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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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뮤지컬 ‘인터뷰’ 음악을 타고 흐르는 비극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6.20 10:06 조회 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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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뮤지컬 '인터뷰'(추정화 연출)은 해리성 인격장애를 소재로 한다. 흔히 다중인격장애로 불리는 해리성 인격장애는 종종 대중매체의 주제로 소비되거나, 충격적인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인터뷰'는 해리성 인격장애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 현상보다, 왜 이런 비극적인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주목한다. 그 이야기 중심에는 싱클레어 고든과 유진 킴 등 두 인물이 있고, 형식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인터뷰다.

'인터뷰'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우선 피아노다. 연극 내내 이어지는 싱클레어 고든과 유진 킴의 대화는 피아노 한 대의 반주로 더욱 비극적이기도, 격정적인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싱클레어 고든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암전됐을 때 적막감 속에 흘러나오는 피아노 연주는 절절하다. 어둠 속에서도 몇몇 관객들의 어깨가 들썩이는 게 느껴진다. 10마디 대사보다 강한 피아노의 힘이었다.

'인터뷰'는 두 배역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구조다. 연극이나 뮤지컬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이지만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연쇄 살인사건이 중심이기 때문에 그 진범이 누구인지를 파헤치는 과정은 한층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싱클레어 고든이 어린 시절로 던져지듯 되돌아가는 상황 묘사는 별다른 무대적 연출이 없음에도 관객들을 고통스럽게 런던의 작은 사무실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잔잔하지만 세밀한 김재범의 감정 연기에서 고민의 흔적이 역력해 인상적이다.

'인터뷰'는 김수로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지난해 5월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작품을 선보이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이를 통해 도쿄, 교토, 뉴욕 등 3개 도시에 진출했다. 그만큼 초연 이후의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뮤지컬 '인터뷰'는 두 번째 국내 공연에서 여러 가지 변화를 첨가했다. 먼저 유진 킴의 추가된 설정이 그러했고, 몇몇 넘버는 빠지거나 추가됐다. 이러한 변화를 놓고 '인터뷰' 공연 팬들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온다.

먼저 음악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 호오를 떠나 완성도가 높다. 창작자의 의도가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전달됐다. 하지만 변화된 유진 킴의 설정은 마지막에 몇 가지 대사로 설명되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설명만 다소 넘친다는 느낌이다.

“우리는 진화할 것이다.”라는 프로듀서 김수로의 말대로 '인터뷰'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정폭력에 대한 연출자가 가진 확고한 신념은 관객들이 이 뮤지컬을 보면서 느끼는 싱클레어를 향한 연민, 그리고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진심 어린 책임감으로 뻗어 나가리라 본다.

뮤지컬 '인터뷰'는 서울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오는 8월 20일까지 공연된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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