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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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 사랑',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대의 마음

김지혜 기자 작성 2017.07.14 14:00 조회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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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SBS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달콤한 제목에 로맨틱한 사랑 영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 이야기다. 모디(Maudie)라는 원제로 알 수 있듯 영화는 화가이자, 아내였고, 엄마였던 한 사람의 삶을 아우른다.

모드(샐리 호킨스)는 몸은 불편하지만, 독립적인 성격을 지닌 여성이다. 가족들의 구속과도 같은 보살핌을 벗어나기 위해 에버렛(에단 호크)의 집에 입주 가정부로 들어간다. 에버렛은 거칠고 폭력적인 심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남자다. 모드는 갖은 구박과 멸시를 받으면서도 그의 집에 머문다. 무료한 가사 생활 중 집안의 벽을 캔버스 삶아 오랜 취미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캐나다의 여류 화가 모드 루이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어려서 관절염을 앓아 신체를 제대로 가누지 못한 모드는 부모의 뜻에 따라 홈스쿨링 교육을 받았고, 창문을 통해 세상을 바라봤다. 이런 특수한 환경은 모드의 그림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그림자가 없는 세상을 그리거나, 겨울 풍경에 단풍을 그려 넣고, 다리가 세 개인 소를 그리는 등 일상의 풍경에 자신만의 시선을 가미한 화풍을 확립했다.

모드는 34살의 나이에 고용주였던 에버렛과 결혼했고, 죽을 때까지 여생을 함께했다. 결혼 이후 본격적으로 그림에 매진하며 화가로서 명성도 떨쳤다.  

내 사랑

'내 사랑'은 나보다 상대를 더 사랑하거나 서로가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그런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부딪히고 싸우다 서서히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그 감정의 시작은 연민일지도 모른다. 신체가 온전치 못한 여자와 정신이 미성숙한 남자가 서로를 불쌍히 여기게 되고, 알게 모르게 자신을 채우는 상대의 배려에 마음을 열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넓은 범위에서 상대를 연민하는 것도 사랑이다.

두 사람의 사랑에 '운명'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거창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꼭 아름답기만 한 것도 아니다. 에버렛은 모드에게 폭언을 일삼고, 때론 손찌검한다. 모드는 그런 그를 야속해 하고,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기도 하지만 끝까지 감내하고 포용한다. 

영화는 모드와 에버렛이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 삶을 동행하면서 겪는 질곡들을 섬세하게 그려나간다. 보는 이의 심금을 자극하는 것은 사랑의 성취나 환희보다 사랑받고 싶은 열망, 가지지 못한 것의 상실감, 상대의 빈 곳을 조금 더 채워주지 못한 회한 등이다. 신파를 조장하는 자극적 설정이나 연출이 두드러지지 않음에도 눈물을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크고 깊게 다가온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영화라는 매체를 만나 실제보다 미화된 측면이 있을 있을 것이다. 가공이나 극화를 고려해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부족한 서로를 채워가며 공유해나간 삶의 시간은 숭고해 보인다.  

내 사랑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의 열연은 특별한 실화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특히 샐리 호킨스는 모드 루이스의 미약한 신체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어눌한 말투, 순박한 미소 등으로 인물의 성격을 형상화한다. 이미 영화 '블루 재스민', 드라마 '핑거스미스' 등을 통해 빼어난 배우임을 입증해 보였지만, 이번 영화에서의 열연은 앞으로의 연기 여정도 따라가고 싶게 한다. 

'비포' 시리즈를 통해 로맨스에 최적화된 배우로 자리매김한 에단 호크는 심술궂고 거친 남성 캐릭터로 변신해 종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꼴통 마초의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종국에는 유아스럽고 여린 면모를 드러내며 모성 본능을 자극한다. 

촬영이나 미술, 음악도 수려하다. 모드 루이스의 그림을 바탕으로 재현한 두 사람의 집과 마을,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도 볼거리다. 특히, 엔딩 크레딧을 놓쳐서는 안된다. 배우가 그려낸 드라마의 실제를 볼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인간의 삶을 구원하고, 사랑은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모드의 삶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했다. 화가로서도 여자로서도. 개봉 7월 12일, 상영 시간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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