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이하늬 “신인 때 ‘시집가지 연기 왜 하냐’고 해 펑펑 울었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5.30 10:46 조회 906
기사 인쇄하기
이하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장녹수를 만난 배우 이하늬(34)는 분명 남다른 마음이었을 것이다. 배우이면서 4세 때부터 한국 음악을 해온 이하늬에게, 노래와 음악을 하는 기생의 신분으로 궁으로 들어간 장녹수를 제대로 표현하고 해석해보고자 하는 남다른 욕심이 있었음은 분명했다.

이하늬는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서 승무, 장구춤, 흥타령 등을 통해 장녹수의 예인으로서의 삶과 감정을 표현했다. 이하늬는 연산군 곁에서 표독스러운 희대의 악녀로만 그려질 수 있던 장녹수의 삶을 보다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는 것만으로도 강한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이하늬

“장녹수라는 인물을 맡음에 사력을 다한 것 같아요. 몇 달 전부터 작가님과 회의도 했고, 무용과 음악에 대해서도 계속 공부했어요. 드라마 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지만, 미리 시간을 잡고 준비했기에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국악이나 한국 무용을 하는 분들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다행이 좋은 평을 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하늬는 장녹수라는 인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도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녹수를 희대의 요부, 3대 요부라고 하는데요. 장녹수에 대한 사료가 굉장히 없었어요. 이를테면 '치맛단을 밟아서 뺨을 때렸다'는 내용으로 추정할 수 있는 장녹수의 단면이 있을 텐데요. 저는 예술을 전공해서 그런지, 악기를 다룬다는 점을 굉장히 성스럽게 여겨요. 그런 면에서 '장녹수의 치맛단도 어쩌면 그런 느낌은 아니었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연기를 했어요.”

이하늬

연기를 하는 것만큼은 쉽지 않았다. 장녹수를 해석하는 것만큼이나 이를 표현해내는 과정 역시 어려웠기 때문. 특히 조선시대 분장을 위해서 무거운 가채를 뒤집어써서 허리 통증이 심해 진통제를 먹으며 견뎌야 했고, 머리카락은 탈모가 올 정도였다고 이하늬는 귀띔했다.

그럼에도 이하늬는 장녹수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연기적으로 새로운 도전과 성취를 이뤄냈다고 자신했다. '역적'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하늬가 연산에게 “임금의 여자답게 가겠다”며 절을 하는 장면에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었다. 대성통곡을 3번 정도 하다 보니 눈에 실핏줄이 다 터져나갔다. “모든 걸 쏟아냈다.”는 느낌에 배우로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이하늬

미스코리아로 데뷔한 이하늬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편견'이 존재했다. 가야금 연주가인 어머니와 국가 고위 관료였던 아버지, 정치인인 외숙부까지 남다른 집안이 공개되며 '금수저'라는 오해도 받았다.

“데뷔 때에는 그런 편견 아닌 편견들이 진짜 많았어요. '네가 뭘 할 줄 알겠니?'라는 말부터 한 카메라 감독님은 '너 이 일 왜 하려고 하니? 일해봤자 팔자만 드세진다'며 '시집이나 가라'라고 해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내가 가진 배고픔과 갈증, 굶주림은 궁금하지가 않은가란 생각을 했어요. 좋은 작품을 만나면서 더 연기적으로 토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이하늬

이후 이하늬는 계속해서 수많은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미스코리아 꼬리표를 떼고 배우의 이미지를 얻었다. 8등신의 도시적인 이미지였음에도 사극에 도전하면서 '사극에 어울리지 않는 배우'라는 선입견도 사라졌다. 무엇보다 연기력으로는 제 몫 이상을 해내 간다는 스태프들의 평을 얻었다는 점이 이하늬가 지난 10년간 배우 생활을 통해서 얻어낸 값진 선물이다.

“미스코리아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내면의 가능성보다는 겉껍질들이나 저의 환경들에 더 집중해주실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마음이 아픈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조금씩 이하늬가 진짜 뭘 가지고 있는지 속에 있는 '골자'들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제 제가 가진 가능성들을 하나씩 증명해내는 게 저에게 남은 숙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하늬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영역
광고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