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영화 스크린 현장

[시네마 Y] '노무현입니다' 문재인의 1분…짧지만 묵직한 진심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5.16 15:37 조회 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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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새천년 민주당 국민 경선 과정을 그린 영화다.  

알려졌다시피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국회의원, 부산 시장 선거에서 번번이 떨어지며 정치 입성 초반부터 시련이 끊이질 않았다.

1.5선 국회의원이었던 그가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모두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2년 새천년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정된다. 

이 결과는 노무현과 그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뛰었기에 가능했다. '노무현입니다'는 전국적으로 활동했던 노사모 회원들과 노무현 캠프 참모 안희정·이광재·서갑원, 노무현의 동지 유시민·배갑상, 청와대 참모 조기숙· 강원국·양정철 등 수많은 사람의 인터뷰를 실었다.

여기에 출연 분량은 짧지만 인상적인 인터뷰이가 등장한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영화 후반에 나오는 인터뷰 분량은 1분여 남짓이다.

제작진은 고인과 관련된 어떤 질문을 던졌고, 문재인 대통령은 "음..."이라고 어렵게 입을 뗀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유서를 천천히 읊기 시작한다.

노무현

16일 오후 '노무현입니다'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이 인터뷰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다.

이창재 감독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터뷰 당시를 회상하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신분이셨던 문재인 대통령은 제가 강의를 하고 있는 중앙대학교에 직접 오셔서 촬영에 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은 미디어를 잘 모르신다. 쇼맨십에 능한 분도 아니였다"면서 "그래서 유도 질문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감독의 입장에서는 영화의 방향과 성격에 맞는 인터뷰를 기대했을 것이다. 영화적 표현이 두드러지는 답변 그리고 고인에 대한 감정을 끌어내는 에피소드 등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제작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근무할 당시 격무로 치아가 10개나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관련 질문을 했다. 그런데 돌아온 말은 "네. 몇 개 뺐습니다", "좀 힘들었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이었다.

이창재 감독은 "성격 자체가 겸손하셔서인지 아니면 늘 자신을 뒷전으로 미루셔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인터뷰는 극도로 서술적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영화적 순간은 인터뷰가 끝나고 일어났다. 건물을 나와 차에 오르려던 문재인 대통령이 꼭 할 말이 있다며 다시 제작진을 찾아온 것이다. 그것은 고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그분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안다. 처음부터 이렇게 정제된 글을 쓰시는 분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다 써놓고 다듬어 가는 스타일"이라며 "머릿속에 오랫동안 유서를 생각하고 계셨다는건데...우리는 그를 외롭게 두었다. 내가 유서를 볼 때마다 느끼는 아픔이다"라고 말한다. 

이창재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으셨다. 감정이 북받쳐 오를 때는 구석으로 가 몰래 눈물을 닦고 다시 자리로 오셨다"고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상하며 지인들은 모두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은 끝내 울지 않았고, 마지막까지 차분했다. 짧지만 묵직한 1분이었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 작품으로 오는 5월 25일 개봉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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