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방송 촬영장 핫뉴스

‘내말좀’ 안상남 PD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들, 그 후의 아픔에도 관심 가져주길”

작성 2017.04.10 15:52 조회 490
기사 인쇄하기
내말좀

[SBS연예뉴스 |이정아 기자]단 2회 방송이 됐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할 수 없었던 속내를 털어놓고 그 마음을 어루만지는 MC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 SBS플러스와 SBS연예뉴스 채널에서 방송되는 '내 말 좀 들어줘'가 그것이다.

지금까지 015B 장호일, 김장훈, 김기수, 최과의사 강창용이 출연해 자신들의 인생사를 털어놨다. 특히 장호일은 방송 최초로 결혼 1년 만에 이혼을 하게 된 사연을, 김기수는 성 정체성 논란에 대해 심경을 토로하고 동성 준강제추행 혐의로 무죄 판결을 받고도 마음고생이 심했음을 털어놔 눈길을 모았다.

매주 화요일, 담담하지만 따뜻하게 출연자들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있는 '내 말 좀 들어줘'의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SBS플러스 안상남 프로듀서는 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선장이다. 그에게 '내 말 좀 들어줘'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호평이 많다.

“장호일, 김장훈, 김기수 등 우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분들에게 다시금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출연자들이 녹화가 끝난 후에 '정말 마음이 편해졌다', '힐링 받고 가는 기분이다' 등의 이야기를 해줘서 정말 보람됐다. 특히 김장훈 같은 경우 SNS를 통해 '방송이라기보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 듯한. 다 게워냈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정말 보람 있었다. 사람들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진심이 출연자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다.”

내 말 좀 들어줘

# 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박사가 MC다. 이렇게 전문의가 MC를 맡은 프로그램은 보기 힘들지 않냐. 전문가가 이야기해주니까 더 신뢰가 가는 면이 있다. 이런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요즘처럼 자기 이야기 하기 바쁜 세상에 남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들어주는 프로그램을 한 번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냐는 우리 회사의 염성호 제작본부장의 기획에서 출발했다. MC를 고심하다가 본격적인 치유를 꿈꾸는 프로그램인 만큼 남의 이야기를 듣는데 강점을 지닌 정신과 의사가 맡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정신과 의사 중에서도 많은 MC 후보군이 있었다고 들었다. 지금 이렇게 보니 서천석 박사처럼 적임도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많은 의사 중에서 그가 MC를 맡아야 했던 이유가 있다면 공개해 달라.

“나이가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면에서도 프로그램과 딱 어울릴 것 같았고 무엇보다 신뢰감이다. 미팅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는 우리 프로그램에서 그만큼 좋은 리스너는 없다는 판단이 서더라.”

내말좀

#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가지 더 독특하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다. 출연자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면 그에 해당하는 통계나 자료가 화면에 같이 보이는 것이다. 그런 것도 '본격 심리 토크멘터리'를 표방하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반영하는 부분이다.

“맞다. 토크와 다큐멘터리를 합쳐서 '토크멘터리'라고 불렀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자료도 있고 시청자들이 궁금해하고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데이터 정보도 프로그램에 녹여냈다. 한 예로 김기수 같은 경우 화병을 앓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겪는 화병이라는 특수성, 또 그에 대한 데이터를 표시하는 식이다. 편집으로 자료를 삽입시켜서 조금 더 보는 이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재구성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다.”

내말좀

# 이번 주 방송이 특히 더 관심이 간다. 왜냐하면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 학생 75명 중 한 명인 장애진 씨가 출연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과 그 후 자신이 겪었던 일련의 심리 상태 등을 전한다고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곧 16일이 되는데 세월호 참사 3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장애진 씨의 출연 방송분을 놓고 제작진은 그 어느 때보다 고심에 고심을 했다.
“장애진 씨를 섭외한 것은 1월께였다. 그때 우리는 이렇게 세월호가 인양이 될지도 모르던 상황이었다. 물론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생존 학생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와 그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싶었고 지금 무슨 생각을 갖고 있나 궁금했다. 광화문에 갔다가 장애진 씨를 비롯해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편지를 읽는 것을 듣는데 가슴에서 울컥하는 게 솟아올랐다. 그래서 이 친구를 꼭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오랜 시간 그녀와 아버지를 설득한 끝에 이렇게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방송을 앞두고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장애진 씨 같은 경우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는데 그 날 이후로 응급구조학과로 진학해 응급구조사가 되는 것으로 진로를 바꿨다. 그때 받은 고마움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녀는 억지로 세월호를 기억해달라는 게 아니라 제발 잊지만 말아 달라고 한다. 그곳에서 살아 나왔고 지금까지 겪은 수많은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우리는 또 그것을 담백하게 담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왜곡된 시선들로 인해 자칫 이 학생에게 제2의 폭력이 될까 봐 그게 걱정스럽다.”

# 그 사건 이후의 일들에 주목하고 싶었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많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중 많은 프로그램이 세월호 침몰과 진상 규명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물론 그 부분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빠져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생존자 가족 중에는 물속에서 살아 나와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그 상처에 대해 토로했지만 그 부분은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다며 그것이 또 상처가 됐다고 하는 이들도 있었다. 또 살아나온 게 죄라는 이야기도 하는데 그 이야기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생존자들이 받는 상처가 얼마나 큰지와 그들에게 2차 피해가 가지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 싶었다.”

#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가 느껴졌다. 그런 고민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게 했음에 다시 한번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게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가십거리로 만들지 말자는 거다. 자극적으로 편집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출연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기에 그런 부분은 항상 조심한다. 그렇다고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빼버려도 보는 이들이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 사이 조절을 하는 부분이 정말 힘들다. 촬영이 끝나면 우리 연출진이 일주일이 넘게 편집에 편집을 한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서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더 많이 노력할 테니 더욱 많은 관심 부탁한다.”

happy@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