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3연타석 홈런' 김민석, 대세 배우의 솔직한 고민

강선애 기자 작성 2017.04.03 17:19 조회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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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김민석이 '신예'에서 '대세'로 거듭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남들은 수년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대박 작품을 세 번 연속 해냈다. KBS '태양의 후예'로 안방극장의 귀염둥이에 등극하더니, SBS '닥터스'에선 삭발을 불사하는 투혼 섞인 연기로 주목받았다. 그러다 최근 종영한 SBS '피고인'에선 엔딩을 잡아먹는 강렬함으로 단단한 연기 내공까지 드러냈다. 이 모든 게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김민석은 스스로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자기가 잘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자신이 운 좋게 선택받았을 뿐이란다. 오히려 불어난 인기와 그로 인해 달라진 환경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그다.

'피고인'은 방송 내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달리더니, 마지막 회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증명했다. 김민석은 '피고인'에서 박정우(지성 분)의 딸 하연(신린아 분)을 납치한 범인이지만, 감방에서 만난 박정우를 챙기고 후에는 하연을 차민호(엄기준 분)의 마수에서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희생한 청년 이성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강력했던 신스틸러는 단연코 김민석이었다.

성공적으로 '피고인'을 끝내고 함께 고생한 사람들과 포상휴가로 일본 오키나와에 다녀온, 그래도 아직 이성규의 슬픈 감정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김민석을 만났다.

김민석

Q. 화제의 드라마 '피고인'이 무사히 끝났어요.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항상 작품이 끝나면 아쉽고 서운하고 그런데, 이번 '피고인'은 거기에 슬픈 감정도 더해졌어요. 이성규가 새드엔딩이었잖아요. 성규한테는 마지막으로 하연이 한 번 보는 게 유일한 바람이었는데, 결국 하연이를 못 보고 죽었죠. 그것에 대한 슬픔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포상휴가로 간 오키나와에서 (신)린아를 실컷 봤죠.(웃음)”

Q. '피고인'에서 성규가 그렇게 하연이를 챙겼는데, 실제로도 민석씨와 린아양의 사이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린아양이 민석씨를 많이 따르던데, 그 비결이 뭔가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함께 저녁 먹기로 했어요. 조만간 같이 놀이동산에 갈 계획도 잡고 있고요. 제가 성인이란 걸 내려놓고 아이의 시선으로, 린아의 입장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면 되요. '내가 이 나이 때 이런 생각을 했었지' 하며 어렸을 적의 시선으로 대화하면 말도 잘 통하고 재미있어요. 그리고 린아, 정말 귀엽지 않나요?”

Q. '태양의 후예'에 '닥터스', 그리고 이번 '피고인'까지. 1년 사이에 출연작 세 개가 모두 크게 성공했어요.

“운이 좋았다고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시청률을 신경 쓰면서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제작자나 관계자 입장에서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단지 제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고, 극의 흐름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나 이거 하나만 보고 연기하는 건데. 시청률이 잘 나오는 작품에 제가 운 좋게 선택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Q. 운도 실력이 아닐까요?

“제가 '태양의 후예' 전까지는 출연작품들의 시청률이 저조했어요. 지금의 성공은 그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겠어요. 하늘에서 '그동안 고생했으니 이제 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주마'하면서 도와준 게 아닐까요.”

김민석

Q. 1년 사이에 대세 배우가 되면서, 달라진 게 많을 것 같은데요. 갑작스러운 인기가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요.

“1년 전에는 제가 연기하는 사람인지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았어요. 그러다 '태양의 후예'를 시작으로 계속 드라마하고 예능에도 나가고 하면서 제가 갑자기 너무 알려졌어요. 그게 부담이 되긴 해요. 일반인에서 갑자기 연예인 신분이 된 느낌이랄까요? 제 자유가 줄어들었고,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도 조심해야 하죠. 남들은 복에 겨운 소리라 할 수 있는데, 전 갑자기 찾아온 인기가 당황스러워요. 조금만 정신을 안 차리면 이상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 같아, 굉장히 정신 차리려 노력하고 있어요.”

Q. 정신을 차리고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제가 원래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표현도 자유롭고 좋고 싫고가 분명하죠. 똥고집도 세고요. 전 원래 그런 사람인데, 지금 그렇게 행동한다면 사람들 눈에는 제가 거만하게 보일 거예요. 대중에게 전 밝고 쾌활하고 열심히 사는, 그런 청년의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친구들과 밖에서 왁자지껄 술을 마시고 노는 모습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본다면, 이미지와 다르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어요. 그냥 제 또래 청년의 일상일 뿐인데 말이죠. 그런 괜한 구설수에 오를까 봐 조심하다 보니, 제 자유가 없어지는 거예요. 연예인이란 직업이 유명해지는 만큼 책임감이 따라와야 하는 것이라 조심해야 하는 건 맞는데, 그렇다고 제가 원래 갖고 있는 성향을 버리고 싶지도, 남한테 잘 보이고자 일부러 행동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게 되요. 이걸 풀 방법을 찾고 있어요. 지금은 오랜 벗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며 풀고 있어요.”

Q. '피고인'에서 만난 선배 배우들도, 지금 민석씨가 하고 있는 똑같은 고민을 예전에 했을 것 같은데요. 선배들한테 배운 게 많지 않아요?

“항상 모든 현장에는 배움이 있는데, '피고인' 촬영장에선 또래들과 있을 때보다 확실히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었어요. 연기에 있어서도 인생에 있어서도, 선배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선배님들 촬영한 걸 모니터 뒤에서 입 벌리고 지켜보곤 했어요. 너무 잘해서요. 확실히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해온 사람들은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선배들의 연기경력이 기본 10년 이상씩들이었거든요. 그에 비하면 전 완전 병아리였죠.”

김민석

Q. 그런 걸출한 선배들 사이에서 기죽지 않고, 민석 씨 자기만의 연기를 보여줬잖아요. 호평도 받았고요.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하고자 했나요?

“최대한 연기를 안 하려고 해요. 항상 진심으로 모든 걸 대해요. 캐릭터를 진심으로 이해하려 하고, 대사도 진심에서 우러나온 심정으로 말하려 해요. 배우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다를 텐데, 전 캐릭터를 이해해야 연기를 할 수 있어요. 제가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는 연기로 표현할 수가 없더라고요. 진심으로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게, 연기에 있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특히 극 중 이성규가 박정우에게 자신이 하연이를 데려갔다고 말하는 '피고인' 6회의 엔딩신은 '내가 배우 김민석이다'를 보여준 명장면이었죠. 방송 이후 시청자의 관심도 폭발적이었고, 민석씨에 대한 칭찬도 대단했어요.

“예전에 '닥터스'에선 제가 삭발한 장면이 화제가 됐어요. 그건 삭발 때문에 어느 정도 시청자의 관심이 따라올 거란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번 '피고인' 6회 엔딩신은 이 정도로 크게 이슈가 될지 몰랐어요. 연기를 하면서 지성 선배님의 눈을 제대로 본 건 그 엔딩신이 처음이었어요. 굉장히 혼란한 감정 속에서 펼친 연기라 저도 두고두고 기억할 장면이에요.”

Q. 왜 그 신에서 지성 씨의 눈을 처음 본 거죠?

“성규가 하연이 유괴범이란 걸 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성규가 감방에 들어온 정우형을 챙겨주는 연기를 할 때, 죄책감이 느껴져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연기를 하며 지성 선배님의 눈을 제대로 못 봤죠. 밥을 챙겨줄 때도 눈이 아닌 다른 데를 보면서 건네주고 그랬어요. 그러면서도 방송을 통해 보는 시청자가 성규의 정체를 눈치채면 안 되니, 그것도 신경 써야 했죠. 아이를 잃은 부모의 심정이 어떻겠어요. 그 아이를 유괴한 게 저이니, 그 죄책감 때문에 정우의 눈을 못 보겠더라고요. 그러다 처음 눈을 보게 된 게, 그 6회 엔딩신이었어요. 정우가 목을 매려 하던 때라 그땐 필사적으로 말리면서 똑바로 눈을 보고 부딪쳐야 했죠. 그 장면 연기하는 데 힘들었어요. 엔딩이라 시청자가 다음 화를 궁금케 하려면 강렬하게 보여야 하는데, 전 강렬하게 얘기할 감정이 아니고. 온갖 복합적인 감정으로 연기했어요. 말은 조근조근했는데, 제 눈은 울고 있었어요.”

Q. 6회 엔딩신이 명장면으로 나오는 데는 그만큼의 고민이 필요했군요. 함께 연기한 지성 씨는 어떤 조언을 했나요?

“제가 갈피를 잘 못 잡으니, 지성 선배님이 조언해주셨어요. '여긴 감방 안이고 감방 식구들이 다 자고 있지만, 네 목소리 때문에 그들이 깬다고 걱정하지 마라. 여긴 비현실적인 공간이기 때문에 아무도 없다고 여겨도 된다'면서 세세하게 조언을 잘 해주셨어요. 그 조언 덕분에 촬영도 한 방에 끝났고, 그 장면이 계속 회자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김민석

Q. 성규가 느끼는 죄책감에 민석 씨도 그토록 힘들었다니. 그동안 캐릭터에 푹 빠져 지냈나 봐요.

“전 이성규를 연기하며 많이 고통스러웠어요. 배우가 드라마 분위기 따라간다고, 항상 우울한 느낌이었죠. 정우에게 느끼는 죄책감 때문에 빨리 감방에서 나오고 싶었고, 정작 감방에서 나와서는 하연이와 도망 다니며 심적인 무거움을 계속 느꼈어요. '닥터스'나 '태양의 후예'는 밝은 역할이라 촬영이 없을 땐 밖에 막 돌아다니며 기분전환을 했었는데, '피고인' 때는 우울한 느낌이 강해 밖에 나가서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더라고요. 입맛이 없어 먹고 싶지도 않고요. 이번 작품을 하며 살이 4Kg이나 빠졌어요. 저한테 이런 면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그러면서 지성 선배가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새삼 깨달았죠. 성규보다 정우가 처한 상황이 더 힘겨웠잖아요. 지성 선배도 그런 정우를 연기하며 심적으로 스트레스가 엄청 컸을 텐데, 그 와중에도 스태프들, 선후배들 다 챙기더라고요. 지성 선배의 내공은 에베레스트 급이고, 전 이제 겨우 해발 100미터 정도밖에 안 되요.”

Q. 그 지성 씨가 민석 씨 칭찬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피고인'은 박정우가 없으면 안 되는, 지성 선배님이 끌고 가야 하는 드라마였어요. 그걸 너무 훌륭히 해낸 지성 선배님이 '성규가 6부에서 그렇게 안 해줬으면, 우리 드라마가 이렇게 못 왔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처음엔 멍했는데, 이내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가 너무 외롭게 찍고 있던 참이었는데, 그 한마디가 정말 감사했어요. 그 덕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고 끝까지 촬영할 수 있었어요.”

Q. 우울한 연기를 하느라 힘들었던 걸 털어내려면, 차기작은 밝은 연기를 할 수 있는 걸 선택해야겠어요. 해보고 싶은 장르나 작품 스타일이 있나요?

“다음 작품은 우울하지 않고, 가벼운 걸 하고 싶어요. 옆집 오빠나 옆집 동생 같은 거요. 제가 처음 여배우랑 상대역으로 연기해본 게 린아예요. 만약 성인 여성과 로맨스를 하게 된다면, 제가 지고지순하게 짝사랑하는, 여자를 100번 찍어 보는 그런 남자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연애경험이 많진 않은데, 현실에서 짝사랑을 해본 적이 없거든요.(웃음)”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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