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방송 방송 인사이드

[캐리돌 하드캐리①] 정치인도 긴장시킨 리얼풍자 …'캐리돌뉴스' 인기 3요소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4.18 10:48 조회 676
기사 인쇄하기
캐리돌뉴스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돼 있다. 진실에 관한 두 가지 목소리입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진실을 건져 올리는 중입니다. 모두가 알고 싶어 했던 단 하나의 진실이 무엇인지 때가 되면 곧 알게 되겠죠. 캐리돌 뉴스는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SBS 플러스 '캐리돌뉴스' 3회 김앵커(최정호)의 클로징 멘트다. SBS 8뉴스의 김성준 앵커를 모델로 만들어진 캐리돌은 김앵커는 트레이드마크인 촌철살인 클로징 멘트도 흉내 낸다.

지난 달 25일 세월호가 침몰 3년 만에 해저에서 인양됐다. 캐리돌뉴스'는 지난 달 29일 방송에서 이 뉴스를 기반으로 한 콩트를 곳곳에 배치했다. 2회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조사 이슈를 물고 뜯었다. 1회는 이미 녹화를 마쳤음에도 긴급 녹음분까지 더해 탄핵 소식을 다뤘다.

캐리돌

이쯤 되면 이건 코미디가 아니다. 코미디와 콩트 형식을 빙자했을 뿐 현실을 거울삼은 뼈있는 뉴스쇼다. 김앵커는 검찰청에 나가 "'캐리돌뉴스'도 현실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 같지만, 현실이 '캐리돌뉴스'를 이겨버리는 건 아닌지, 이 뉴스가 끝나는 날이 곧 좋은 날"이라고 리포팅 했다.

정치인을 물고 뜯는 '캐리돌뉴스'가 바라는 세상은 정치가 희화화의 대상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치판은 여전히 요지경 속이다. 코미디에서 이보다 더 맛있고 재밌는 소재는 없다.

"약빨고 만들었다"는 어느 시청자들의 촌철살인 시청평만큼 '캐리돌뉴스'를 적절하게 묘사한 것은 없을 것이다. 정치 풍자 뉴스쇼의 새 장을 연 '캐리돌뉴스'의 인기 요인을 짚어봤다. 

캐리돌뉴스

◆ "주름까지 닮았다"…모두까기 '캐리돌'

'캐리돌뉴스'의 주역은 단연 인형이다. '캐리돌'(CariDoll)은 캐리커처(Caricature)와 인형(Doll)의 합성어로 인형을 만드는 양한모 씨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양한모 씨는 시사IN의 선임기자로 '캐리돌만평'으로 이미 수많은 독자층을 거느린 전문가다. SBS 플러스 제작진의 제안으로 지면을 넘어 브라운관에도 진출했다.

양 기자는 "캐리돌뉴스를 한다고 했을 때 가장 큰 과제는 입과 눈을 움직일 수 있는 보조 장치를 만드는 것이었다.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연구하고 개발해야 했다"고 밝혔다. 각고의 노력 끝에 프로그램의 메인 진행자인 김앵커와 GH, MB는 목 뒤로 손을 넣어 눈과 입을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

매일 업데이트 되는 정치, 사회, 경제 뉴스의 흐름에 따라 본 방송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해야 하는 캐리돌 수도 많아졌다. '캐리돌뉴스'를 시작하면서 공유, 기춘대원군, 차감독, 종범씨, 황교만, 방기문, 추다르크, 이언제 등 수많은 인물을 만들었다.

캐리돌뉴스

양 기자는 "매주 주어지는 극본을 보고 추가되는 등장인물을 일주일에 2~3개씩 추가적으로 만든다"면서 "캐리돌 인형 하나를 제작하는데 꼬박 8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놀랍도록 닮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비결로는 "인물의 특징을 잘 찾아내고 이목구비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물의 특징을 정확하게 집어내 실물과 똑같은 느낌을 만들어내는 양한모 기자만의 재주는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으로 이어졌다. '캐리돌뉴스'를 본 시청자들은 "인형이 하드캐리하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캐리돌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캐리돌

◆ 성우가 이끌고, 코미디언이 받치고…'신의 목소리'

캐리돌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둔다면, 성우들은 인형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재미를 선사한다. '캐리돌뉴스'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목소리 달인들이 출연한다. '육성 복사기'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전문 성우로는 최정호, 김일, 김희진 코미디언은 배칠수, 전영미, 정성호, 안윤상이 참여하고 있다. 최정호 씨는 김앵커, 도깨비, 방기문, 종범씨를, 김일은 기춘대원군, 차감독, 황교만을, 김희진 씨는 추다르크, 정유라의 목소리를 맡았다.  

'캐리돌뉴스'는 SBS '8뉴스' 형식을 차용했다. 메인 진행자는 김성준 앵커를 모델로 한 '김앵커'다. 김앵커의 목소리를 연기하는 성우 최정호 씨는 "한 번도 성대모사 된 적 없는 인물이기에 연구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말했다. 김성준 앵커의 목소리를 흉내 내기 위해 한동안 유튜브를 귀에 달고 살았다고.

"짧은 기간안에 인물의 목소리를 흉내 내야 했기 때문에 발음의 특징이나 말투를 간파하려고 클로징 멘트만 모아놓은 동영상 수 백 개를 반복해서 들었다"

캐리돌

GH와 순siri 1인 2역을 하고 있는 전영미, MB역의 배칠수는 라디오에서부터 다져온 호흡을 바탕으로 최고의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배칠수는 "라디오가 아닌 방송으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도 들었지만, 박찬혁 작가와 제작진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믿고 참여할 수 있었다. 매주 방송을 모니터하고 있는데 기대 이상의 완성도에 놀랐다.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선사해줄 수 있어 우리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리돌뉴스

◆ 골계미 압권의 극본 "이렇게 세도 됩니까?"

'캐리돌뉴스'의 풍자는 골계미(滑稽美):익살스러운 아름다움)가 돋보이는 극본에 의해 완성된다. MBC 라디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이끌었고, 최근엔 TBS 라디오 '배칠수 전영미의 9595쇼'를 집필 중인 박찬혁 작가가 주축이 돼 극본을 쓰고 있다. 

'3김 퀴즈' 코너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박찬혁 작가의 특징을 알 것이다. 물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과감 없는 풍자가 핵심이다.

'캐리돌뉴스'에서는 보다 직접적으로 정치인을 풍자하고 조롱한다. 이를테면 '밤참뉴스'에서 MB가 "출출한데 라면이나 먹자"하면 GH가 채 썬 파를 들고 와 “나는 파면 먹는다”고 말하는 식이다.

캐리돌

또 MB가 청와대가 문서파쇄기 26대를 구입한 것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아주 많은 걸 찢어놓으셨다. 그중에서도 보수라는 콘크리트를 찢어놓은 게 가장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다"고 하면, GH는 "웬만하면 보수 콘크리트는 안 찢어지는데...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라고 셀프 디스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방송에서는 자서전을 낸 두환씨가 등장해 "본인은...민주주의에 기여했다" 말할 때 개짖는 소리를 넣어 궤변을 응징했다.

'그들이 알고 싶다' 코너에서는 김상중을 본떠 만든 김상중하가 등장해 '프로 장지질러' 이정현 의원의 행방을 찾고, 정유라·정윤희의 국정농단 행각을 되짚었다.

캐리돌

'캐리돌뉴스'는 매주 생방송에 가까운 본방송을 만든다. 지난 6개월간 보여준 대한민국 정치판이 조선왕조 500년사와 맞먹는 혼돈이었다는 말이 농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뉴스가 업데이트되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반영하기 위해 본 방송 하루 전까지 최종본을 다듬는다. 이준호, 김현욱, 윤선주, 한선우의 네 명의 PD와 박찬혁, 홍윤희, 이윤이, 김진이, 조경선, 한민주까지 6명의 작가는 지금도 이번 주 수요일 방송될 6회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캐리돌뉴스'는 매주 수요일 밤 11시 SBS Plus, SBSfunE, SBS CNBC에서 만나볼 수 있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