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우울증, 배우하지 말까 생각했었죠” 최강희, 이토록 솔직한 여배우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6.05 09:00 조회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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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희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저요? 저 솔직함 빼면 시체예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다소 쉰 목 상태였지만 배우 최강희에게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최강희는 얼마 전 종영한 KBS '추리의 여왕' 덕이라고 했다.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을 또 볼까 싶다. 스트레스 하나도 없이 정말 기쁘게 촬영을 마쳐서 행복했다.”고 최강희는 방끗 웃으며 답했다.

최강희는 '추리의 여왕' 얘기가 나오면 유난히 빛나는 갈색 눈을 반짝였다. 그도 그럴 것이 최강희는 기존에 그녀가 보여줬던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모습과는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러브라인이 빠졌고, 그 자리에 촘촘한 전개와 액션 볼거리가 등장했다. 최강희는 드라마 속에서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드라마 대본 리딩할 때 제가 예언했어요. '선물 같은 작품이 될 거다'라고요. 그리고 권상우 씨 전화번호 입력하면서 '최고의 파트너'라고 했는데 역시 그 예언도 맞았어요. 많은 남자배우를 만났지만 발에 물이 차는데도 아픈 티 전혀 내지 않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 처음 봤어요. 저도 몸 사리지 않고 하는 편인데 상우 씨가 그렇게 해주니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

권상우에 대한 칭찬은 멈출 줄을 몰랐다. 16년 전 한 작품에서 '마주친' 적은 있지만 서로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없었다. 다시 만난 권상우의 첫인상도 그렇게 특별하지 않았다. 이렇게 최고의 파트너가 될 줄은 몰랐다.

“대본 리딩 때 걸어오시는데 외적으로 여전히 멋지더라고요. 사실 약간 '철 안 들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 걸요? 정말 연기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작품 중간에는 그냥 SNS 메시지 단체방도 안 만들고 적당히 거리를 유지했어요. 쫑파티 다음날 상우 씨가 딱 단체방을 만들었어요. 이 정도 연기해보니까, 이런 멤버 다시 만나기 정말 어렵고 소중한 걸 알겠더라고요.”

최강희는 모든 질문에 재고 따짐 없이 솔직하게 답했다. “정말 솔직하시네요.”라고 말하자 최강희는 “저, 솔직함 빼면 시체예요.”라고 말했다. 이어지는 대화는 한층 더 솔직해졌다.

그는 2013년 우울증을 겪었고, 이를 극복하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됐다는 얘기도 덤덤히 털어놨다.

“드라마 '7급 공무원' 끝나고였나봐요. 그 전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2013년 즈음에 우울증이 왔었더라고요. 집에 커튼을 치고 더 깊은 동굴로 들어갔어요. 자존감이 무너져 내렸더라고요. 주위에서 인사말로 '어우. 정말 이쁘세요', '동안이세요.' 하면 '아니예요. 실제로는 안 그래요'라고 밀어내기 바빴어요.”

최강희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예기치 못한 고백은 놀라웠다.

“저는 그냥 저일뿐인데, 제가 원치도 않는 '4차원이다', '동안이다'라는 저를 규정하는 평가를 계속 듣고, 또 거기에 대한 공격을 받다 보니까 어떤 큰 실망 같은 게 있었어요. 해명하고 싶지만 해명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저 최강희의 모습은 없어졌어요. 극 중의 '나'이고만 싶었어요. 그게 꼬인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최강희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우울증에 대해 더 얘기를 부탁했다.

“우연히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됐고 연기를 하게 됐어요. 다양한 배역을 맡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대리만족했어요. 그런데 배우라는 직업이 그래요. 나와 배우라는 삶을 분리하지 못하면서 인기에 집착하게 되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게 돼요. 그게 정말 마약이고 독약이에요.”

늘 대중의 환호 속에 존재하는 배우라는 직업은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최강희의 우울증 고백은 놀랍다. 연기를 포기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었을까.

“저는 연기 외에는 할 수 없는 게 없었어요. 영화 '애자' 때부터였을까요. 국내에선 다른 직업을 하기가 어려우니까 해외에 나가서 스카프를 떼와서 팔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할 줄 아는 건 연기인데, 영어를 못하니까 외국에서 배우로 살 순 없고, '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죠. 사실 전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얼만큼 배우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없으니까 연기에 겁이 없었고 불안감도 없었어요. 제가 연기를 함으로써 집안 형편도 나아지고 팬들도 생기고. 팬들도 만족시켜야 하니까 저는 더 고민하고, 그러면서 선입견이 생기고. 모든 게 꼬여버렸어요.”

그럼 최강희는 어떻게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최강희는 “말해드릴까요?”라며 씽끗 웃었다. 심각하거나 무거운 질문이 나와도 최강희는 즉답을 회피하지 않고 마치 “말해드릴까요? 감당할 수 있겠어요?”라는 눈빛을 반짝였다.

그는 우울증의 원인이 스스로를 귀히 여기지 못함이라고 판단했다.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종교에 의지했고, 매일 빼놓지 않고 새벽기도를 하며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가 극복할 때 신앙에 많이 기댔어요. 마치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 것처럼 규칙적으로 매일 교회를 찾았어요. 우울증을 많이 극복한 뒤에도 촬영에 지장이 없으면 반드시 새벽기도를 해요. 요즘은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저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나 군인들에게 강연을 함으로써 도움을 주고 싶어요.”

최강희는 넓진 않지만 좁고 깊은 우정을 가진 친구들이 있다. 개그우먼 송은이, 김숙이 그렇고, 배우 류현경도 그렇다. 최강희는 특히 류현경에 대해서 “제가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다소 소원해지긴 했지만 '가장 사랑하는 친구', '가장 기도를 많이 하는 친구'하면 바로 (류)현경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최강희와 영화 '애자'에서 모녀로 출연한 배우 故 김영애다. 두 사람은 연예계 선후배 그 이상이었다. 최강희는 김영애의 투병기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고인의 가까운 친구였다.

최강희

“선생님과 저는 '애자' 엄마딸과 같은 관계였어요. '화려한 유혹'을 연기할 때도 선생님이 심각한 상황이었어요. 투병을 하는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락을 하셔서 선생님께서 '연기 어렵지?'라고 하시면서 '어려우면 우리 집에 와. 연기 가르쳐 줄게'라고 하실 만큼 따뜻한 분이셨어요. 저는 선생님이 꼭 더 좋은 곳으로 가셨다는 확신이 있어요.”

최강희는 연기, 친구, 우울증, 인생 등 어떤 질문을 받아도 솔직하게 본인을 드러냈다. 쑥스럽고, 부끄럽더라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본인을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녀가 우울증을 극복한 힘이었다고 최강희는 털어놨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최강희는 최강희'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저 다움을 잃지 않고, 애써 부정적인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예전에는 '예쁘세요' 하면 극구 '아니예요'라고 구구절절 해명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냥 '감사합니다. 제가 좀 예뻐요. 하하' 하고 받아들여요. 반대로 잘못한 게 있으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고요. 우울증을 겪고 난 뒤에 제가 정말 불필요한 것에 많이 애를 썼구나 느낀 계기였어요. 이젠 연기가 됐든 새로운 환경의 변화가 됐든 모든 걸 최강희답게 할 자신이 있어요.”

최강희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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