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이제 좀 알 것 같아요"…심은경의 '2막' 기대되는 이유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5.17 16:36 조회 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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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제 연기 인생은 '특별시민' 전과 후로 나눠질 것 같아요"

배우 심은경에게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의 현장은 혹독했다. 이제 와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심은경은 촬영장에서 집으로 향하며 눈물을 쏟은 날이 많았다. 연기는 어려웠고, 선배들은 냉철했고, 자신감은 떨어졌다.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촬영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거든요. 결과적으로는 많이 배우고 얻었어요. 연기적인 것도 그렇지만, 마인드 컨트롤 하는 법과 내 중심을 잃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아요. 한 단계 성장하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심은경이 맡은 역할은 서울 시장 3선에 도전하는 변종구(최민식)를 돕는 광고 전문가 '박경'이었다. 박경은 변종구에 대한 존경심으로 선거 캠프에 들어왔다가 그의 이면을 알게 되고 내적 갈등을 겪는다. 권력의 소용돌이 안에서 부딪히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도 보여준다.

자신의 캐릭터를 '정치 미생'에 비유한 심은경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자신 역시 '연기 미생'이었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초반에 리딩할 때 감을 못 잡고 헤맸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본 최민식 선배가 "연기할 때는 선배와 후배가 없다. 우린 변종구와 박경이 되어야 한다. 너가 하고 싶은대로 자유롭게 해봐. 왜 긴장을 해? 편하게 해. 너 지금 기가 많이 죽어있어"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를 들을 때조차 벌벌 떨면서 "아, 선배님 제... 제가 좀 그렇죠?"라고 답했던 거 같아요"

특별시민

심은경에게 '특별시민'은 하나의 산이었다. 그간 독특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왔기 때문에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까지 분석의 시간이 필요했다.   

"박경은 영화의 화자이고, 관객의 눈이 되는 인물이에요. '이 순간엔 어떤 감정일까'를 알기가 어려웠어요. 그간 제가 맡았던 캐릭터는 자기감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캐릭터였다면, 박경은 감정을 직접 드러내는 인물은 아녔어요. 이걸 어떻게 관객들에게 잘 전달시킬지가 가장 큰 숙제였죠. 매 순간 집중하지 않으면 소화할 수 없었어요. 다행히 선배들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죠. 영화 속 정치적 흐름, 박경의 역할과 중요성을 잘 짚어주셨어요. 최민식 선배는 촬영이 없을 때도 현장에 나와서 조언해주시곤 하셨어요"

최민식은 다가가기 무서운 호랑이 선배였지만, 존경과 경의의 대상이었다고 했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다다른 배우라고 무한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저는 평생을 연기해도 민식 선배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녔어요. 작품을 관통하는 본인만의 시각이 있고, 연기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시죠. 어떤 경지를 뛰어넘은 것 같달까요. 연기 호흡을 맞출 때는 압도되거나 기에 눌릴 때도 잦았어요. 그런데 촬영장을 벗어나면 한없이 편한 사람이에요.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다르지 싶을 정도로요"

이런 혹독한 시간을 심은경을 잘 통과해냈다. '특별시민'을 통해 땅에 발을 디딘 인물도 잘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혼란의 시간을 지나 자신감을 얻기 시작한 계기도 궁금했다.

"자신감이야 있다가도 깨지곤 하는걸요. 인터뷰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자고 얘기해왔어요. 이번 영화를 하면서 초심에 대해 제대로 느꼈던 거 같아요. 다른 것 생각지 않고 연기하나만 놓고 치열하게 부딪쳐 본적 있었나를 생각해봤을 때 아역 시절까지 통틀어 처음이었거든요. 나 자신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예전에는 내려놓는다고 말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불안함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난 이런 사람이고, 이런 톤을 가지고 연기를 하는구나. 내가 인정하려 하지 않은게 있었구나. 이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라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과거엔 부족한 나 자신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이제는 인정하고 받아들이게 됐달까요. '특별시민'은 나의 길을 가는 게 무엇인지를 알려준 작품이에요."

심은경

2007년 영화 '헨젤과 그레텔'로 데뷔했을 때부터 '연기 신동' 소리를 들었다. 연륜과 연기력은 비례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역으로 출발한 배우는 질풍노도와 같은 과도기를 거친다. 이 시기를 잘 빠져나온 배우는 그렇지 못한 배우보다 훨씬 적다. 

심은경은 그 과도기를 성공적으로 지나온 몇 안 되는 배우다. '수상한 그녀'와 '광해'라는 히트작을 통해 '흥행퀸'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너무 이른 성공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그 부담감을 떨치는데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에는 흥행이나 스포트라이트를 신경 쓰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했다. '로봇소리'에서는 목소리를 연기를 했고, '부산행'에서는 카메오로 등장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걷기왕'을 통해 독립영화에도 처음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올해는 흥미로운 뉴스도 전했다. 일본 대형 기획사 유마니테와 전속 계약을 맺고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에 대해 "일본 영화를 좋아해서 예전부터 일본에서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계속 시도를 했는데 이번에 추구하는 방향이 같은 회사를 만나 같이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심은경

심은경은 미국 유학을 하면서 영어에는 이미 능통하다. 꽤 오랫동안 일본 진출을 준비하면서 틈틈이 일어도 익혔다. 배워나가는 단계라며 겸손함을 보였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작업해보고 싶은 감독으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꼽았다. 심은경은 "중1때 '아무도 모른다'를 보고 나서 팬이 됐어요. 이후 '걸어도 걸어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 모든 작품을 찾아봤어요. 일상의 이야기 안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메시지를 전하는 감독님 특유의 스타일이 좋아요. 함께 한다는 건 아직까지는 꿈이죠. 처음부터 큰 것을 바라지 않아요. 차근차근 준비해서 하나씩 일궈나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현재는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을 촬영하고 있다. '부산행', '서울역'을 연이어 작업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 두 사람은 또 한 번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관객에게 따뜻한 위안이 되거나 건강한 웃음을 줄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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