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이상윤에게 결코 쉽지 않았던 귓속말

작성 2017.06.08 09:37 조회 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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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

[SBS연예뉴스 | 손재은 기자] 이 남자, 덫에 빠졌다.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 때 악마의 귓속말이 들려왔다. 결국 그의 달콤한 제안에 넘어가며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했지만 선의의 피해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후회가 밀려왔고 결국 자신을 내 던져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이렇게 '귓속말' 이동준은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이를 이상윤이 연기했다. 그간 장르물보다 멜로에 강세를 보였던 그에게 있어서 드라마 '귓속말'(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물론 그 도전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이상윤의 자평대로 극 초반 연기적으로 흔들리는 모습까지 보였으니까. 하지만 회 차가 지나갈수록 데뷔 11년 차 연기 내공을 발휘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았고, 그렇게 이동준을 만들어나갔다.  

Q. 이번 드라마에서는 그동안 멜로킹의 이미지와 다른 새로운 모습이었다.
일단 아주 완벽하게 잘 해냈다고 스스로 평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인물(이동준)을 보여줄 수 있었다 정도다. 잘 소화했다 이야기 할 수 없고, 초반에 욕도 많이 먹었다 해서 잘했다고 말은 못한다.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 정도에 의의를 두고 싶다.

Q. 연기 변신을 꾀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다양한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그동안 비슷한 장르를 해서 다른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해 보고 싶은 것도 많이 있다. 흔히 대중들이 좋아한다는 나에 대한 이미지가 실제 나랑 잘 맞는 것은 아니다. 다른 모습이 있는데 그걸 보여주고 싶었고 기회가 있다면 실제 내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중들이 이것을 좋아한다고 이런 연기만, 이런 톤만 요구하니까 다른 모습 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부족한 것이 많은데 안 보여드리고 있다. 내 실제 모습을 안 보여주려고 예능도 안 나가고 있다.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 못 나가는 것이다. 망가지는 모습은 작품으로 보여드리겠다.

이상윤

Q. '귓속말' 멜로는 그동안 했던 멜로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그 전에 멜로가 중심이 된 드라마랑은 다르다. 사람 사이 관계가 감정이 쌓이면서 발전하게 된다. 멜로라 하면 첫눈에 반한다던가, 바로 사랑이 시작하는데 '귓속말'에서는 동준과 영주(이보영 분)가 서로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고, 상황들 사건들이 얽히고설킨 것이 쌓이면서 정이 들었다고 봐야 할까. 연민도 섞였을 것이고… 그런 식 감정이 쌓이면서 우리가 아는 흔히 보는 사랑의 형태와 다른, 남과 여 보다 인간 대 인간 그런 관계가 형성된 것 같다. 한 사람은 한 사람에게 잘못한 게 있고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러면서 나온 결과가 내가 덮어써야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었다. 한 사람은 수갑을 차고 다른 한 사람은 수갑을 채울 수밖에 없지만 마음은 있고… 그런 사건과 두 사람 관계가 결합이 된 것 같다.

Q. 박경수 작가의 대본이 늦게 나오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연기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특별히 늦게 나왔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더 늦었던 작품이 있어서… 사실 촬영 전 대본을 늦게 줘서 대기하고 있다가 바로 연기해야 한다 들었는데 그런 적은 거의 없었다. 대본이 없어서 촬영을 못 한 적은 없다. 보통 대본이 초고를 먼저 주고 수정고, 최종고 나오는데 중간중간 올려주더라. 한 회를 다 주는게 아니라 1/3 이렇게 줘서 대본을 조금 볼 시간이 있었다. 다만 대사가 어렵고 양이 많았다. 대사가 많아서 힘든 적은 있는데 대본이 없어서 촬영을 못 한 적은 없다.

Q. 그동안 해왔던 인물들과 달라서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이 있었나?

캐릭터 때문에 어렵다기보다는 이런 장르, 상황에 좀 힘들었다. 계속 대결 구도에 심리전이었다. 드라마 초중반에 동준이는 힘이 없었다. 약점이 잡혀 있어서 대응할 수 없고 말없이 눌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 많았다. 그 상황에서도 이 인물이 찌그러져서 내 팽겨 치면 안 되니까 버틸려고 노력해야 했다. 맞아서 나가떨어지는데 완전히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됐고, 그런 상황이 어려웠다. 한 회 내에서 전개가 빨랐다. 연기 하면서 한 신에 많은 상황을 표현해야 했다. 앞 상황에 다음, 그다음 상황, 인물 관계까지 표현해야 해서 한 신에서 표현할 게 많아서 힘들었다. '한 신에 다 담아도 되는 건가. 한 신을 두 세신으로 나눠도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밀집돼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보는 분들 중에서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을 좋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라. 대본이 탄탄했다.

이상윤

Q. 마지막 회가 시청률 20%를 넘겼다. 막판 스퍼트가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복잡하고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보기가 힘든데 꼬인 매듭 확인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한 번 보기 시작하면 풀리는 순간 확인하고 싶어지지 않냐. 우리끼리도 중간중간 대본 나오고 감독님이 편집하며 중간중간 이야기해주고 몇 회 걱정되고 몇 회 재미있고 이야기를 해줬다. 그 결과 다를 때 있고 일치할 때 있었는데 딱 뭐다 말할 수 없는 게 매회 달랐다. 다만 항상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은 답답하던 상황이 풀릴 때였던 것 같다. 악이 너무 성실해서 그 순간이 짧긴 했지만… 악이 너무 선을 짓눌러서 선 쪽에서 휘몰아칠 때 사람들이 좋아했던 것 같다. 마지막 가서는 그동안 꼬인 것들이, 성실한 악이 어떻게 처리가 될지 궁금증 해 했던 것 같다.

Q. 극 중에서는 신영주가 이동준을 구하고 또 구했다. 실제 이보영과 두 번째 호흡은 어땠나?
재미있었다. 의지를 많이 했다. (이)보영 누나의 도움을 받은 것 같다. 도돌이표 같은 순간에 배우도 힘들다. 비슷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상황이 바뀌고 구조가 비슷하다면 비슷한 연기의 반복이다. 그게 계속되면 힘들다. 그 순간 모든 배우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보영 누나가 응원을 해줘서 지쳐있을 때 힘 받았다. 물론 누나 힘들었을 때 내가 응원해줬다. 도움받으면서 했다. 보영 누나가 연기를 잘하지 않냐. '내 딸 서영이'는 누나의 연기에 모든 배우들이 동화돼가며 역량 이상을 내보였다. 작가가 쓴 글을 토대로 누나의 연기력이 뒷받침됐다. 이번 작품에서도 누나와 더불어 모든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잘 된 것 같다. 예전에는 따라가기만 했다. 큰 그림을 못 봤던 것 같다. 대본에서 못 보는 것이 많아서 누나가 이야기해줘서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누나가 많이 컸네 할 정도는 된 것 같다. 과거 리드 당하는 입장에서 같이 가볼까 시도할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Q. 촬영이 많이 힘들었는지 많이 야위었다.

촬영이 분업화가 돼 있어서 중간중간 쉬어가는 타이밍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감독님이 어디 아픈 것 아니냐며 내가 살이 빠졌다 하더라. 드라마 속 상황에서 에너지 소모 있었던 것 같다. 찍다 보니 벨트가 한 칸이 줄었다. 감독님 말을 듣고 신경이 쓰이더라. 촬영하며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적게 먹은 것은 사실인데 살 빠졌다는 말에 평상시대로 먹었지만 마지막까지 계속 살 빠졌다. 감독님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 에너지 소모하는 신들이 대부분이라 편안하게 긴장감 없이 촬영하는 신이 없었다. 연인과도 상황 해결하는 과정에도 긴장감을 가지고 가야 했다. 최일환 강정일 최수연 만났을 때는 기의 대결이었다. 알게 모르게 소모가 컸나 보다.

이상윤

Q. '귓속말' 하면서 얻은 게 있다면?
이런 장르와 캐릭터를 연기해봤다는 공부가 된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있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어디를 신경을 써야 할지 알게 된 것 같다.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것 같다. 오랜 시간 같이 붙어 있다 보니 감독님도 친해졌다. 보영 누나는 원래 친했고 권율, 박세영 모두 친해졌다.

Q. 반대로 부족했다 느끼는 것도 있을 것이다.
힘이 부쳤다. 에너지가 부족했다. 연기 할 때 실제 극 속에 평상처럼 지내는 배우가 있지 않냐. 나는 그런 쪽이 아니라 모두 친해야 모든 상황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불편하게 지내는 사람과 연기할 때 불편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친한 사람과 대결 구도를 하게 되면 집중도 떨어지긴 하더라. 현장에서 다 사람들에게 두루두루 잘 지내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부드러워지는 것이 있을 수 있겠다 싶더라. 그런 것은 이들과 잘 지내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때 집중할 수 있는 강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편하게 연기하는 건 놀다가도 할 수 있는데 장르물은 또 다르더라.

Q. 슬럼프가 왔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난 작품부터 느꼈다. 그 대본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욕심 기대감이 커져서 그런지 충분히 못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쉬웠고… 대본에서 현장으로 옮겨야 하는데 그사이의 손실이 아깝더라. 받았던 이상의 배우가 되고 싶은데 안 되고 하니까. 스스로에게 답답했다. '공항가는 길'부터 전체적으로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잘 하고 있는 건가 의문도 들었다.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 들 때. 조급해지기도 했다.

Q. 빨리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은데…

보통 작품을 하고 땀을 흘리고 운동하고 농구하고 술 마시면서 수다 떨고 이상윤으로 돌아와서 충전했다. 그 시간들이 정말 좋은데 연기자 이상윤한테는 좋지 않은 것 같다. 그 시간만 갖는 건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이번에는 혼자 있는 시간도 여행도 다니고 공연도 찾아보고 드라마도 안 챙겨보는데 그런 것도 보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보영 누나 보면서 그런 것을 느꼈다. 다른 드라마도 섭렵했더라. 감독님은 미국 드라마도 많이 말하는데 나는 생각보다 드라마 안 보는구나 했다. 보영 누나는 감성이 좋다. 원래 좋은 것도 있지만 끊임없이 간접 경험을 하더라. 연기자에게도 필요한 시간이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너무 나태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가지고 있던 것을 써먹었는데 이제 다 썼나 보다. 기존과 다른 역할 소화해야 했고 완성도 높이려고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든 게 아닌가 싶다.

이상윤

Q. 자존감이 너무 낮아진 거 아닌가? 자존감을 빨리 회복해야 할 것 같다.
맞다.(웃음) 자존감 어떻게 높여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은 선배나 선생님하고도 여러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혼자 있어야 하나 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공 가지고 놀고 술자리 가졌나 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나를 황폐해지게 하는데 연기자로서는 충만해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이번엔 혼자 깊게 파 보고 싶다.

Q. 마지막 질문이다. 차기작은?

영화는 하고 싶다. 지금은 아무 생각 없다. 할 수 있다면 올해 내에는 하고 싶지 않다. 영화는 기회가 되면 힘을 내서 하고 싶다. 드라마는 현재 힘에 부친다. 드라마는 가급적이면 충전 되면, 내 스스로 준비가 됐을 때 하고 싶다. 예전에 한 친구가 배고픔이 느껴지듯이 연기에 대한 갈증 느낄 때 연기를 하는 거라 하더라. 당시 나는 한 작품이라도 더 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에너지를 모아서 하고 싶다.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일수록 농축됐던 게 터져 나오는 게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내가 신인이라 작은 역할부터 하고 싶다. 영화를 하고 싶은 이유는 드라마에서 못 한 역할을 하고 싶어서다. 요즘은 드라마 장르가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니까. 영화는 다른 캐릭터 많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가진 바운더리가 생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역할을 넓힐 수 있도록 다양한 것을 하고 싶다. 영화 쪽을 더 하고 싶다.

이상윤

사진=제이와이드컴퍼니
손재은 기자 jaeni@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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