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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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돌 하드캐리②] 양한모 "GH 취임부터 탄핵까지 만든 캐리돌만 백여개"(인터뷰)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4.18 10:48 조회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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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녹화 준비가 한창인 SBS 프리즘타워의 한 스튜디오. '캐리돌 뉴스'의 진행자 김앵커를 매만지는 어르신이 있었다.

"자, 들어갑니다"

PD의 사인과 함께 녹화가 시작됐고, 끝날 때까지 스튜디오에 머물렀다. 녹화 중간중간 보조장치가 연결된 입부터 손 모양과 팔의 각도까지 점검하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그는 캐리돌 창시자 양한모 기자다.

양한모 씨는 시사 주간지 '시사IN'의 선임기자로 '캐리돌 만평'으로 유명한 인물. 평면의 그림으로 시작해 입체의 인형으로 풍자의 매개를 발전시킨 그는 캐리돌의 아버지다. 캐리커처(Caricature)와 인형(Doll)을 합성한 캐리돌(Caridoll)이라는 단어 역시 직접 만들었다.

故 정주영 전 명예회장을 시작으로 20여 년 동안 만든 캐리돌만 약 400여 개. 뉴스와 신문 지면을 장식한 문제가 있는문제적 인물들은 어김없이 그의 손에 의해 캐리돌로 재탄생했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캐리돌 만평'을 연재해오던 그에게 최근 새로운 장이 열렸다. SBS 플러스와 함께 만들고 있는 '캐리돌 뉴스'(감독 이준호, 극본 박찬혁)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 실존 인물과 똑 닮은 캐리돌이 TV에 등장해 국정농단 촌극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사이다처럼 뚫어주고 있다.

시청자 호평 속에 캐리돌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양한모 기자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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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리돌 하나에 8시간 "미친 놈 소리 들어가며 만든 내 자식들"

'캐리돌 뉴스' 5회 녹화를 마치고 만난 양한모 작가의 손은 엉망이었다. 녹화 중간중간 인형의 디테일을 손보느라 한지 염료가 적잖게 묻어있었다. 그러나 캐리돌에 대한 애정과 방송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다.

"내 캐리돌이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새 생명을 얻었다. 작가와 성우 그리고 제작진이 매주 초과 근무까지 마다치 않으며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양한모 기자는 그림을 그리다 인형을 만들게 된 이유에 대해 캐릭터의 입체성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이 찍히는 각도마다 사람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평면으로 구현되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의 캐릭터를 정확히 알려면 입체여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가 밝힌 캐리돌 제작 방법은 이렇다. ▲ 해당 인물의 다양한 사진을 모아 이목구비의 특징을 파악하고 ▲ 대본에 맞는 표정을 찾아 캐리커처를 그리고 ▲ 철사로 뼈대를, 신문지로 살을 붙이고 ▲ 최종적으로 인형의 몸에 색한지로 붙여 컬러를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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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기자는 "사람의 얼굴은 어딘가 균형이 깨져있기 마련이다. 이목구비 중 어디는 크고 어디는 작다. 그 특징을 파악해서 캐리돌을 만든다"고 제작 요령을 밝혔다.

캐리돌의 소재도 석고에서 한지로 진화했다. 지금까지도 아끼는 작품 중 하나로 꼽는 전두환 캐리돌은 석고로 만들어져 견고하지만 변형이 어렵다. 양 기자는 "종이를 소재로 만든 캐리돌은 적당히 튼튼하면서도 수정도 쉽다. 뼈대를 철사로 만들어 팔다리를 구부리거나 앉을 수 있는 등 변형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눈썹과 주름같은 디테일은 한지의 섬유질을 뽑아서 만든다.

'캐리돌 뉴스'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실물 사이즈의 대형 캐리돌을 만들었다. '4면퀴즈' 진행을 맡고 있는 김앵커와 '밤참뉴스' 코너에 등장하는 GH, MB는 모두 1:1: 크기다.

양 기자는 20여 년간 캐리돌 만들기를 반복하면서 국내 유일무이의 장인이 됐다. 그는 "오랫동안 만들다 보니 사람의 얼굴에서 균형을 잡는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내 마음속의 '자'라고나 할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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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난도의 전두환, 애착은 박근혜"

가장 만들기 어려웠던 캐리돌로 전두환을 꼽았다. 그 이유는 "국민적인 감정이나 역사점 관점을 반영한 캐리돌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저 인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다는 것에 그치면 느낌이 안 산다. 형태보단 느낌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고 말했다. 최근 5회 방송에서 출연해 눈길 끌기도 한 이 캐리돌은 그 디테일이 실로 놀랍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리돌은 박근혜였다. 그는 "숫자로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안 보고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만들었다. 취임부터 탄핵당하기 전까지 꼬박 4년을 만들었으니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시작할 때부터 '퇴임 전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만드리라'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런데 그분이 제 일을 줄여주셨다"고 말했다.

최근 '박ㄹ혜전'이라 명명한 캐리돌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캐리돌 만평'에 등장했던 것을 비롯해 백여 개에 가까운 박근혜 캐리돌이 전시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의 문제적 인물을 주로 만들다보니 나름의 고충과 애환도 많았을 터. 양 기자는 "독자들은 신선하고 재밌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캐리돌과 직, 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려도 되는 걸 왜 인형으로 만들어 망신을 주냐는 불평을 듣기도 했다. 또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림으로 그리면 1시간으로 끝날 것을 8시간씩 들여 생고생하니 '미친놈'이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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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닮게 만드는 게 목표, '시즌2' 응원해달라"

양 기자는 캐리돌 제작에 있어 똑같이 만드는 것을 넘어서 실재 인물보다 더 닮게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더 닮게'의 의미는 무엇일까.

"누구나 인형을 보고 주인공이 누군지를 쉽게 알 수 있게끔 한다는 거다. 똑같이만 만들면 쉬운데 더 닮게는 어렵다. 사진도 실재 인물과 더 닮은 사진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보자 조명발, 속지 말자 사진발' 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래서 화장한 여자 얼굴이 제일 만들기 힘들다. 캐리돌을 만들 때 외모의 단점이나 불균형은 필요한 재료인데 그걸 가리니까. 그래서 남자보단 여자가 힘들고, 나이 많은 사람보단 적은 사람이 더 힘들다"

자신의 모습을 캐리돌로 만들어 본 적은 없을까. 그는 "연애 시절, 나를 본떠 만든 작은 캐리돌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한 적 있다"면서 "그땐 종이로 만들 때가 아니라 들고 다니기 무거웠다고 하더라"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말미 '캐리돌뉴스'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점검하기도 했다. '인형이 하드캐리 한다'는 한 네티즌 평을 전하자 "하드캐리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더 기대하는 것이나 향상됐으면 하는 것이 있던가요?"라고 재차 물었다.

"시청자들도 익숙해지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그걸 어떻게 개선할까가 걱정이다. 손을 넣어서 조종한다는 건 어느 정도 아실 테니 작은 인형들은 손을 안 넣고 조종할 수 있게끔 개발하고 있다. 어떻게 할지 궁금하시죠? '시즌 2'에서 선보일 수 있도록 시청자들께서 많은 성원과 응원을 해주셨으면 한다" 

ebada@sbs.co.kr 

<사진 =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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