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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알’ 도준우 PD “웜비어 편, 매우 민감하고 위험한 취재였다”

강경윤 기자 작성 2017.07.16 11:58 조회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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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SBS연예뉴스 | 강경윤 기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15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지 엿새 만에 죽음을 맞은 미국인 오토 웜비어 사건을 파헤쳤다. 오토 웜비어는 귀국예정일 전날인 지난해 1월 1일 북한의 양각도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정치적 구호물을 떼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 체포당해 구금됐다. 체포당한 후 2개월 후에 공식적인 기자 회견을 통해 범죄사실을 고백했고 이를 통해 15년의 노동 교화형을 선고받았고, 17개월 만에 풀려났지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것이 알고 싶다' 도준우PD 등 취재진은 중국 단둥, 미국 등지를 직접 취재하며 웜비어 사망과 관련된 사건의 실체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와 함께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북한에 구금되어 생사도 확인되지 못한 한국인이 총 6명이 존재하며, 한국계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10명이나 된다는 '불편한 진실'을 시청자들과 마주하게 했다.

Q. 주제 자체가 취재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언제부터 취재한 건지 궁금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처음 온 2년 전, 북에 억류된 한국인들의 기자회견 영상을 우연히 봤다.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기자회견 자체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 주변 사람들을 취재했다. 아무래도 어려운 주제였기 때문에 고민이 됐던 부분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웜비어 사건이 터지면서 북에 억류된 한국인들에 대한 생각이 난 거다. 웜비어 사건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있고, 최소한 생사조차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얘기하고자 했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상당히 취재가 어려웠다.”

Q. 상당히 긴 시간을 투자했고, 여러 국가를 옮겨 다니며 취재한 것으로 보인다. 

“약 한 달, 평소 저희가 하던 취재 기간에 비해 오래 취재를 한 편이었다. 국내 팀과 함께 미국과 중국 취재를 진행했다. 북한은 정보가 통제되는 곳이고, 특히 이런 사안은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제보가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진실을 추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웜비어의 지인들, 억류된 한국인들의 주변 사람들, 통일부, 전 UN대사, 북한 관련 전문가 등 전 방위적으로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다.”

웜비어

Q. 웜비어를 비롯해 억류된 사람들의 가족들 역시 소극적이었나보다.

“웜비어의 부친은 사망 사건 직후 '전 세계에 이 사건을 알리고 싶다'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기 때문에, 쉽게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했다. 하지만 그 기자회견 이후 어떤 언론매체와도 선을 그었고, 자신뿐 아니라 친구와 친척까지도 모두 인터뷰에 응하지 말도록 해놨다. 그쪽 취재가 어려웠다. 한국인들의 가족분들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얘기도 많을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한 분을 제외하고는 다른 가족들은 모두 만나기를 거부했다. 상당히 조심스러웠던 거다. 혹시나 방송 내용이 북한의 심기를 거슬러서 북한에 억류된 이들이 해를 입을까봐 두려웠던 거다. 기대했던 것보다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Q. 그런 반면, 양각도 호텔 5층에 대한 자세한 내용의 공개는 흥미로웠다.

“사실 취재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부분이다. 웜비어 사건이 단편적 뉴스로만 다뤄져 깊숙이 몰랐기 때문이다. 알아보다 보니까, 북한 여행이 가능한 외국인들은 직원 외 통제구역인 양각도 호텔 5층에 대해 많은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을 여행한 미국인들을 만나거나, 그들이 올려놓은 영상들을 토대로 통제구역 5층에 대해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주위 사람들에 따르면 웜비어는 호기심이 많은 친구였다. 그런 성격 때문에 5층에 접근했다가 그런 일을 당한 건 아닐까 추측했다. 완벽한 진실을 찾긴 어려웠다.”

Q. 어렵고 위험한 취재였을 것으로 보인다.

“웜비어보다는 억류된 한국 사람들에 대해서 취재하고 싶어서 단둥을 취재하려고 했었다. 단둥에 가기 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거기 가면 잡혀간다' 등 주위에서 많은 걱정을 해줬다. '감사하다' 하고 넘겼는데 외교부에서도 '취재가 안되는 건 기본이고, 위험하니 가지 않기를 추천한다'는 전화를 받고는 조금 걱정이 되긴 했다.”

웜비어

Q. 실제 취재 과정에서 위험한 점이 있었나.

“중국 단둥 자체가 아주 위험하다기보다는, 사안 자체가 민감했고 위험했다. 납치인지 밀입국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 명이 국경을 넘어가서 억류됐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정원에 간첩이라는 충격적인 자백을 했다. 진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예민한 사안이었다. 중국도, 한국도, 북한도 모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단둥에는 북한 쪽 사람들이 많아서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단둥에서 조심스럽게 취재를 하고 있던 도중, 머리카락이 짧은 중년 남자 한 명이 취재하는 데 계속 어슬렁거렸다. '왜 그러냐'고 묻자, '재밌는 얘기를 하는 것 같아서 들으려고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남성이 우리가 취재하던 문서를 그냥 가져가 버린 일이 벌어졌다. 현지인들에게 들으니 그 남성이 공안이라고 하더라. 그런 일들을 겪다 보니, 단둥취재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많이 아쉬웠다.”

Q. 웜비어를 시작으로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이 대체 그곳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고 안타까웠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번 편으로 얘기하고 싶었던 것,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방송을 만들 때 북한과 관련된 방송 아이템은, 그동안 했던 어떤 것보다 어려운 주제였다. 일단 우리나라 사람이 북한에 억류되어 있다는 현실 그 자체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들의 생사조차 확인도 안 되는 가운데 가족들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 억류된 사람들과 가족의 고통을 알리는 게 일차적 목표였다. 두 번째로 시청자들에게 남겨진 숙제라기보다는, 한국 정부의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창한 얘기를 하자는 게 아니라, 이 문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되기 위해서 중단됐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웜비어 사건 당시 미국에는 어떤 여론 같은 게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론 자체가 없다. 그건 국민들의 판단이다. 그들이 왜 잡혀있는 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ky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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