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영화 스크린 현장

[CANNES+] 봉준호, 넷플릭스와 손잡은 솔직한 이유 '차선 아닌 최선'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5.21 18:49 조회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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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SBS연예뉴스 | 칸(프랑스)김지혜 기자] 봉준호 감독이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손잡은 솔직한 이유를 밝혔다.

20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의 한 호텔에서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넷플릭스의 투자와 제작 지원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옥자'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국내 투자사와는 접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막대한 예산이 드는 이 작품의 특성상 국내 제작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은 "500억 원이 넘어가는 부담스러운 예산이다. '옥자'를 한국에서 투자받게 되면 동료들의 영화 10편이 '스톱'된다고 봐야 한다. 실제로 '설국열차' 때 후배 영화인에게 '이런 대작은 제발 외국에서 투자 받으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상업영화의 제작비가 평균 50~60억 선임을 감안할 때 자신의 영화에 500억 원이 투자된다면 그 피해가 후배들의 영화 제작에서 미칠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봉준호는 전작 '설국열차'를 만들면서 제작비 400억 전액을 CJ엔터테인먼트로부터 투자받았다. 이 당시에 겪었던 크고 작은 부담감과 후배들에게 끼치는 여파를 사전에 차단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이다. 

옥자

한국 투자사를 배제한 봉준호는 미국 투자사들과 접촉했다. 독립영화 전문 투자사와 상업영화 전문 투자사 양쪽을 노크했다.

봉준호는 "폴 토마스 앤더슨('매그놀리아', '데어 윌비 블러드', '마스터'와 같은 수작을 만든 미국의 대표적인 거장)같은 감독들과 일하는 독립 영화 투자사들은 '옥자' 시나리오를 좋아했지만 예산 이야기를 들으면 버거워했다. 반면 블록버스터를 주로 만드는 스튜디오에게 제작비 500억은 큰돈은 아니었다. 예산은 충분히 지원 가능하다면서도 시나리오는 불편해했다. 그들은 나에게'이 영화의 스토리에 'E.T.'(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와 같은 아름다운 구석이 있는데 그 요소를 부각한 영화를 만드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다. 이런 양쪽의 선택지를 두고 방황하던 차에 넷플릭스를 만났다"고 투자 유치 과정을 밝혔다.

넷플릭스는 봉준호의 독창성과 '옥자'의 아이덴티티를 100%로 존중했다. 봉준호 감독은 "넷플릭스는 시나리오의 토씨 하나 바꾸란 요구가 없었다. R-18(미국의 18세 미만 관람 불가 등급을 일컫는 용어) 등급, 즉 피가 철철 나고, 욕설이 난무한 영화를 만들어도 괜찮다고 했다"고 전했다.

옥자

이어 "이 정도 예산의 영화가 100% 감독의 비전을 보장하는 일은 드물다. 아직은 극장 배급 형식과 넷플릭스의 디지털 스크리밍 배급 형태 사이에 여러 논란이 있지만, 창작자로서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만약 넷플릭스의 이런 지원이 아니었다면 '옥자'는 지금과 다르게 이상한 영화가 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은 '설국열차'를 만들 당시 미국 배급사인 와인스타인 컴퍼니로부터 편집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그런 그에게 영화 제작 과정의 전권을 위임한 넷플릭스는 더없이 고마운 동반자였을 것이다.

비록 칸영화제 경쟁 초청을 두고 프랑스 극장협회의 반발의 부딪히기는 했지만, 영화제 초반 '뜨거운 감자'로 자리매김하며 되레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긍정적 효과도 누렸다.

'옥자'는 19일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공식 상영돼 독창성 부문에서 호평 일색의 반응을 얻고 있다. 수상 가능성에는 이견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봉준호는 자기가 만들고 싶은 대로 '옥자'를 완성했다.

칸영화제는 오는 28일 폐막한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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