세영 주연에 '펀치' 제작진이 함께하는 '귓속말'이 방송된다.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